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거창의 교육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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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거창의 교육민주화운동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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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현대사 이야기 - 1980년대 ② -

1980년대 권위주의 군사정부에 지지를 보냈던 거창 지역민들의 흐름은 19876월 항쟁 이후 바뀌게 된다. 6월 항쟁 직후 지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지하였고, 이런 흐름은 교육에서 5·16 쿠데타로 맥이 끊긴 교원노조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1980년대 거창 교사운동의 출발은 당시 거창고등학교 교사인 표○○으로부터 시작된다. 812월 서울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린 YMCA 연맹 주관의 회의(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교사 연구모임) 결과 821월 한국 YMCA 중등교육자 협의회가 창립되었고, 이 창립총회에 거창의 표○○ 교사가 참석하게 된다.

이후 거창지역의 몇몇 교사들이 한국 YMCA 중등교육자 협의회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 하지만 이때의 교육운동은 활발하지는 않았다. 거창의 80년대 교육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는 것은 거창 YMCA의 창립 때부터라 할 수 있다. 거창 YMCA의 창립은 거창고등학교 교사로 왔다가 거창 YMCA 창립 총무를 맡았던 정○○의 역할이 컸다. 거창 YMCA의 창립으로 거창에 YMCA 회관이 건립되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거창에서는 198539일에 Y 중등교육자협의회가 결성되고, 많은 교사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게 된다. 이어 차○○ 교사를 중심으로 한 전주교대 출신의 교사들이 거창에 발령을 받아 오게 되어, Y 중등교육자 협의회의 활동이 더 강화되었다. (이상 협의회) 협의회에는 초등 교사들도 많이 가입하였고, 이때 대표적인 활동은 이오덕, 문병란, 한완상 초청 강연회, 거창농민회와 함께 민주당사 점거 등의 활동이 있었다.

이런 활동이 전교조의 모태가 되는 1987년 창립된 민주교육 추진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로 이어진다. 거창의 전교협 출발은 1988913일 거창읍 새한 예식장에서 150여 명의 교사가 참석한 상태에서 교육법 개폐 민주교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면서부터다.

거창 전교협은 2년 후인 1989년 거창고등학교에서 개최된 대의원 대회에서 3일간 회의 끝에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해 5월 전교조가 출범했다. 전교조에 참여한 교사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1,511명이 해직되는 탄압을 겪으면서 투쟁을 계속해왔다. 그러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7월에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고 합법화가 됐다.

전교조 출범의 모태가 된 한국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창립총회
전교조 출범의 모태가 된 한국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창립총회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의 출발이 거창에서 교육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 시작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19892월 교직원노조 건설이 결정됨에 따라 거창지역도 895월 발기인 136명으로 거창지역 교직원노조 발기인 대회를 열고, 525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전교조 결성대회에 48명이 참가하게 된다. 896월 거창지역 노조 건설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63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거창지회 결성식을 가지게 된다. 초대 지회장으로 당시 거창 종합고 윤○○ 교사가 선출되었다. 616일 거창읍내 8개 학교 (거창고, 샛별중, 샛별초, 대성고, 대성중, 대성여상, 거창 상고, 거창 종고) 분회가 결성된다.

89722일 한겨레신문에 조합원 명단이 공개되고, 정부와 교육청, 학교 관리자들은 조합 가입 교사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조합 탈퇴를 강요하게 된다.

이러한 강력한 탈퇴 강요에도 굴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1,500여 명이 해직되고, 거창지역에도 8986명의 교사가 해직되게 된다.

교사들이 전교조 가입으로 징계를 받게 되자, 각 학교에서는 동료 교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이 교사들의 징계 철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게 된다. 각 학교 교사들은 무기한 단식 수업, 철야 농성을 실시하고,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은 윤○○ 교사 징계 철회 학생 대책 위원회를 조직하고, 각 교실에 유인물을 뿌리고, 대자보를 붙이며, 교사 징계처리 반대 서명운동을 하게 된다. 거창종합고등학교에서도 윤○○ 교사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서명운동, 리본 달기, 수업거부 등의 항의시위를 하였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시내로 가두행진을 하며 교사 징계 철회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시위 진압 경찰들이 진압봉으로 학생들을 구타하고, 같은 학교 체육주임, 실과 주임 교사가 3학년 신○○ 학생을 안경을 낀 상태에서 구타하고 3m나 되는 다리 아래로 집어던져 한때 의식을 잃어 거창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건이 일어나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단을 파견하고 조사활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8912월 배○○, ○○ 교사가 해임무효확인 소송 및 가처분 신청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패소해 결국 복직을 하지 못하고, 943월이 되어서야 거창지역 해직교사들은 현직으로 복직하게 된다.

당시 교사 징계 철회 운동을 하던 학생들 중 일부는 현재는 거창지역 시민운동의 실무자가 되었고, 거창 종고 풍물패 학생들은 지역 민족문화운동의 한축을 맡고 있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늦봄 조재원(문화 칼럼니스트)
늦봄 조재원(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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