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방부제"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1~3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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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방부제"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1~3권을 읽고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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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미정

이 소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혹은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다루며 실명을 거론하여 정경유착으로 점철된 현 시국을 진단하고 대책까지 해 놓은 소설이다. 그래서 부패된 지옥 같은 한국이지만 희망이 보인다. 돈의 먹이사슬로 이루어진 정치와 언론과 기업의 오래된 적폐를 샅샅이 파헤쳐 보이며 부정부패의 복잡한 구조를 쉽게 설명해준다.

여기에 <시사 포인트>의 장우진 기자가 있다. 한 기업의 비자금 출처를 알게 되고 취재를 하게 된다. 대부분 기자가 돈의 위력에 넘어가지만, 장우진 기자만은 끝까지 그 사건에 매달리며 파고든다.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취재를 계속 감행한다. 기업과 언론은 광고로 이익 관계에 놓여있고 기업과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으로 엮여있다.

기업은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과 보호로 발전해왔으면서도 분배의 묘수는 모른다. 기업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살고 그 구성원인 국민도 잘 산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여전히 유효한 이 시대를 작가는 개탄한다. IMF 외환위기 때 도산하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량 해고에서 비정규직으로 직원들을 고용했지만, 시절이 지났음에도 45%가 비정규직이다.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도 한 국민은 기업의 횡포에 당하기만 한다. 부정의 고리 속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에서도 신선한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 민변과 일인시위로 시작한 시민단체와 시민 연대 등이다.

1~2권에서는 기업, 대학, 언론, 사법부, 입법부의 부정부패를 밀도 있게 보여주며, 3권에서는 장우진이 기자직을 사직하고 일인 방송을 하며 1000만 명의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열기와 결집을 지속시키며 그 힘을 빌려 새로운 힘을 모으려고 한다.

1000만 명의 시민들이 매달 1000원을 회비로 내는 단체를 100개를 만들어 기업, 정부, 언론 등을 감시 감독하고, 이미 부패한 국회를 멀리하고, 시민 자체에서 시민의회를 만들자는 제안까지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참여하는 정치 선거전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나라의 5대 권력인 입법, 사법, 행정, 언론. 재벌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온상을 시민 권력과 시민의회가 활성화되어 호시탐탐 감시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한다.

국민을 위한 국회여야 하는 그 모델은 청렴과 봉사로 유지되는 스웨덴의 국회이다. 보좌관도 없고 자가용도 없이 자전거로 국회에 출퇴근하며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국회의원들이다. 국민의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오직 국민의 안녕과 풍요만을 고민하는 그야말로 봉사하는 집단이 바로 국회의원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일 것이다. 병들고 썩어가고 있는 사회는 유권자인 우리들의 책임이다. 투표할 때 잠시 주인 노릇 하다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노예의 자리로 내려가는 것이 지금 우리 국민의 현 실정이라고 뼈아프게 꼬집는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라는 말에 나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다. 1000만의 촛불시위로 광장 민주주의 혁명은 이루어졌지만, 일시적인 불꽃으로 끝나버렸다. 광장에서 당당하게 대통령을 비판하듯이 삶의 현장에서 교장, 총장, 사장을 비판할 수 있는가? 광장 민주주의와 현장 민주주의는 여전히 비대칭적으로 괴리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천년의 질문>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회, 정치 전반의 상황들을 구슬에 꿰듯 오롯이 관망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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