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8)「벽 속에 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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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8)「벽 속에 사는 아이」
  • 한들신문
  • 승인 2020.05.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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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윤

가족 영양제를 나눠 드려요!

온라인 개학으로 아이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는 꼼짝없이 컴퓨터, 노트북, 각종 전자 기계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숙제하다가 도움을 청할 때 말고는 아이 몸은 컴퓨터를 향해 있습니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교과서 안에서 배우는 지식은 쌓이고 있겠지만 사람과 어울리며 체득하는 산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언제쯤 오려는지 조바심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모두 닫혀 있고 학교 운동장도 들어갈 수 없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부모들도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부족하니 서로 날카로워지다가 말다툼도 잦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시기에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소개할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출판사 어린이 작가정신에서 물구나무 세상 보기라는 남다른 기획 의도를 밝힌 <벽 속에 사는 아이>라는 책입니다. 벽에 갇힌 아이가 아니라 벽 속에 사는 아이라는 제목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것 같아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줍니다. 이 책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여기, 조금 다른 아이가 있어요.

시끄러운 소리도, 엄마 아빠와 뽀뽀하기도 싫어해요.

엄마 아빠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는 벽 속으로 숨어 버렸어요.”

 

아이는 이렇게 세상을 등지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하고 노래합니다. 주제와 대조적으로 아이의 모습은 밝고 편안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모습은 밝은색을 썼음에도 우울하고 무거움이 느껴집니다.

아이를 다정하게 불러 보지만 아이는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당황한 부모는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보았지만 아이는 빛이 눈이 부셔 당근으로 구멍을 막아버립니다. 엄마, 아빠는 실망스럽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아이를 기다립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가가 보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자장가를 불러 봅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반응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양귀비꽃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 줍니다. 양귀비꽃을 보여 줄 때 만진 엄마 아빠의 보드라운 뺨의 감촉과 자장가를 불러주던 부모님의 따뜻한 음성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이제 아이는 벽 바깥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도 그런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꺾일듯한 가는 줄기에 여린 꽃잎을 한 양귀비꽃을 닮은 아이를 부모는 기다립니다. 가녀린 존재로 태어났지만, 곧 뿌리를 내리고 단단해 지리라는 걸 부모는 믿습니다.

 

이제 아이는 벽 속에 살지 않아요.

가끔 잠깐 들어가기는 해도요.”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어 어렵지 않게 읽을 책이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가슴이 먹먹해 오는 책입니다. ‘엄마, 아빠의 다른 뜻은 기다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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