[거창 청년 인터뷰] 어린이집 교사 천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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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청년 인터뷰] 어린이집 교사 천경일
  • dnatjgml
  • 승인 2019.06.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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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자유롭게 쓰는 공유 공방이 있으면 좋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도담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천경일입니다. 나이는 40세입니다. 거창에서 초·중·고·대학교까지 나왔고, 대구에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받아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근무하게 된 계기는요?

처음에는 작은 누나가 어린이집 원장이었습니다. 지금은 큰누나가 원장이고요. 작은 누나가 원장이었을 때 학교 다니면서 방과 후 미술을 가르쳤습니다. 그때 누나가 ‘그냥 보육교사 자격증 따 가지고 해 봐라’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취미활동하고 있는 게 있나요?

처음에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벽화 그리기를 하다가 지금은 구체관절 인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체관절 인형이라는 게 정확하게 뭔가요?

피규어랑 많이들 헷갈리시는데, 일단 피규어는 관절이 없습니다. 고정이 되어있어요. 요즘 피규어를 사다 보면 아예 고정이 되어있어요. 만져도 안 움직이게 되어있고, 부러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인형은 화장이나 눈 색이 정해져 있죠. 베이비돌이 있는데 그 인형은 모발이 고정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애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굉장히 좋아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인형의 역사를 살펴보면요, 80년대 종이인형에서 시작됐고, 이후 바비 인형이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누웠다가 일어설 때 눈이 떠지는 인형이 만들어졌고, 그 이후 눈이 큰 인형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이후 나오는 게 영국에서 시작된 구체관절 인형입니다.

구체관절 인형은 눈 색깔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색을 바꾸는 것에서 더 나아가 크리스털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또, 원하는 대로 화장도 바꿀 수 있습니다. 화장뿐만 아니라 가발이나 옷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른 특징은 자신만의 모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절이 모두 움직이는데 고정이 되니까 서 있게 하거나 앉게 하거나 손동작, 발 동작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구체관절 인형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는 주말 개인시간에 원래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만드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사실 우리 가족들이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습니다. 큰누나가 민화, 탱화를 그렸고, 작은누나는 양평에서 민화 교사를 하시고요. 우리 형도 미술을 했었습니다. 저도 벽화를 했었고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처음에는 피규어를 배울까 했었습니다. 그런데 작은누나가 구체관절 인형을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교육 들어볼래?’라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는 기회라 생각해 부산까지 교육을 받으러 다녔었습니다.

구체관절 인형은 교육기간이 6개월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매주 주말 부산을 오가면서 교육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하다 보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현재 만들고 있는 구체관절 인형에서 굉장히 매력을 느꼈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아, 이건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나’하다가도 한 달, 3개월, 6개월 집중하다 보면 마무리가 되어가더라고요. 진짜 완성 었을 때의 성취감이 너무 좋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활동하셨어요?

사실 6개월간 과정을 끝낸 뒤에는 진행이 잘 안됐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완성된 인형을 만들고 싶어서 다른 시도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인형을 사보고, 외국 사이트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서 정보를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인형을 보니까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4~5년 전인 것 같습니다. 실패한 적도 엄청 많습니다. 인형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제’라는 단계도 있습니다. 거창에서는 배울 곳이 없어 대구에 배우러 다녔습니다. 이걸 다 배우니까 인형 화장법을 배워야 되더라고요. 이걸 대충 알아놓으니 이제는 의상이 있었습니다.

저는 메이크업까지만 배웠습니다. 의상은 너무 손이 많이 가서 돈을 주고 사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구체관절 인형은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관절이 있어서 기술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다소 불완전한 모습인데 숙련되다 보면 전문적인 기법으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인형을 만드는 게 많이 힘들겠어요

처음에는 석고로 모양을 만듭니다. 일본에서는 지점토인 라돌을 많이 씁니다. 그 라돌 상태에서 실리콘으로 복제를 합니다. 이후 실리콘 틀에 우레탄을 넣습니다. 우레탄 작업을 하면서 피부색을 잡는 ‘조색’ 작업을 합니다.

이 단계들에서 불량이 나면 다 버려야 합니다. 솔직히 거의 돈을 버리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색을 맞출 때도 조금 데이터가 달라지면 피부색이 달라져 쓸 수가 없게 됩니다. 자신만의 데이터를 기록해놔야 합니다.

또 디테일을 위해 해부학 책을 보거나 근육에 대한 공부도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저는 보육교사 일을 계속하면서 누나와 같이 공방을 하고 싶습니다. 누나가 민화를 하기 때문에 공방을 운영하면 민화를 가르칠 수도, 그림을 가르칠 수도, 인형을 가르칠 수도 있겠죠?

약간 문화센터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누나가 하는 작업과 제가 하는 작업이 다르니 공방 안에서도 작업장 구분은 되어야겠죠

그리고 누나와 같이 전시도 하고 싶습니다. 일단은 시간이 될 때마다 돌아가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거창에는 그런 곳이 없더라고요. 클래스를 만들 수 있는 공간, 인형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일단 주차공간도 필요하겠죠.



거창에서 살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일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거창에는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있는데,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하거나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건 배우면 좋잖아요?

저는 그림이나 만화 등 여러 가지 배우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런 문화공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창에 살지만 대구까지 가서 배우고 있습니다. 거창에도 청년들이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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