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평빌라 이야기 열여섯 번째 】월평빌라 입주자의 직장생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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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평빌라 이야기 열여섯 번째 】월평빌라 입주자의 직장생활 (2)
  • 한들신문
  • 승인 2020.02.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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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월평빌라에서 직장은? 시설 입주자가 지역사회 일반 사업장에서 일하게 지원합니다. 입주자가 여느 직장인처럼 살고, 지역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 일하도록 도우려는 뜻에서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 거절하는 곳이 있습니다. 거절당하는 당사자도 있고요. 괜찮습니다. 우리 관심은 일할 수 있는 한 곳입니다. 거절한 아흔아홉 곳에 시선을 두지 않습니다.

거절, 여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내 일터에서 약자가 일한다, 시설 입주자와 함께 일한다라는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약자는 저기 약자끼리 일하는 데서 일해야 하는데 말이죠. 특히 시설 입주자는 더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설 입주자와 시설 직원이 찾아와서 함께 일하자고 하니 적잖이 당황했을 겁니다. 우선 거절했지만, ‘약자와 함께 일한다라는 생각이 비로소 생기고 한동안 남을 겁니다. 거절당했다고 낙심할 일만은 아닙니다.

거절당한 당사자는 어쩌죠? 수치, 낙심, 절망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시설 직원이 당사자 대신 직장을 구하지는 않습니다. 당사자가 겪는 좌절이나 괴로움이 있겠지만 그마저 당사자의 몫입니다. 당사자 대신 직장 알아보고 내일부터 저기로 출근하세요.” 하는 것이야말로 당사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겁니다. 좌절과 괴로움을 잘 받아들이고 잘 이겨내게 돕습니다. 낙심하며 주저앉아 있을 일이 아닙니다. 다음다음 또 다음 하며 나아갈 일입니다. 거절도 몇 번 경험하면 익숙해집니다. ‘거절당하는 힘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생깁니다.

면접의 떨림. 좋은 직장 좋은 사람 만나서 면접을 본다면 준비를 잘합니다. 누구 추천으로 면접 보게 되더라도 당사자에게 그 과정을 잘 설명합니다. 무조건 오라는 경우도 가능하면 이력서 내고 면접을 보게 합니다.

면접 준비를 잘해야죠. 미용실, 목욕탕 다녀오고, 옷을 장만하거나 잘 다려서 갖춰 입습니다. 예상 질문을 뽑고 어떻게 대답할지 연습합니다. 사전에 예상 질문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누구라도 면접관 앞에 서면 떨리죠. 그 떨림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나팔꽃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줄기를 뻗을 때의 가느다란 떨림이라고 합니다. 떨림이 있어야 불합격의 고배도 합격의 환희도 그 사람의 것이고 실제가 됩니다. 면접관 앞에는 당사자를 세웁니다.

취업은 종결? 취업했다면, 시설과 시설 직원이 할 일은? 취업했으니 종결할까요? 취업 후에는 당사자가 그 일을 잘하도록,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도록, 직장인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합니다.

출퇴근에서 맡은 업무에 이르기까지 당사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조금씩 늘어나게 돕습니다. 혼자 걸어 다닐 만한가, 버스 타고 다닐 만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조금씩 발전하는 것은 무엇인가, 동료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무엇인지 살펴서 지원합니다.

동료와의 관계를 지원합니다. 생일, 결혼, 출산, 집들이, 입원, 초상 같은 동료의 경조사를 챙기도록 돕고, 회의, 회식, 연수 같은 직장 행사에 참여하게 돕고, 연말연시나 명절에 선물하고 인사하도록 도와 직장 동료로서 직장인으로서 잘 지내게 합니다.

시설 입주자에게 직장의 유익. 직장 다니는 입주자는 생활에 활기가 있고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일하고 돈을 번다는 자부심이 있고, 여러 이유로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자기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것 사고, 하고 싶은 것 하는 여유와 여가가 생깁니다. 당사자가 가장 잘 느낍니다. 이웃해 사는 다른 입주자도 그걸 느낍니다.

시설 입주자에게 직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일하는 곳입니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근로시간이 얼마냐, 월급이 얼마냐에 앞서 직장이 있다가 중요해 보입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어디 갈 곳이 있고, 가면 반기고 함께 일할 사람이 있다는, 소속이 있고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는 것 같습니다. 시설 입주자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여느 사람이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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