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49)「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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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49)「크리스마스 선물」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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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보내는 존 버닝햄의 선물

존 버닝햄 글/그림
시공주니어
1996

 

알싸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해도 조금은 익숙해진 12월입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늘어가고 전구들도 함께 반짝이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바쁘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마냥 신나 보입니다.

오늘은 이 기분을 몰아서 그림책의 거장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존 버닝햄은 <지각대장 존>이란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간결한 문장과 단순한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그려내어 1964년 첫 번째 그림책<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1970<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수상 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 볼까요?

책 앞표지에 산타할아버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산타할아버지는 루돌프를 타지 않고 뿔 없는 하얀 유니콘을 타고 한 손에는 선물이 들려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말 목에는 크리스마스 리스가 걸려 있습니다. 서양의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니콘과 리스를 그림책 표지 장면으로 넣은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합니다. 신성하고 힘의 상징 유니콘과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주는 리스는 작가가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느낌입니다.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쉬려고 보니 썰매를 끄는 순록 한 마리는 아프고 침대 발치에 전달되지 못한 선물이 하나 보입니다. 이 선물의 주인공은 부모님이 너무 가난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롤리 폴리 산 꼭대기 오두막 집에 살고 있는 하비 슬럼펜버거 라는 아이입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지친 루돌프는 쉬게 하고 직접 선물을 갖다 주려 나섭니다. 산타가 떠나는 모습을 양면 가득한 황량한 겨울 풍경과 산타의 모습이 점처럼 작아 보이는 장면이 아이에게 선물을 전하려는 산타의 마음과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걸 예고합니다.

과연 산타 할아버지는 하비 슬럼펜버거에게 선물을 잘 전달해 줄 수 있을까요?

<크리스마스 선물> 책의 그림을 유심히 보면 여러 가지 질감의 재료를 마구 섞어서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상상력의 세계를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물감, 크레파스, 파스텔, 목탄, 먹물 등 갖가지 재료들이 모두 그의 그림책의 세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무표정하고 담담한 캐릭터들이지만, 책 속에서는 하나 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언어와 가슴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있습니다.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하늘을 나는 순록 썰매를 타고 온 세상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능력자 산타클로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순록마저 아파서 혼자 길을 떠나는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하비 슬렘펜거라는 아이에게 선물을 전해줘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임무을 수행해야 합니다. 선물을 못 받은 아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비행기도 타고 자동차도 타고 오토바이 스키도 타고 심지어 등반가의 도움을 받아 밧줄에 기대어 산을 오릅니다. 온갖 탈 것을 다 동원시켜 장면마다 나오는 인물들이 익살스럽고 선물을 전하러 가는 여정을 신나고 즐겁게 그렸습니다. 초과근무를 하는 산타클로스는 불만도 귀찮음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산타의 모습을 통해 존 버닝햄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책 한 권이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고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를 성숙하게 만드는 걸 보니 역시 그림책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경험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가 바른 성장을 하도록 하는 데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존 버닝햄은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똑같이 귀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잘 녹아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다른 선물보다 부모님의 다정한 음성으로 따뜻한 그림책 한 권 읽어주는 건 어떨까요?

임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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