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임혜숙 조합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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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임혜숙 조합원(1)
  • dnatjgml
  • 승인 2019.11.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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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삶에 가치를 두는, 여성 농업인 ‘진짜거창사람’ 임혜숙 조합원
농업인의 삶에 가치를 두는, 여성 농업인 ‘진짜거창사람’ 임혜숙 조합원


임혜숙 남편 정쌍은의 동기랑 신혼 초 그의 집에 갔던 때가 선하다. 어머니는 교사인 우리의 손을 잡고 무척 부러워하셨다. 자랑스러운 아들과 서울 며느리가 힘든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받아들이기가 오죽 힘드셨을까? 지금도 마음이 찡! 하다.



거창 적화로 시집온 지 36년이 되었다면서요?

인터뷰하려니, 같은 동네 앞집에 살다가 2년 전 돌아가신 손위 시누이 형님이 생각납니다.

동네에서 바른말 하기로 소문난 분이셨어요. 하지만 34년을 이웃에 사시면서 한 번도 저에게는 귀에 거슬리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돌아가신 후에 추측컨대, 서울내기가 먼 거창에 와서 살아내지 못하고 도로 서울로 갈까 봐 그랬던 것 같습니다. 34년을 살면서, 나도 몰랐는데, 참 많이 의지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돌아가신 후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어요.

1983년도에 혼인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좀 잔소리로 유명하신 시어머니와 20년간 같이 살았습니다. 그동안 농민회를 만들고, 또 많은 사람과 함께 여성농민회를 만들고, 농사를 지어가며 여러 가지 작은 일을 해 왔습니다.

2002년도에는 여성농민회 젊은 회원들과 함께 ‘여성농업인센터’라는 사업을 중앙정부와 거창군청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고, 결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젊은 새댁들이 너무너무 잘하고 있지요.

제가 거창에 와서 36년을 살았는데, 돌아보면 훅~ 바람같이 갔고, 또 어찌 보면 소소하게 작은 일들이 참 많이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거창사람’ 인가 싶어도 아직은 ‘거창사람’이 아닌 그런 모습인 것 같네요.



농업이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지금 포도 농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1983년부터 1990년까지는 그냥 보통 동네 사람들이 짓는, 벼, 보리, 감자, 배추, 무, 참깨, 소, 돼지…. 등을 기르다가 1991년에 포도 농사를 시작했어요. 주위도 돌아보고, 생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작목을 찾다 보니 김천에 있는 지인이 포도 농사를 지어보라 하셨지요. 그때만 해도 우리 동네 주위에는 아무도 포도 농사를 하지 않았고, 멀리 떨어진 웅양면 소재지 주변에 더러 포도밭이 있기는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운 일이 많았어요. 소위 ‘친환경’으로 짓다 보니 모양이 엉망이고, 병충해를 당해내지 못했지요. 공판장에 갖고 가면 턱도 없는 가격이 나왔어요. 이래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퇴직하신 도 교장(거창고) 선생님께서 포도를 직거래로 한번 해 보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포도를 싣고 거창읍에 있는 학교나 아파트에 가서 팔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 폐를 많이 끼쳤지요. 그렇게 해도 우리가 생산하는 포도를 전부 소비하는 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저희는 행운이 따르는 농사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996년도에 ‘한살림’이라는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소비자 단체와 연결이 되었어요. 연결되고 조금씩 포도를 공급하다가 5년 정도 후에는 저희가 생산하는 전량을 한살림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생활도 안정이 되었고요. 무엇보다 저희가 짓고 싶은 방법대로 농사를 짓고, 못 생기고 보기 흉해도 감사히 먹어주는 소비자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요.

농업이라는 것은, 돈을 많이 벌려면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지만, 그냥 먹고 살면서 여유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도 농사를 근근이 지으면서 남의 집에 돈 꾸러 다니지 않고 아이들 공부시켰고, 지금도 늘 1년 먹을 것을 남겨주는 포도나무와 소비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요즘 농사가 너무 돈이 안 되어서 한 농가가 여러 작목을 하기도 하지만, 저희는 포도 농사만 짓습니다. 운 좋게도 한살림과 연결되면서, 봄에 싹이 나고 여름에 열심히 일해서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는 조금 쉴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농사꾼, 행복한 농사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느 소비자 조합원이 우리 집에 오셨을 때, 포도 농사지으면 1년 중 3개월을 휴가로 쓸 수 있다고 말했더니, 그 말을 들은 젊은 분이 가까운 곳으로 귀농을 해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어요. (웃음) 좋은 직장 때려치우고요.

이 농업이라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을을 건강하게 해 줍니다. 많은 소득이 아니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만 보장된다면 더 바랄 필요 없는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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