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육도시 거창’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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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육도시 거창’을 만들 것인가?
  • 한들신문
  • 승인 2020.04.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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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송준섭

거창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도시 거창이다. 거창에는 고등학교가 8, 중학교가 분교까지 9, 초등학교가 17곳이다. 이는 이웃한 군 지역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숫자다. 그렇다고 단지 학교 숫자가 많다고 거창을 교육도시라고 일컬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거창 = 교육도시라는 말이 자리 잡은 것은 대학 진학과 관계가 있다. 그 가운데도 특정 고등학교 몇 곳이 대학 진학률이 높거나 이른바 명문 대학 진학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면서다.

그런데 이번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교육도시 거창에 관한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교육부의 고교 서열화 해소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에 따라 2025년부터 일반고의 전국단위 모집이 금지되는 것에 따른 것이다. 2024년까지는 거창고, 대성고, 거창여고가 전국단위 모집을 통해 학생을 뽑을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경상남도로 학생 모집 지역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 정책에 관해서 무소속 김태호 후보와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는 절대로 이 정책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더불어민주당 서필상 후보는 찬성하는 견해였다. 이미 선거는 끝났지만, 거창의 현장 교사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간단한 설문을 통해 전국단위 모집 금지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니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같이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의견이 그다지 깊이가 없는데 반해서 현장 교사들은 좀 더 구체적이고 고민이 깊다.

고교 서열화가 해소되고 일반고 교육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데 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특히, 거창은 고등학교가 서열화된 비평준화 지역이고 이로 인해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입시 위주 교육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전국단위 모집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거창도 고교 평준화를 통해 학교 사이 서열을 없애고 상위권 학생만 뽑아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것으로 거창을 교육도시라고 부르는 것을 바꿔야 한다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의 의견도 전혀 가볍지 않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전국단위 모집을 통해 거창 밖 학생이 들어와 학교가 유지되고 있다라는 것이다. 앞으로 전국단위 모집을 할 수 없게 되고 경남도 단위로 모집을 하게 되면 결국 고등학교마다 학생 수 미달 사태가 일어나 학급이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학생 모집의 기회를 열어 작은 희망이라도 되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같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라는 것이다.

일반고등학교의 전국단위 모집은 20093월 시행된 초·중등 교유법의 시행령 부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에 따라서 전국 49개의 고등학교가 전국단위 학생 모집을 하고 있다. 거창에서는 거창고, 대성고, 거창여고가 이에 해당한다. 교육부의 고교교육 서열화 해소와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은 그간 우리 교육의 문제로 지적되었던 가정 배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 사교육 과열화, 학생 행복 지수 하락, 입시 위주로 인한 교육 파행을 막기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과 일반고의 전국단위 모집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 진로·학업 시스템 설계 지원, 학생 맞춤형 교육 제공, 교원 전문성 지원, 쾌적한 일반고 환경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거창의 인구 문제나 고등학교 생존만을 생각한다면 일반고의 전국단위 모집이 필요하지만, ‘공교육의 정상화와 학생 행복이라는 측면과 미래 교육 준비를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언제까지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거창 고교교육이 가지고 있는 모순된 이 상황에 관해 길게 의견을 주신 현장 교사는 당장의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전국단위 선발은 그대로 두되, 대학 입시에만 초점을 두고 과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부의 시책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거창 고교교육의 정상적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학교를 입시 외의 학교의 본 목적인 누구나 열심히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학급 감축이 불가피하면 균형을 맞추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년 4학급, 100명 정도가 교육하기에 매우 적합하며, 그 가운데 각자의 빛깔을 가지고 교육을 하면 좋겠습니다.’

거창이 교육도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떤 교육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관해서는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다. 선거 때가 되었을 때만 교육도시 거창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거창의 교육 전반을 깊고 길게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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