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우성만 조합원
상태바
[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우성만 조합원
  • 한들신문
  • 승인 2020.04.21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생 꿈꾸는 만년 소년 개구쟁이 신원 사람 우성만 조합원

선생님이 신원에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늘 궁금했다. 점심 같이하자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큰 도로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니 4륜 자동차를 타고 좁은 비탈길을 내려오셨다. 경사가 급하고 좁은 길은 아담하고 따뜻한 선생님 집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감악산 500m 지점 전망이 좋았다. 4살짜리 연주는 선생님 부부가 돌봐 주는 천사(?)였다. 온갖 재롱을 부리며 선생님 곁을 맴돌았다. 정갈한 점심상은 밭에서 가꾼 채소와 된장국이었다. 선생님 댁에 머무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신원 땅에 자리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1990년대부터 20년에 걸쳐서 작은 학교 3,000여 개가 폐교되었어요. 남한산 초등학교 살리기를 시초로 전국에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작은 학교 살리기운동을 함께 했지요. 부산 금성 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었어요. 2번째 죽성초등학교에서 중단되고 말았지요. 2010년 후배 교사와 거창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자고 결의하고 온 곳이 신원초등학교였어요. 신원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답니다.

201132일 새벽 신원초등학교에 도착하였지요. 곧장 산책하러 간 곳이 거창추모공원이었어요. 100일도 되지 않은 아기들 무덤, 7~80대 노인들의 묘비가 보였어요. 아침 안개 속 희미하게 말입니다. 억울한 죽음 앞에서 한참을 고개를 들 수 없었어요. 그리고 유가족들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요. 그들의 아픈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진행 중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신원 땅에서 뭉그적거리며 살고 있어요.

2011년 신원초등학교 3학년 6명의 담임이 되었지요. 조손가정을 방문하고, 어르신께 담임선생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했지요. 할머니는 우리아! 6학년 졸업할 때까지 있어 주소.”였어요. 울 뻔했어요. 그 아이들이 올해 대학 2학년입니다.

안타깝게도 신원중학교는 올해로 폐교되었어요. 마지막 졸업생도 내 제자랍니다, 읍으로 매일 905m 감악산을 넘어 등하교하거나 자취를 해야 하는 중1 신입생들도 내 제자들입니다.

 

37년간 교단에 있었어요. 교사로서의 인생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1978년 부산교대를 수료하고 19793월 부산 남항이 내려다보이는 남부민초등학교에 첫 부임을 하였지요. 4학년 67명 첫 제자와 만남이었어요. 많이 설레었지요. 그때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고 인생 전환점이었지요. 별명도 많이 얻었어요. ‘천방지축’, ‘돈키호테’, ‘청개구리로 불리며 군부독재와 부정부패, 적폐 청산과 싸우는 싸움닭 인생이 시작되었어요. 그렇게 평생을 살게 되는 시작이기도 하였지요. (웃음)

그 후 왕따 교사는 부적응의 삶 속에서 힘들었답니다. 1988년 외무부 파견 교사로 노동계약을 맺고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으로 갔어요. 대한민국 한글학교 정식교사 1호로 재수리남 한글학교로 부임하였지요. 3세에서 중등부까지 43명의 학생과 함께하는 생활이었어요.

대사관 회의실을 교실로 사용했어요. 오전반 3시간과 오후반 3시간 수업이 진행되었죠. 대사관 타자기를 빌려 교재를 만들었어요. 교민회 총무를 하면서 1년 후에는 200평 규모의 임대건물을 빌려 독립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부모회와 오랜 회의와 설득 끝에 교사 1인을 더 초빙하였고, 중등부도 졸업을 시켰지요. 유치부와 초등으로 복식 학교 모습을 갖췄어요. 그러나 새로 부임한 교사와의 갈등으로 꿈을 접고 2년 만에 귀국하였습니다.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조합원에 가입하고 지회장에 초등위원장에 교섭 국장에 정책실장에 부산지부 부지부장을 거치면서 그 짐을 지고, 신나게 교사 생활을 했어요. (웃음) 그중에 작은 학교 운동을 하게 된 것이 거창과의 인연이 된 것이지요. ‘민주노총과 함께 하면서 노동자들의 힘든 삶도 보게 되었어요. 2,500여 명 내 제자들, 그들을 떠올리니 부끄러워집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저의 남은 인생의 화두가 되었어요.

