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평빌라 이야기 열네 번째 】그럴수록 더 어울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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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평빌라 이야기 열네 번째 】그럴수록 더 어울리게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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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이가 학교폭력 피해자이니 학교에 다녀가기 바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영이는 특수학급에서 공부합니다. 미술, 체육, 음악 수업과 학급 활동은 또래 친구들이 있는 통합반에서 합니다. 중학교 진학하고 한두 달, 통합반 친구들과 잘 지냈던 터라 이번 일은 갑작스러웠습니다. 부모님 대신해서 시설 직원이 참석해 달라 했지만, 부모님에게 꼭 함께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상담실로 갔습니다. 우리가 들어서자 가해 학생 부모님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자리가 좁아 우리는 의자에 앉고 가해 학생 부모님들은 방바닥에 앉았는데, 모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가슴이 떨려서 눈을 감았습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라는 말이 오갔습니다. 일은 이미 커져 있었습니다.

통합반 담임 선생님이 이번 일을 설명했습니다. 학기 초, 반장과 몇몇 학생에게 신영이가 통합반에서도 잘 지내게 도우라고 부탁했답니다. 반장과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신영이를 도왔고, 통합반과 도움반 오가는 길을 동행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자 아이들과 신영이는 장난을 주고받을 만큼 친해졌습니다. 친하다며 주고받은 장난이 다른 사람 눈에 놀림과 학대로 보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날은 한 친구가 달려가는 신영이를 넘어뜨렸습니다. 무슨 장난 끝에 그랬는지 신영이가 발에 걸려 넘어졌고, 학교폭력이 되었습니다. 그날, 시설 직원이 신영이 목욕을 도와주어서 몸에 난 상처를 기억했습니다. 손톱 같은 것에 긁힌 자국이 목에 있었는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학교 소식 듣고 다시 살폈을 때도 멍 자국이나 다른 상처는 없었습니다.

내내 고개 숙이고 있던 어머니 한 분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자식 잘못 가르친 부모 죄가 크고, 어젯밤 아이를 크게 혼냈으며 앞으로 더 잘 도와주라고 타일렀다며 아버지 한 분이 용서를 구했습니다. 신영이 부모님이 답할 차례에 아버지는 할 말이 없다 했고,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월평빌라의 의견을 묻기에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통합반 학생들에게 신영이를 더 잘 소개하고 부탁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친구들과 신영이가 멀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통합반에 가는 기회가 줄거나 친구들에게 소외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영이 친구들이 받을 상처가 염려됩니다.”

가해니 피해니 할 일이 아닌데, 친구들 사이에, 중학생 소녀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싶었습니다. 잘못이라면 어른과 사회에 있겠죠.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함부로 가해-피해하며 심판대에 세우는지, 가혹합니다. 어떤 아이라도 학교 잘 다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가 더 애를 써야지 않겠는가, 수고와 염려 때문에 약자는 약자끼리 공부한다면, 슬픕니다.

신영이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더욱 돈독해지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상의해서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신영이 부모님 속내는 듣지 못한 채 상담실을 나왔습니다. 부모님은 교무실에 잠깐 들렀다가 집으로 갔습니다. 운동장을 지날 때, 아버지는 긴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한마디 했습니다.

그 아이들도 마음이 안 편할 기라. 그 아이들이 걱정이지.”

얼마 후, 혜림이가 신영이를 집에 초대했습니다. 상담실 바닥에 무릎 꿇었던 혜림이 어머니를 그때 다시 만났습니다. 신영이가 혜림이네서 하룻밤 자고 왔습니다. 그해 신영이 생일잔치를 혜림이 어머니 피자 가게에서 했습니다.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이들이 다 모였습니다.

신영아, 이거 맛있어. ~.”

신영아, 이건 슈프림 피자야. 이번에는 이거 먹어 볼래?”

신영이는 날씬한데 완전 많이 먹어.”

아이들이 신영이를 잘 챙겼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주연이가 신영이 입가를 닦으며 음식 흘리는 것을 봐주었습니다. 자연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잘 지내는지 보였습니다. 여중생 여덟 명이 피자를 순식간에 비웠고, 혜림이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내왔습니다. 친구들이 준비한 선물을 하나씩 뜯을 때마다 다 같이 하하 호호웃었습니다. 영락없는 소녀들이었습니다.

아이 한 명이 학교 다니는 데 온 세상이 필요합니다. 어떤 아이든 같습니다. 약한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수고가 필요할 따름입니다. 분리 격리할 일이 아닙니다. 사고 예방한다며 갈라놓을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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