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1) 「엄마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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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1) 「엄마의 의자」
  • 한들신문
  • 승인 2020.01.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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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자

베나 윌리엄스 글 / 그림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1999.01
베나 윌리엄스 글 /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1999.01

의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편안하게 기대 쉴 수 있는 자리가 생각나네요. ‘엄마의 의자라고 하면요? 혹시, 고단한 엄마에게 필요한 의자를 마련해 주려고 애쓰는 소녀가 떠오르진 않나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이처럼 따뜻한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예요.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밝은 색감과 아기자기한 지면 구성이 눈길을 끄는 그림책이에요.

 

우리 엄마는 블루 타일 식당에서 일하십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나는 가끔 식당으로 엄마를 찾아갑니다. 그러면 식당 주인인 조세핀 아줌마는 나에게도 일거리를 주십니다.

 

아이의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아이는 가끔 일을 도와주면 수고비를 조금 받아요. 그러면 그 돈의 절반을 커다란 유리병에 넣죠. 아이의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반에서 병을 내려 팁으로 받은 잔돈을 꺼내 세어본 뒤 몽땅 집어넣어요. 처음에는 큰 유리병에 동전이 몇 개 없다가 조금씩 채워져요. 짐작했겠지만 돈을 모아서 꼭 사고 싶은 게 있거든요. 바로 엄마의 의자말이에요. 멋있고, 아름답고, 푹신하고, 아늑한 안락의자 말이에요. 벨벳 바탕에 장미꽃 무늬가 가득한 의자를 사려고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자를요.

 

이 집에는 사연이 있거든요. 작년에 살던 집에 큰불이 나서 죄다 타 버렸어요. 엄마랑 신발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있지 뭐예요. 다행히 할머니랑 고양이는 무사했지만,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은 죄다 타서 시꺼먼 숯덩이와 재가 되었어요.

얼마나 막막했겠어요? 그렇지만 친척들과 이웃의 도움으로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있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우리의 인생이 좋은 일도 있고 궂은일도 있지만 결국 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하는가에 달렸지 않은가 생각해요.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고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돕고 사는 거 말이에요. 이 책에는 그런 따뜻함이 물씬 묻어나서 좋아요.

 

새집으로 이사하던 날, 이웃 사람들이 피자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또 여러 가지 살림살이도 갖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모두 어쩌면 이렇게 인정이 많으신지,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이 애들은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집안 형편이 나아지기는 힘들었죠. 드디어 일 년 후 유리병이 가득 찼어요. 한쪽 면 가득 동전이 채워진 유리병을 보니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의자를 사러 나가서 가족 모두가 꿈꾸어 온 의자를 발견해요. 이 행복한 의자에 앉아서 어떤 꿈을 꿀까요? 소소한 우리의 일상 이야기가 진짜 대단한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을 쓴 베라 윌리엄스는 주로 가족,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돈이나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여럿이 함께 사는 즐거움이나 사람들 간의 따뜻한 정을 다루었어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일으키는 그림은 마치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단순한 것이 특징이에요. 이 그림책 한 장 한 장마다 테두리가 쳐 있는데 장면의 핵심 분위기를 표현한 거 같아요. 또 왼쪽 면에는 그림, 오른쪽 면에는 글을 배치했어요. 글 밑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그려놓아 보는 재미를 더했죠. 아마도 이 책을 본다면 두고두고 보고 싶어질 거예요.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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