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백종숙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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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백종숙 조합원
  • 한들신문
  • 승인 2020.03.1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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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실력파 일꾼 “지역사회문화연구소” 소장 백종숙 조합원

백종숙은 모두가 탐내고 욕심내는 실력파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일을 부탁할 때 바쁜 사람에게 부탁하면 확실하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백종숙 소장이다.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깔끔하고 확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지역사회문화연구소에서 백소장을 만났다. 군더더기 없는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림신문에 근무했었잖아요? 아림신문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고향 친구한테 거창에서 꽤 괜찮은 신문이 창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내려오게 되었죠. 제가 903월에 아림신문에 들어왔으니까 창간된 지 일 년이 좀 안 되었지요. 신문사가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때였어요.

아림신문은 19893월에 창간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250명의 발기인과 주주가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5월에 창간 소식지를 발간하고 10월에 창간호가 나왔어요. 제가 근무할 당시 김영수 씨가 사장이었고 최찬도 씨가 편집인, 오인태 씨가 편집국장을 맡았어요. 기자가 저까지 포함해서 5명이었고, 광고부장과 경리까지 있었으니 식구가 많았죠.

지금의 한들신문처럼 그때 아림신문도 신문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민주화 열기와 지방 자치제 실현을 앞두고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언론이 일조할 것이라고 모두가 꿈을 꾸었죠. 그런 꿈을 함께 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었고요.

아림신문은 창간사에 꺾이지 않는 양심을 강조했어요. 아림신문이 우려했던 것은 어느 개인의 재력이나 특정 집단의 지원으로 신문이 발간되는 것이었어요. 신문이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죠. 그것이 군민 주 모금 형태로 출발했던 아림신문의 정신이라고 봐요. 저는 그런 아림신문의 창간 취지가 좋았어요.

하지만 매주 발간되는 신문 제작 비용과 직원들 급여에 대한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주주들이 만든 신문이라고 하지만 계속되는 재정적 부담을 김영수 사장님이 감당해야 했으니. 김영수 씨 다음으로 최찬도 씨가 사장을 이어받으면서도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소를 팔아서 인쇄비와 직원들 급여를 메꾸었다고 들었어요. 사실 이분들의 헌신으로 신문사가 유지되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죄송할 따름이죠. 박봉에도 오랫동안 아림신문 기자로 책무를 다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떠났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한들신문 창간 때부터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요?

잠깐이나마 신문사에 근무했던 경험이 한들신문 창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재정의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신문을 발간할 재정이 안정되지 못하면 좋은 신문이 나올 수 없거든요. 한들신문이 개인이 아닌 언론협동조합 신문이라는 데 희망을 걸었어요. 초창기에는 광고부에 참가하였다가 현재는 편집위원으로 신문 편집에 참여하고 있어요.

 

한들신문에 거는 기대는 어떤 것인지요?

저는 한들신문이 중앙 언론에서 다루지 못하는 지역 언론의 특수성을 잘 살렸으면 해요.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과 거창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거창지역 사회의 내면 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더 많은 구독자와 조합원, 전문가들이 모여야 해요. 거창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여기에 한들신문의 희망이 있다고 보거든요.

지금 한들신문은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참여가 한들신문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취재기자와 편집기자가 주축이지만, 편집위원과 조합원과 구독자들이 참여하여 지면을 채우고, 광고, 배포까지 조합원들이 하고 있으니 이것이 한들신문의 자랑이 아닐는지요? (웃음)

 

최초의 마을 역사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을 쓰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듣고 싶어요.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하성마을 역사연구회의 활동을 기록한 거예요. 2016년부터 웅양면 적화 14개 마을과 주변 마을을 탐방하며 마을 이야기에 귀 기울여왔어요. 나라의 역사를 국사라 하듯이 마을 이야기가 향토사가 되고, 이것이 모여 한 국가의 역사가 되는 것아니겠어요? 저는 지금 이곳에 살아가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는 그런 마을역사책 한 권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고, 농협이 생기고, 술도가, 방앗간, ‘점빵……. 일제강점기부터 새마을운동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한국 사회 농촌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글로 옮겼는데 생각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아요. (웃음)

하성마을 역사연구회평균연령이 75세가 넘은 어른들이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보조로 들어갔어요. 녹취하고, 기록하고, 자료 준비하고 심부름꾼 역할이었죠. 기록하는데 제가 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를 알아듣지를 못하는 거예요. “저기, 저걸 오리설이라캐.” 그러면 또 다른 분은 거가 아이고, 저 뒤가 오리라카던데.” 마을 어르신들은 저기, 거기로 지칭하는데 마을 지리를 모르는 저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예요. 기록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그런 부분이었어요. 또 동네마다 독특한 분위기나 자연환경 등이 있다는 걸 마을 역사를 쓰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이런 것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억에 남는 마을은 마을 공동체가 세 번이나 큰 사건을 겪은 개화마을의 이야기였어요. 큰일을 당하면서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아오신 마을 분들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했어요.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마을 역사 공부 시간에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이는 거예요. 회관에 빼곡히 앉아 계신 어르신들을 보며 일종의 책임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어요.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많은 것을 기록해두어야겠다는…….

 

2017년도에 <적화 14개 마을을 찾아서>라는 책을 발간했어요. 책이 나오고 나서 한동안 마음고생을 좀 했었죠. 제가 마을 분들이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실었어요. 책이 나오고 나서야 책에 실린 이야기가 어떤 분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번 책에도 달밤에 모심은 논에서 죽창을 들고 싸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마을에서 회자하는 이야기지만 죽창 대신 대나무로 싸웠다는 표현을 한 것도 지난번 영향이 컸던 거죠. (웃음)

<적화차를 타는 사람들> 책이 나오고 나서 몇 분의 전화를 받았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 사진 한 장이 없어 안타까워했다며 혹시 옛날 사진 중에 아버지 사진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분도 있었어요. 아버지가 하성교회전도사로 잠깐 있었는데 책을 보니 아버지 이름이 있어 반가웠고 고맙다고 했어요. 또 멀리 제주도와 남해에서 연락이 와서 책을 보내 주기도 했어요.

 

많은 일을 해 왔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마을을 방문하며 할머니들의 사연을 다 들을 수 없어 아쉬웠어요. 시집온 이야기부터 우물가에서 있었던 이야기랑 시집살이 등 친밀한 공간에서 있었던 농촌 여성들의 삶을 사회학적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요. 이러한 일을 하려고 지역사회문화연구소를 열었어요. 연구소를 통해서 지역의 문화와 농촌의 현실 그리고 지역사회를 재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생애사 기록을 문의하신 분도 있어요. 글쓰기가 힘든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늘 해오던 대로 한들신문과 역사연구회, 지역사회문화연구소 일을 즐겁게 해 나가고 싶어요.

 

백 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을 회관에 빼곡히 앉아 계신 어른들 틈에 끼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주 익숙한 오래된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왔다. 마을마다 아픈 역사를 겪어낸 어른들은 토해내지 못한 이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살고 계신다.

백 소장님이 지역사회문화연구소를 통해서 하는 일이 백 소장님에게는 보람과 행복이 되고, 지역사회에는 소중한 공헌이 되기를 바라며 백 소장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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