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3) 「이상한 엄마」
상태바
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3) 「이상한 엄마」
  • 한들신문
  • 승인 2020.02.24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은주

그림책의 봉테일, 그녀를 응원합니다.

백희나 글/그림책 읽는 곰2016.05
백희나 글/그림
책 읽는 곰
2016.05

참 바뀔 만도 한데 안 된다. 원고 마감 날이 코앞에 닥쳐야 글이 쓰인다. 언젠가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저작권에 관한 기사를 읽고 그녀의 책을 한 번 소개해야지 했다.

그녀가 만든 책은 나오기가 무섭게 어린이나 어른의 손때를 타서 도서관에서는 책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당연히 출판사는 백희나 작가를 주목한다. 독자들도 일 년에 한 권 정도, 책을 짓는 그녀의 다음 책을 궁금해한다. ‘짓는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은 집을 짓듯이 그녀만의 책은 공들여 짓는 독특함이 있다.

이상한 엄마를 골랐다. 짓는 방법은 이렇다. 제목이 될 만한 글감을 구성하는데, 주로 일상에서 찾는다. 이 책은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밑바탕이 되었다. 교육 공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답게 독특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 이 책은 배경도 캐릭터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찰흙의 일종인 스컬피로 캐릭터를 빚어낸 뒤 오븐에 구워내 눈, , 입을 그려낸다. 옷도 직접 손으로 만든다. 실내 배경은 소품을 일일이 다 만들어 연출하고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그림책을 완성해간다.

이상한 엄마는 표지부터 궁금증을 갖게 한다. 구름으로 얼굴을 가린 저 사람? 작가의 다른 그림책을 보았을 독자는 장수탕 선녀님의 선녀를 떠올릴 것이다. 구름이 나오니 구름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첫 장의 달걀도 자주 나오는 소재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책은 어떤 것을 소재 삼아 만들었는지 소품이나 등장 인형에 주목하는데 어, 이 책 첫 장부터 빨려 들어가는 매력을 도입부에 두었다. 흰 구름에 먹을 쏟아 보색대비로 서로 섞이는 것이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며 판타지로 이끄는 모양새이다. 더 생각이 머무는 것은 이상한 엄마붉은 글씨에서 떨어지는 것을 작가는 먹물이란 단어를 썼다. 내 눈에는 먹물보다 진한 핏방울의 이미지로 보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가족애가 무엇보다도 깊다는 뜻으로 전달되거나 엄마라는 커다란 둥지가 가족을 지키는 의미라면 내 해석도 나쁘지 않다. 그림책 볼 때마다 새로운 사물을 관찰하는 독자만의 눈요기이기도 하다.

먹물 효과인지 그날,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호호가 아파서 조퇴했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 일하는 엄마의 직장이 바쁨을 여기저기 소품으로 보여준다. 전화를 걸어보지만, 연결은 커녕 잡음만 지직댄다. 그때 누군가 기적처럼 응답한다. 엄마는 친정엄마라 믿고 다짜고짜 호호를 부탁한다. 호호네 집을 찾아온 사람은 뭔가 수상하다. 얼굴은 몽달귀신처럼 하얗게 비녀를 찔러 넣은 나비 모양 머리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상한 엄마의 이상한 행동은 점점 집안에 따스함을 불어 넣는다. 이상한 엄마가 달걀을 팬에 부치면 집은 따뜻하게 달아오른다. 거품 낸 달걀흰자를 끓는 우유에 떠 넣으니 부엌 한쪽에 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이상한 엄마가 열이 난 호호를 눕힌 곳은 커다랗고 푹신한 구름. 호호는 이내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든다. 절박함에 긴장했던 엄마도 집으로 돌아와 호호 옆에서 구름 속 포근함에 가족의 온기를 느끼며 잠을 청한다. 깨어나 보니 엄청난 저녁밥, 누군가의 따스한 한 끼를 차려준 것으로 보아 이상한 엄마는 정말 엄마의 엄마처럼 느껴진다. 냉장고에 붙인 아이의 삐뚤빼뚤한 그림. 덕지덕지 붙은 메모지, 우리가 사는 현실의 풍경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 이 선녀. 호호 엄마가 절실할 때, 또 올 모양이다. 호호 엄마는 괴상한 옷자락을 만지며 호기심 어린 눈 표정을 짓지만, 이상한 엄마의 선녀님은 구름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누구나 한 번쯤, 절실할 때가 있다. 아이가 아플 때 바로 달려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일까? 부모야 한결같이 그 해결책을 알아보려고 발을 동동거리지 않을까?

이 책은 작가가 구름빵저작권 소송을 치르며 준비해 온 책이다. 자식과 같은 창작된 작품을 해결해 보려 애쓴 좌절 속에서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준 책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창작자들에게 정말 심각하게 타격을 주는 판례로 남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보태 달라

 

백희나 작가가 저작권 소송에서 지고 재심사를 대법원에 신청하며 남긴 부탁의 말이다. 구름빵사건이 오랫동안 외면된 사이에 또 다른 저작권 문제로 이상 문학상수상자들이 상을 거부하는 문제가 터졌다. 오래전부터 해오던 대로 출판사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의 고통에 대한 대가인데도 저작권자가 관련법을 잘 모른다는 점,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녀의 외침에 나는 어떤 힘을 보탤까? 고민하다 이 코너에 책을 소개하며 백희나 작가가 연속적으로 공들여 짓고 있는 이상한 손님에 이어 이상한 출판사를 써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그녀의 작품 속의 모든 소재는 실생활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