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텃세? 농촌 공동체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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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텃세? 농촌 공동체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 한들신문
  • 승인 2020.03.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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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고재천
귀농인 고재천

이제 귀농 1년 차. 돌아보니 귀농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제로 준비한 기간이 2년 정도 된다. 본격적으로 귀농을 준비하기 위해 귀농학교에 다니기도 하고, 먼저 귀농한 지인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 등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실제 귀농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귀농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라는 것이었다. 마을 선주민의 텃세로 귀농인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결국에는 귀농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은 탓에 나 역시 정착하려고 했을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였고 그래서인지 주민들을 만나면 말이나 행동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내 경우에는 크게 특별한 마찰이 없었다. 오히려 뒷밭의 인자한 어르신 얼굴이 떠오르고, 일하는데 덥다고 미숫가루를 타주시던 동네 할머니, 대동제와 체육대회 때 굉장히 반겨주신 마을 어른들이 생각이 난다. 내가 괜한 걱정이 많았구나 싶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마을과는 떨어져 있어 못 느끼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아니면 나는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귀농하신 한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귀농인들은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선주민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가 상충될 때가 많다고 하셨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사고에 공감하지 못해 갈등이 더욱 증폭된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선주민이신 한 선배님은 당연히 귀농인들이 많이 정착해서 지역 사회에 잘 융화되고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일부에서는 외지에서 들어와서, 선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와 이익 등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여 배척하기도 한다고 했다. 결국 가치관의 차이와 이익의 분배에 있어서 생기는 갈등이다.

그럼 도시에서는 이런 갈등이 없을까사실, 회사에서든, 학교에서는 그 조직 내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 조직에 융합되기 위해 조정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많은 갈등이 생기는데 이는 그 조직에 적응하려면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며, 이 또한 신구의 가치관과 기득권의 이익으로 발생 되는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귀농인과 선주민 간의 갈등도 지역 사회에 서로 융합되기 위해 거치는 같은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겪는 진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도시에서 바라보는 귀농이란 카테고리 안에서는 이렇게 당연할 수도 있는 갈등을 텃세라는 단어로 규정하고, 여기에 귀농인과 선주민 간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귀농인은 피해자이고 선주민이 가해자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귀농인들이 정착하려고 논.밭이나 집터를 살 때 실제 마을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게 주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 덕분에 마을의 땅값을 올려놓기도 하고 더 낮은 가격으로 매매하고자 했던 마을 사람과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귀농인들도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을 선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귀농인들이 마냥 반가울 리 없다. 그럴 때 길을 내어 주지 않는다든가 물을 못 끌어오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귀농인들을 힘들 게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귀농인들은 이것을 텃세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없는가? 도시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일어날 때도 있지 않은가.

대략 10~15년 전부터 귀농,귀촌 바람이 불어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이주해 왔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가 있을 거라 보지만, 귀농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도시의 각박함과 경쟁에 대한 염증이었을 것이다. 도시에 비해 농촌은 더 따뜻하고 너그러울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도시나, 시골이나, 대한민국이나, 저 멀리 아프리카나 다 다 똑같기 때문이다. 결국은 농촌 공동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던 것이 갈등, 텃세라는 단어로 강조되고, 심지어는 귀농 교육의 과정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귀농 교육 중 마을 공동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텃세를 강조하고 조심하기를 당부하는 것보다 농촌 공동체의 특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려주어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귀농인들은 내가 어느 선까지 그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선주민들 역시 귀농인들에 대한 편견을 조금 버리고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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