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프로그램이 많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의 이름은 배진혁입니다. 올해 35살이고 거창에 온 지 2년 정도 됐습니다. 거창에서 살고 있지만,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부산에서 졸업했습니다. 부산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거창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지금 가조면에 있는 김치공장 내 식품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현재 하는 일에 관해 얘기해주세요.
A> 식품회사 공무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무 직업 중 설비 계열에 속하고요, 그중에 전기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관리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장에서도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 전기를 사용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도 하고 안전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관리도 합니다.
또, 전기 쪽 설비가 고장 나면 고치기도 하고 공사가 있으면 공사를 잡고 그 일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설비 중 위험한 요소들은 제거하면서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무라는 직종이 보통 여러 가지 많은 일을 맡고 있는데요, 저희는 공장에서 관리하는 의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타지에서 오셨으면 외롭겠어요.
A> 가족들과 따로 살고 있어서 혼자 있을 때 편안하면서도 한편으로 불편합니다. 부산에서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 퇴근한 뒤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거창에는 지인들이 없으니까 좀 그렇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취미가 비슷하거나 그렇다면 밖에서도 자주 만나겠지만, 술 이외에는 더 만날 ‘거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Q> 취미가 있나요?
A> 등산을 좋아했지만, 거창에서는 안 가게 되더라고요. 부산에서는 친구들과 같이 다녔는데, 거창에서는 혼자라 돌아다니기도 좀 그렇고, 그나마 다른 취미인 암벽등반은 찾아보니까 있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창에 거창대학 넘어가는 언덕길 쪽에 한 군데가 있어서 다니고 있는데요, 부산과 비교해서 규모의 차이도 있다 보니 일주일에 3~4명 정도 만나는 정도입니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도 모두 자기의 삶이 있다 보니 조금 더 친해지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나름대로 사람들과 만나서 노력한 것 같은데 딱히 그게 쉽지만은 않아요.
Q> 거창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A> 장점은 먼저 공기가 좋고 자연경관이 좋은 것 같습니다. 부산에 있다가 거창에 오면 비염도 덜 해지고 안구건조증도 덜 해지더라고요. 또, 도심 가운데 강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평지라서 걸어 다니기 좋더라고요. 부산은 언덕이 많아서 산책하면 언덕을 다녀야 하거든요
또, 거창은 읍내에서 돌아다녀도 15~20분 정도 걸어 다닐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거창 분들은 짧은 거리인데도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희 회사 분 중 다른 지역에서 온 분들은 택시를 잘 타지 않아요. 큰 도시에서 온 분들은 거리가 짧으면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거창 분들은 다들 차를 타고 다니거든요.
Q> 2년 동안 본 거창에서 좋은 곳이 있다면요?
A> 저는 수승대 가는 길에 서덕들이라고 있는데 거기가 좋습니다. 영화 ‘귀향’의 첫 장면에 나왔던 들판인데, 전봇대가 없어요. 앞뒤로 산도 있고 들판도 넓고 보기에 편하더라고요. 특히 가을에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거창에는 행사도 많이 하더라고요. 강가에서 축제도 하고 스포츠파크에서도 축제가 열리더라고요. 군청 앞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볼거리가 생각나는 게, 거창에서 출근하면서 가조로 내려갈 때 한 번씩 안개가 마치 구름이 낮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것도 좋고, 가조 쪽에 바위산들도 보면 예쁩니다.
특히, 건계정까지 가는 산책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강을 따라 왕복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또, 심소정 자전거길도 좋습니다. 창포원 가는 길에 강둑이 있는데, 자연산 머루가 있더라고요. 산책하다가 따서 먹기도 했었습니다.
음식은 가조에 ‘신가네 짬뽕’이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바우’라고 식당이 있는데 거기도 맛있더라고요. 거창에서는 동바리나 왓쇼이를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말에는 식당이 문을 닫는 곳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Q> 청년들이 왜 거창에 안 올까요?
A> 거창은 일자리가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거창 주변에는 큰 기업이 없잖아요.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게 서울우유랑 김치공장이 아닐까요?
또, 거창에서 청년들이 타지에서 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창이 좁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청년들은 ‘어? 나도 나가볼까? 나도 나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네?’라고 생각하는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창에 살고 싶어도 대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다 보면 새로운 문화생활에 눈을 뜨게 되고 그러다 보니 대도시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거창뿐만 아니라 부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부산도 일자리가 없습니다. 제가 왜 여기까지 왔겠어요?
공장들이 다 자동화되고 조그마한 공장들이 많다 보니 자리도 많지 않은 데다 4년간 공부했던 취업 준비생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곳이 많은 거죠.
적어도 자기 눈에는 이름 있는 기업에 다니려고 할 테니까요. 제 친구들도 부산에서 일하는 경우가 열에 두세 명밖에 없습니다.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 ‘왜 여기서 일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마 일자리 문제는 거창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근데 제가 생각나는 건 거창에서 귀농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그런 귀농 프로그램이 더 많이 발전돼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더 거창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A> 아직은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거창에 온 지 2년이 다되어가도록 친구를 많이 못 사귀었다는 점에서 아쉬워서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고 싶네요. 만날 기회가 적긴 하지만 노력을 해봐야죠.
그리고 거창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중심인 점을 이용해 이전에는 가기 힘들었던 전라도나 충청도 쪽으로 여행을 다니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민거리는 많지만 생각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현재는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조금 더 발전할 방향을 찾으면서 살아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