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 ‘마을 역사 연구’의 주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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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 ‘마을 역사 연구’의 주인이 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1.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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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로 일구는 ‘지역 자치’의 물줄기 되기를

주민 스스로가 마을 역사 연구의 주인이 되어 마을의 역사와 지역 주민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관계 기사 1)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이 그 책의 이름이다. 책을 만든 이들은 웅양면 하성(적화의 현재 이름)마을의 주민 중 평균 나이가 75세인 17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하성마을 역사연구회회원들이다.

2016년 봄부터 올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4년간에 걸쳐 회원들이 적화’ 14 동네를 두 차례 방문하고 수많은 마을 사람들과 면담을 하고 80세가 넘는 고령의 분들이 답사를 위해 산을 두 번 세 번 오르는 어려움 끝에 일궈낸 결과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값지다.

책의 서문에 실린 연구회의 설립과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읽으니 지금의 성과가 우연한 문화활동의 산출물이라기보다 마을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주민들의 노력에 의한 주민 자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지역 정치의 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긴다.

지역의 현대사를 조명하고 지역 민중의 이야기를 지역사로 엮어 향토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자…….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는 데 중점……. 일제강점기부터 6·25를 거쳐 새마을운동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경험을 통해 현대사를 조망하고, 지역 민중 이야기를 역사화하는 시도인 이 책의 발간은 새로운 지역사 연구의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를 일궈낸 그동안의 주민 자치의 성장이다. 1999년 폐교된 하성초등학교를 주민들이 나서서 폐교 살리기 운동을 통해 2015단노을 생활문화센터로 거듭나게 하고 14개 마을 주민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강연회, 마을 축제의 장으로뿐만 아니라 마을 역사연구회, 풍물반, 기타반, 난타반 등 주민의 끼를 발산하고 배움을 이루는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민 자치의 노력과 그것의 성장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중요한 점이다. 그것이 주민 자신의 역사 쓰기에 이르게 한 힘이라고 여긴다.

집단 역학의 이론적 구축자로 알려진 쿠르트 레빈은 변화가 효과적이려면 어떤 문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그 변화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가 2차 세계대전 무렵에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와 공동 작업을 통해 확인한 내용은 특정 식료품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주부 실험에서 영양 전문가의 강연을 들은 그룹과 상호 토론을 활성화한 주부 그룹을 비교한 결과 토론 그룹이 강연을 받은 그룹보다 소비 행동을 더 많이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주민에 의한 마을 역사 쓰기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간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박수는, 참여를 통해 몸속에 새겨진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뿐더러 더 많은 주민 자치의 경험으로 이어져 나갈 것을 바라마지 않기에 더 열렬하다. 출판을 기념하는 마을 잔치 자리에서 동네의 고등학생이 역사연구회 할아버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얘기한 대로 또다시 경험이 역사가 되어 세대를 넘어 이어져 갈 것이다. 또한, 출판 기념의 자리에서 치사를 아끼지 않은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그 자리가 주민이 일궈낸 주민 자치의 성과를 배우는 체험의 자리였기를 바란다.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 그 마을의 역사가 더욱더 깊어지기를 희망하는 것은 그 지역의 물줄기가 옆으로도 앞으로도 이어져 퍼져 나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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