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 석강리 고분 발굴에 부치는, ‘역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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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 석강리 고분 발굴에 부치는, ‘역사를 위한 변명’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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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도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저에게 설명 좀 해주세요.”

 

프랑스의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1886-1944)의 미완성 유작 <역사를 위한 변명>은 아들의 소박하지만 적절한이 질문에 대한 실천적 역사학자로서의 대답을 위해 마련되었노라고 책의 <서론>에서 밝히고 있다. 마르크 블로크는 역사가들이 죽은 이의 주머니를 뒤져 유물을 찾아 전시관에 보관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역사적 감수성을 가지고 탐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학문적 태도의 일관됨은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 활동에 적극 가담하다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마침내 총살형을 당함으로써 마감한 그의 일생을 통해 증명되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가 한창이던 문민정부 시절, 우리 시대의 대기자김중배도 마르크 블로크 교수를 떠올리며 올바른 운동이란 궁극에는 역사를 위한 싸움임을 힘주어 얘기한 바 있다. 말로만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정략을 앞세우지 않고 역사를 그 무엇보다 앞에 두어야 함을 참 언론인으로서 얘기한 것이다.

우리 거창지역에서 최근 가조 석강리 고분군 발굴을 통해 가야 왕국 변천사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있다.(관련기사 1면 참조.) 학계의 평가는 차후에 나오겠지만 우선 지역 역사연구자들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과제매장 문화재 조사 공영제 도입으로 ‘22년까지 연간 지표 조사 및 발굴 조사 지속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문화재청의 국비 지원에 힘입은 성과로 평가되며 거창군이 군수의 선거 공약 중 하나인 가야사 복원 사업으로 적극 추진한 부분도 있어 그 성과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적극 행정으로 역사학계의 연구가 진일보하고 지역민에게도 그 문화적 성과가 누려지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가야·신라·백제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거창지역 가야 유적 발굴, 복원을 통해 거열국실체 규명 및 관광자원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지자체 장의 공약 이행에 가점을 얻는 효과가 있겠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가야유적 발굴·복원으로 가야 역사 재조명’, ‘지역문화유산 발굴로 관광 활성화 기여라는 기대 효과보다 정작 앞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권익위가 조사 발표하는 거창군의 청렴도가 지난해에 비해 하락했다는 소식이 있다.(관련기사 4면 참조.) 유물 발굴 소식의 성과에 대한 반가움보다 우리 지역의 부끄러운 현실을 전하는 소식을 들으니 다시 입맛이 씁쓸하다. 우리 지역의 이 현실이 역사로 남겨질 때 부끄럽고 아쉽지 않도록 공직자들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군민으로서 기대한다.

마르크 블로크는 역사란 시계 제조업도 고급가구 세공업도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이해를 향해 나아가는 노력이고 움직이는 그 무엇이다라고 말한다. “역사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향한, 즉 정의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을 가장 확실한 명예 가운데 하나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역사 유물 발굴 소식에 실천적 역사학자인 마르크 블로크의 저서 <역사를 위한 변명>을 되새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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