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임혜숙 조합원(2)
상태바
[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임혜숙 조합원(2)
  • 한들신문
  • 승인 2019.11.26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업인의 삶에 가치를 두는, 여성 농민 ‘진짜거창사람’ 임혜숙 조합원

가족 자랑 좀 해 주세요.

사람들이 때때로, ‘어디에서 시집왔어요?’ 이렇게 물어보면,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뭐한데 이런 데로 시집을 왔냐고 말들을 하지요. 저는 그냥 웃으면서 남편이 아주 훌륭해서 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인품과 착한 마음과 성실함을 갖추었다고 봅니다.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술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 술 좋아하는 것도 품성이 고우므로 그렇다고 이제는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남편은 마을 소식지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어요. 처음에는 문화우물사업 지원을 받아 해오다가 지금은 여러분의 협찬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운동을 나가면 다른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옵니다. 사진도 찍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성마을역사연구회일을 농사일보다 더 우선으로 여깁니다. 밭에서 일하는데 사람이 없어 수소문해 보면 역사연구회 일로 어디에 가 있다는 거예요.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자식들은 부모가 해준 게 별로 없지만 각자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예쁜 손녀들도 있고요. 또 얼마 전에 며느리가 예쁜 손자도 낳아 주었습니다.

가족 중의 한 명을 자랑한다면, 우리 며느리 자랑을 하고 싶어요.

아들이 지금 다니는 직장(공무원)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는다고 했는데도 혼인을 결심하고, 지금은 아이까지 낳았지요. 정말 우리 집과 잘 어울리는 며느리라고 생각합니다. 산후조리 중인 며느리에게 새우 요리를 해 주었더니, 맛있게 먹으면서, 어머님도 드시라며 입에 넣어 줄 때, 너무 예쁘고 기분이 좋았지요.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욕심 없이 지금같이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송산 마을 아지매들이 하성단노을문화센터'에서 시도 쓰고 했다는데요.

마을 아줌마들과 글공부를 하게 된 동기가 뭔가 하면 우리 형님이었죠. 엄마 같은 시누이인데 우리 형님이 글을 배우고 싶은 이유가 뭐냐면 편지가 오면 그게 무슨 내용인가 궁금한 거예요. 누구한테 온 건가. 근데 이놈의 영감탱이는 자기만 보고 군불에 넣어버렸데요. 내용을 말하지도 않고. 그 이야기를 듣고 진짜 충격을 받았어요. 다른 게 아니고 이게 ()’이구나! 그게 어떻게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으로 가고 이제는 군청에서 하는 문해 교육 사업까지 흘러가게 되었죠. 그때 배운 한글로 한 아지매는 무농약 포도 농사를 하면서 영농일지를 썼어요. 이제는 글도 잘 쓰시고 읽고 그럽니다.

한들신문은 어렵게 시작을 했고, 지금도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여러분들이 온 힘을 다해서 만드는 신문은 대한민국에서 몇 개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바라는 점은 거창군의 면()마다 아주 작은 일, 예를 들면, 웅양면 어느 동네의 아무개는 손자를 봤다더라, 가북면의 손 아무개는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더라. 이런 게 실리면, 독자들이, 아 이번에는 웅양면에 무슨 일이 있을까? ! 아무개가 손자를 얻었네? 그놈이 서울 어디에서 대학교 다닌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고 가북 촌 골짝에서 소하고 씨름을 하더니 쌍둥이 송아지를 낳아서 내가 기분 좋네! 독자들이 찾아볼 수 있는 지면(紙面)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임혜숙씨는 전국여성농민회의 전신인 가톨릭농촌여성회의 영남지역 전체 교육을 담당했던 실무 간사였다. 실무자로 일하면서 거창에 몇 번 왔었다는 그는 이제 거창사람이 되었다. 36년을 살아오면서 여성농민회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그의 삶을 나는 열렬히 응원한다. 거창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