 

초보 농부 3년의 꿈이 궁금합니다.

신원에 들어와 살면서 안타까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읍내와는 먼 불편한 교통편은 말할 것도 없고요. 병원도 약국도 없지요. 아이들은 게임, 어른들은 텔레비전이 유일한 문화(?)생활, 아시지요? 아름다운 자연이 없다면 숨도 쉴 수 없어요.

명예퇴직하게 된 이유는 공부방 운영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합천수자원공사, , 면 관계 직원, 신원면 이장협의회장박문규 이장님, 교육청 관계자의 협조를 얻어 냈어요. 마침내 신원면 누리센터에 어린이 공부방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적은 운영비로 운영할 기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두 분의 선생님이 나타났어요. 고맙고 기뻤습니다. ‘내 할 일이 끝났다. 야호! 다음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좋아했지요.

이곳 청룡마을 산허리에 집도 짓고요.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여 농협 조합원도 되었지요. 꿈꾸던 진짜 농부가 된 거지요. 신원 사람이 되었어요.

여유가 생기니 서예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마을 어른들과 서예 핑계로 잘 놀고 있었죠. 그런데 회장님이 700평 농사를 지어 보라고 하세요. 그것이 초보 농부 시작이 되었어요. 땅 갈고 밭 만들고 고추 심고(3,500포기) 약 치고, 정신없이 고추 따고 방아 찧어 팔고~~~. 그해 고춧값이 좋아서 대박 났어요. 돈이 된다 싶었죠.

한 해 두 해 신원 면민이 줄어 가는 겁니다. 이러다 정말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어 겁이 났어요. ‘그래 고추 농사가 돈이 된다면! 청년들을 오게 할 수 있다. 적은 생활비, 자녀교육환경 최고(내 생각이지만), 최고의 자연환경, 고령으로 유휴 농토가 많으니 딱 맞다. 해보자!’ 용기가 팍팍 솟았어요. (웃음)

고추 농사는 고추농업경영 공부 2년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젊은 부부가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적은 투자로 연간소득 1! 생각만 해도 신이 났습니다. 마을에 청년들이 오면 마을도 살고 학교도 산다! 얼씨구! 했지요. 그런 날을 위해 농부가 되었어요.

 

한들신문에 바라는 것이 많으시지요?

학교 옆에 교도소가 들어온다는 정보를 접하고 쿵! 가슴이 내려앉았지요. 교도소는 당연히 시 외곽에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학교 옆에 세우겠다는 망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용납이 되지 않았어요. 날이면 날마다 읍내를 넘나들었어요. 교도소를 학교 옆에서 옮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창시민단체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가지게 되었어요.

전국에서 교육도시로 알려진 거창에 그것도 학교 옆에 교도소가 들어선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교도소 문제를 쟁점화하자는 것이 한들신문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어요. 예전에 시민단체에서 처음 만들었던 아림신문을 대신할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도 큰 힘이 되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한들신문과의 인연이 맺어졌지요.

한들신문은 거창의 힘이자 긍지입니다. 1,000명 조합원이 되면 거창 미래 1,000년 꿈을 꿀 수 있어요. 뜻있는 분들이 한들신문 경영에 헌신하고 있지요. 저도 한 몫 끼고 싶은 욕심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신원면에 한들신문 보급소를 만들고 싶어서 마음에 두고 있어요. 욕심처럼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지역신문은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민 간의 소통을 돕고, 지역 문제를 공유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니 중요할 수밖에요. 저는 오늘도 꿈꾸어 봅니다. 신원면에는 젊은 부부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한들신문 조합원이 1,000명이 넘는 날을 말입니다.


거창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은 덤덤한데, 거창을 선택해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거창 사랑이 더 애틋한 것을 느낀다.

평생 꿈꾸는 선생님의 삶의 바탕이 사랑임을 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약자를 품고 싶은, 가능하다면 모든 부조리를 없애고 싶은, 제자들과 노동자, 농민들이 사람답게 살게 하고 싶은 꿈 같은 사랑을 말이다.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오면서 선생님은 행복한 분임을 알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