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마당 대축제, ‘이름이 아닌 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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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마당 대축제, ‘이름이 아닌 틀을 바꿔야 한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2.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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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한계가 명확한데 이름만 바꿔서야’
주민들, “정체성 확립부터”

거창군이 지난 128일부터 거창한마당 대축제의 명칭을 공모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의 반응은 차갑다. 명칭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문화적인 내용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새로운 축제를 만들기 힘들다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통합 축제의 명칭 찾기 쉬울까?

거창군은 227일까지 거창한마당 대축제의 명칭 변경을 위한 거창군 대표축제 명칭을 공모하고 있다. 군은 거창한마당 대축제의 대외적 상표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축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명칭은 내부 심사를 통해 3월 말 선정할 예정이며 선정된 명칭을 제안한 사람에게는 100만 원의 시상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떠한 명칭을 붙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창한마당 대축제는 아림예술제와 녹색 곳간 거창농산물 대축제, 군민체육대회, 평생학습 축제 등 여러 축제를 통합시킨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여러 축제를 한 이름에 담아내야 하는데, 모든 의미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어떤 명칭이 선정되더라도 각각의 축제가 가진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지역 축제 명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의미한 공모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창포원 명칭 공모도 결국 제자리였다.

지난 201812, 거창군은 창포원의 명칭을 공모하겠다고 나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창포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야심 차게 준비했다. 상금도 300만 원이나 걸었다.

하지만 그 당시 거창 주민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려야 하는데, 창포를 주제로 공원을 조성해놓고 공원 전체를 나타내기에 한계가 있다라며 이름을 바꾼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애초에 창포를 주제로 잡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결국, 창포원의 명칭은 바뀌지 않았다. 명칭 심의 과정에서 특별한 명칭이 나오지 않은 데다 대외적으로 창포를 주제로 공원을 꾸민 곳이 없어 희소성도 있고 차별화됐으니,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그런 이유로 거창 주민은 축제의 정체성부터 확립한 뒤 축제 명칭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함양의 산삼축제와 산청의 한방약초축제는 산삼약초라는 제대로 된 주제를 갖고 있다. 주제가 명확하다 보니 지역의 문화 정체성까지 확고해졌다. 이는 지역의 대표 상표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주민이 소득을 올리는데도 일부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거창한마당 대축제는 그러한 정체성이 없다. 특히, 매년 일회성으로 열리다 보니 수십억 원이 투자된 지역 축제가 문화 환경마저 갖추지 못하는, 이벤트성 행사로 매몰되고 있다.

지금까지 거창한마당 대축제 주관 단체들이 지역의 문화 환경을 바꾸어 나갈까에 대한 고민이 없이, 그저 이번 축제를 잘 치르는 방안만 생각했다. 거창만이 가진 문화적인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전통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데, 거창의 지역성은 물론 지역 주민의 참여마저 외면하고 있다. 문화 환경 조성 없이 이벤트 회사를 중심으로 축제가 기획되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행정에 의해 동원되는 결과가 생기게 됐다.

몇 해 전부터 거창한마당 대축제에 대한 위원회를 꾸리고 행정 업무가 거창문화재단으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축제의 정체성을 다시 고민하지 않고서는 거창만의 축제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창의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축제 평가 기준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고 경제 부가가치가 있었느냐를 보는 게 아니라 주민이 원하는 축제가 됐는지, 문화적 파급효과는 얼마나 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거시적인 사전·사후 평가가 되지 않는다면, 발전되지 못하고 정체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의 측면에서 봤을 때 공공성을 담아야 하는데, 주민의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면서 주민의 참여를 전제로, 축제의 주춧돌을 놓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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