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2) 「니 꿈은 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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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2) 「니 꿈은 뭐이가?」
  • 한들신문
  • 승인 2020.02.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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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나는 하늘을 훨훨 날고 싶었어야~

 

너덜너덜 짚신 신고 덜컹덜컹 소달구지를 타던 시대에 한 소녀는 꿈을 꿉니다. 스미스란 미국 사람이 비행기를 몰고 하늘을 날아오르던 것을 본 후로 마음이 들썩들썩합니다. 조선 사람들은 자동차도 잘 모르던 시절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라니요? 사람들이 비행기를 보고 사람이 괴물을 타고 하늘을 난다라고 표현했으니 스미스는 간이 큰 괴물이었겠지요. 그런데 그 비행을 눈여겨본 소녀가 있었어요.

여자라고 못하겠어? 조선 사람이라고 왜 못하겠어? 얼른얼른 커서 꼭 비행사가 될 거야.’

열일곱 살 권기옥은 드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기에 꿈을 실어봅니다.

 

니 꿈은 뭐이가?

나는 하늘을 훨훨 날고 싶었어야~

 

1901년 권기옥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41남 중 둘째 딸로 태어납니다. 비행사를 꿈꿀 정도라면 집안이 잘살았겠다 생각이 들지만, 어릴 때 은단 공장에서 일할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어요. 똑똑하고 총명한 기옥을 안쓰러워 한 목사님이 학교를 보내주셨는데, 동생을 업고 갈 정도였지요. 아버지는 노름으로 재산을 다 날리고 기옥이 태어날 때 남자가 아니라서 얼른 가라, 죽으라는 뜻으로 갈례라 불렀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조그만 손으로 집안일과 공장에서 일한 돈으로 동생들 밥을 먹이니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그런 마음이었는지 기옥은 자유로이 훨훨 나는 비행기가 좋았나 봐요.

191931, 만세 운동에 참여하여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서 모진 고문을 받으며 감옥에 갇히게 되어요. 그때 기옥은 만세만 외친다고 나라를 되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감옥에서 나온 후 중국에 가는 배를 탑니다. 거친 파도를 보며 기옥은 두 가지 꿈을 확고히 합니다. 하나는 비행사가 되어서 하늘을 나는 것과,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날아가서 일본과 싸우겠다는 결심이지요.

그 당시 중국의 비행학교는 여자를 못 들어오게 했는데요, 기옥은 임시정부의 편지를 들고 가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꼭 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합니다. 좌절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드디어 비행학교 학생이 되어 남자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아요. 어지러움을 견디는 훈련, 비행기를 조종하고 고치는 기술까지 배웁니다. 마침내 자기 손으로 비행기를 조종하여 하늘을 날던 날, 그동안 참고 견디며 고생했던 것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편견에 굴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꿋꿋하게, 가슴 속에 꿈을 간직하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이룬 것이기에 벅찬 감동이 그림처럼 뭉게뭉게 솟아납니다.

이 책은 어려운 처지나 제도, 관습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열어간 당찬 여성의 삶을 다룹니다. 일인칭 시점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사진을 오리고 붙여 인물 그림책으로서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뒷부분은 본문의 내용과 관련된 주인공의 구체적인 삶을 실제 사진과 함께 자세히 알려주어요. 읽어보면 더 많은 가르침과 배움을 주는데요. 그의 한 가지 꿈은 일본의 패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해방되어 우리나라로 돌아와 함께 공군을 만들고 비행사로 일했던 경험으로 인재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우리의 역사를 잊어버리지 말라고 한국 연감을 펴내는데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어요. 권기옥 덕분에 중국에서도 여자들이 비행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해요. 누군가의 길을 넓히기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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