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베트남으로 돌아오는 이 여행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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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베트남으로 돌아오는 이 여행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1.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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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중 교사 오종신

2019년의 마지막 날 겨울 방학식을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지만, 학교는 여전히 바쁩니다. 연수와 평가, 결산과 계획, 그리고 개인적인 여러 숙제를 하고 있자니 불과 열흘 전에 다녀온 베트남에서의 시간이 까마득히 느껴집니다.

우리 학교는 3년째 국제교류를 진행해왔습니다. 2017년 여름에는 보름간 미국 엘에이(LA)와 애리조나에 있는 호피 인디언 보호구역을 방문하였고, 2018년 여름에는 그 인연으로 세 명의 인디언 청소년을 초청해서 일주일간 거창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겨울에는 베트남 하노이와 사파, 하노이 서북쪽에 있는 자매학교인 동루안중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2019년 마지막 주간 16명의 아이와 함께 하노이, 하롱베이, 그리고 동루안중학교에 다시 들렀습니다.

두 번째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며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5일 동안 여행의 실무자이자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도 부담이었지만, 동루안중학교 선생님과 학생을 거창에 초청하려는 계획이 지난해 6월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기금마련을 위해 아이들과 바자회를 열었고, 한 주를 국제교류 주간(동루안 WEEK)으로 보낼 여러 구상도 해보고 모범사례를 찾아 교장 선생님과 안동에도 다녀왔습니다. 계획이 구체화 될 즈음 다문화센터는 통역 지원을 약속했고 하노이에 있는 대사관에 비자 승인 요청도 했습니다. 학교 사정상 계획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마지막 이메일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다행히 5일간의 일정은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애초 동루안을 만나게 다리를 놓아 준 아림 공장을 방문하여 본, 1,200명의 노동자가 동시에 옷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과 이들이 타고 온 천여 대의 오토바이 주차장은 새로웠습니다. 하노이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너무나 아름다운 하롱베이는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과 여러 인생 최고 장면을 선사했습니다.

동루안중학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심을 다해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오전반 아이들이 모두 귀가한 시간이었지만 선생님과 학생들은 밥시간도 미루고 우리를 기다려주었습니다. 환영식장 제 옆에 앉은 한 선생님은 연신 엄지를 치켜들며 박항서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두 번째로 동행한 베트남이 고향인 친구는 쭈뼛거리며 말 한마디 하기 부끄러워하던 작년과는 너무 다르게 이제 양교 교장 선생님 사이에서 통역사로 섰습니다.

돌아와 아이들의 소감문을 정리하던 중 위의 첫 문장은 여전히 부산하던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통역을 자처한 그 친구의 글이었습니다. 아쉬움으로 시작된 먼 길, 처음 타는 비행기로 설레는 길, 친구들과 함께여서 행복한 길, 혹은 누군가는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렸을지 모르는 길. 각자 다른 이유로 떠난 길이었지만, 우리 중 누군가에게는 돌아오는길이었다는 사실에, 반짝반짝 빛나는 샛별이 그 길의 길벗이었다는 사실에 1년 묵은 감정이 내려갑니다.

다시 새해 계획을 세우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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