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평빌라 이야기 열두 번째 】두 번째 운동회 두 번째 학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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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평빌라 이야기 열두 번째 】두 번째 운동회 두 번째 학예회
  • 한들신문
  • 승인 2019.12.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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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승마장 가는 날, 어머니가 학교에 왔다. 교실에 간 어머니가 한참 만에 우영이와 나왔다.

요새 우영이가 학교에서 잘하나 봐요. 잘한다고 하네요.” 어머니 목소리가 떨렸다. “운동도 잘하고, 학교에서는 밥도 잘 먹는대요. 요새는 급식소에서 친구들이랑 먹는대요.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우영이랑 같이 드신다 하고요. 조금 있으면 운동회라는데 첫 운동회니까 도시락 싸서 애 아빠랑 와야겠어요.” 선생님에게 들은 우영이 학교생활은 훌륭했다.

입학 전에 애 아빠랑 많이 걱정했어요. 수업 방해할까 봐 걱정하고 배울 게 뭐 있을까 걱정했는데, 학교 다니니 의젓하네요.” 신발과 옷이 커지고, 걸음걸이가 늘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어머니에게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놓치고 싶은 순간도 없을 것이다.

2014923일 일지, 박현진

 

우영이의 첫 운동회에 어머니와 누나가 왔습니다. 도시락 싸고 간식 챙겨서 왔습니다. 평소에는 월평빌라에서 먹고 자고 학교 다니는 아들, 주말이나 집안 행사 때 집에 데려가는 아들. 아들이 친구들과 뛰노는 모습을 보고 싶고, 오늘이라도 실컷 먹이고 싶었겠죠.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기대가 컸을 겁니다. 2학년 달리기, 저학년 단체 경기, 전교생 단체 시범, 부모와 함께, 친구와 함께. 운동회 마칠 때까지 우영이는 어디에도 끼지 않았고, 어머니 옆에 머물렀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학교와 부지런히 의논했어야지 하고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이벤트 업체가 운동회를 맡으면서 놓친 겁니다. 만국기 펄럭이고 음악 소리 요란한, 여기저기 웃고 떠드는 운동장에서 울음을 삼켰습니다. 후회했고 죄송했습니다.

 

3학년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도움반 선생님, 월평빌라 사회복지사, 월평빌라 물리치료사, 월평빌라 간호사가 학교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일이 생겨 못 왔지만 사전에 의견을 보냈고, 학교 선생님과 따로 만나기로 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와 의사 소견을 사전에 설명했다. 간호사는 건강 상태와 먹는 약을 설명했다. 물리치료사는 재활운동을 설명했다. 학교 선생님은 2학기 학습지도안을 설명했다. 네 사람은 우영이의 학습, 재활, 학교생활을 의논했다.

올해도 운동회를 하나요?” 운동회 이야기를 꺼냈다. 2학년 가을 운동회가 생각났다. “아니요, 하지 않습니다. 올해는 학예회를 합니다.” “그럼, 학예회에 우영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한 가지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고 상황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학교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머니와 의논해 볼게요. 작은 것이라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 학예회, 2학년 운동회에서 우영이는 휠체어에 가만 앉아있었다. 어머니는 그게 섭섭했지만 학교 사정이 있고 선생님들이 힘들 거라고만 했다. “학교에서 모두 감당하라는 건 아닙니다. 필요하면 적극 돕겠습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대신해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선생님이 메모했다.

2015812일 일지,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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