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사와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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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농사와 코로나
  • 한들신문
  • 승인 2020.03.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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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고재천
귀농인 고재천

밭에 푸릇푸릇 잡초가 자라나고, 앞산에 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하는 걸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작년 농사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올해는 이것저것 개선하여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수확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물론 수확이 끝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아 다시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전까지는 희망을 간직할 수 있으니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봄은 항상 설렌다.

그런데 이렇게 호기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에,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와 올해 처음 어린이집에 가야 할 둘째가 방학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집안을 열심히 뛰어다닌다.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한 주, 두 주 늦추어지고 있어서이다. 그러다 보니 온종일 농사는 뒷전이고 육아에 쏟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웅양면에 있는 단독 주택에 사는 나는 사실 코로나 관련 소식을 접할 때 뭐 큰 문제 있겠나 싶어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항상 자가 격리된 상황이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고 늘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그런데 조용할 것 같던 웅양면에서도 확진자가 여럿 나오고,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육아에 매이는 상황이 되고 보니 이 사태가 내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는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내 일이 아닐 것만 같던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이번 전염병을 겪으며 우리나라, 아니 세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엮여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는 나 혼자 조심하고, 잘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이나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 여파는 서서히 다른 여러 곳으로 밀려오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세계화로 인한 환경 문제나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앞으로도 많을 텐데 그때마다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경쟁을 부추기고 물질적인 것을 신봉하는 도시의 구조와 생활에 염증이 생겨 귀농하였는데, 시골에 와보니 도시의 문제점들이 더 잘 보이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염병 문제를 보면서 빡빡하고 복잡한 도시의 인구가 더 많이 분산되어 거리도 마음도 더 여유 있게 산다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귀농이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오늘 뉴스에서도, 유럽과 미국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아마 세계 경기가 장기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수확 철이 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때까지 경기가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불현듯 앞선다. 이래저래 걱정밖에 없는 농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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