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나는 공모형 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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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나는 공모형 교장이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3.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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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장 송성동

한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는 가수다가 명성을 얻은 이후로 나는 OO이다식의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다. ‘나는 가수다는 전문 가수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 가수는 온 힘을 다한다. 보는 사람으로서 재미있었다. 평가단이 평가하니 출연자는 긴장하게 된다. 각자 그 세계에서 알아주는 전문가이지만 긴장되기는 매일반. 재미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각자 정한 곡을 재해석하고 열정과 땀으로 연습하여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감동! 학교에서는 어떻게 감동을 드릴 수 있을까?

한들신문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다. 공모형 교장으로 부임한 자세나 앞으로의 계획 등이 담긴 글이라면 좋겠다고 들었다. 올해 31일 자로 거창에서는 처음으로 공모형 교장이 되었다. 공모형 교장이라는 글감으로 글쓰기가 매우 쑥스럽다. 교장 경험은 전혀 없이 교사에서 바로 교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모형 교장은 4년 임기의 계약직이다. 4년이 지나면 평교사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공모형 교장이다라는 이 글은 공모형 교장 심사를 받기까지의 과정과 약속을 담은 것이다.

처음부터 승진하겠다는 결의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창한 이론가도 아니고 승진에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살았다. 아이들과 잘 살고,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열심인 교사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진심으로 다가가고, 퇴근을 제시간에 못하더라도 다음 날 수업 연구를 하고 늦은 시각에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교사로서 많은 교장을 만났다. 모순적이고 구태의연한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여 교직 생활 중 학교 현장의 개혁에 앞장서기도 했다. 동료 교사들과 학교혁신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제도를 고치는데 마음을 더 쏟았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둔 학교를 꿈꿔왔다. 학교 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모형 교장은 내 교육관과 맞았다. 내부형 공모제 교장제는 교사도 도전할 수 있었다.

공모형을 준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가 있다. 교사에서 공모형 교장으로 가는 것은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고, 거창 교육이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준비를 단단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을 꾸리는 것이었다. 평소 존경하는 분들과 만나서 학교 현장의 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토론 의제로 올려서 토론했다. 처음에는 거칠었다. 정돈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말로 대화를 하면서, 상당 부분 내 것이 되었다. 제일 먼저 왜 교장이 되려고 하는가를 정리하였다. 승진 자체보다는 학교를 바꾸는 일이 중요했다. 교육공동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의 바람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교장은 공동체가 요구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과 조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은 단순히 지식의 수용자에서 적극적인 지식의 생산자가 되었으면 한다. 교사라면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게 배우는 것을 꿈꾼다. 교장으로서 시스템을 바꿔준다면 학생과 교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사의 관점에서, 학생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게 하려면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사로서의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을 고민했다. 학부모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역량을 어떻게 모으고 키울 것인가 그리고 교육에 대한 기대를 얼마나 충족할 것인가를 토론했다.

꿈이 있었다. 교사로서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어려움을 만났다. 조금만 교감, 교장 선생님이 이해해주면 훨씬 더 교육적 성과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제 교장이 되었고 꿈꾸었던 학교의 모습을 실현할 기회가 왔다. 교장심사 과정에서 학교경영계획을 발표할 때 이렇게 약속했다. 첫째, 소통하고 참여하는 교장, 둘째,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교장, 셋째, 마을과 학교가 지속 가능한 마을 교육과정을 만드는 교장이 되겠다.

공모형 교장으로서 또 다른 희망이 있다.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에는 경쟁만이 아닌 서로 돕고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꼰대 짓은 그만두고, 주상의 교직원과 함께 학교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모범을 만들고 싶다. 주상초등학교에 오면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님이 모두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고 실천할 것을 다짐해본다. 교장으로서 교육구성원 모두가 배움으로 성장하고 배움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교육과정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혁신하여 감동이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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