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담당주사가 풀 여비 승인했나’ 쟁점
전·현직 거창군청 공무원 6명이 기소된 풀여비 관련 횡령사건의 2차 공판이 지난 23일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인 예산담당 주무관 하 아무 씨의 증인 신문이 열렸다. 당초 하 아무 씨와 함께 퇴직한 임 아무 씨에 대한 증인 신문도 병행하려 했지만, 시간 관계상 연기됐다.
풀여비? 계비?
하 아무 씨의 신문을 통해 예산계에서는 풀 여비를, 각 계는 계비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 씨의 증인신문에 따르면, 풀 여비는 예산계에서 관리하는 풀 예산 중 ‘출장여비’ 항목으로, 이 돈 중 전부 혹은 일부를 돌려받아 현금으로 관리했다.
구인모 거창군수 취임 이후는 풀 여비 관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출장 중 식비로 지급한 내역’, ‘2015년 9월 25일, 군수, 부군수, 실장, 기자 등에 50만 원에서 100만 원의 명절·휴가비 지급됐다는 메모’ 등이 드러났다. 검찰은 출장에서 쓴 비용까지 횡령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계비는 각 실·과별 계에서 계원들끼리 모으는 돈이다. 하 아무 씨의 증언에 따르면, 계비는 관내 출장 중 실제 출장을 간 경우 여비를 지급하고, 안 간 경우 되돌려 받아 계 운영비로 적립한다. 관내 출장을 간 경우에도 계원들은 여비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아 계 운영비로 모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각 계별 식사비용으로 쓰인다.
실장·담당주사는 풀 여비 지출 알았나?
이번 증인 신문의 쟁점은 하 아무 씨가 풀 여비를 지출할 당시 실장과 담당주사가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였다.
첫 재판에서 예산담당 주무관이었던 하 씨는 ‘모든 게 지시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예산담당주사들은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며 맞서고 있어 재판부는 이 사실을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 중 다툼이 있는 부분으로, 임 아무 씨의 변호인도 증인신문을 통해 풀 여비 지출을 몰랐을 것이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하 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지시가 있었고 보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 씨는 “담당주사에게 전산보고와 대면보고를 드린다. 풀여비를 몇% 돌려받겠다는 보고도 드린다. 지출은 담당주사로부터 지시가 내려오면 지출한다”라며 “건마다 보고했고, 장부는 3개월에 한 번씩 정산해 담당주사에게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또, 하 씨는 “모든 담당주사님이 명절에 ‘명절비 마련’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 나는 장부를 보고 지난 지출 내역을 확인 후 이야기를 드렸다. 보고를 드리면 담당주사님은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라며 “계원들이 모으는 계비로는 상부의 지시 이행을 하기에는 부족해 풀여비를 사용했다.”라고도 증언했다.
그러면서 “임 아무 실장이 예산계를 통해 식사비 결제를 지시한 것은 풀여비에서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임 실장도 풀 여비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수입·지출 안 맞아.. 비는 돈은 어디에?
검찰은 장부의 수입지출 기록을 정리해보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풀여비 수입을 기재하지 않았는데, 연관된 공무원들 불러 대조해보니 돈 차이가 수천만 원”이라며 “나머지 지출은 어떻게 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하 씨는 “다른 업무를 같이 하다 보니 바빠서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지시에 맞게 지출했고, 개인적으로 쓴 일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또, 실장이었던 임 아무 씨의 변호인이 ‘실장이 공석일 때 3개 부서에서 205만 운을 대리 결재해 돌려받았다’라고 묻자 하 씨는 “결재할 때 기획계장에게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공무원 징계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으며, 피고인들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