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님과 함께 하는 치유와 성장 이야기]황금같이 빛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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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님과 함께 하는 치유와 성장 이야기]황금같이 빛나는 사람
  • 한들신문
  • 승인 2020.05.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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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주(첫):교육학 박사

조윤주() 선생님은 교육학 박사(상담심리전공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상담전문가입니다. 치유와 성장 공간 더 어스(THE EARTH)에서 치유작업과 상담 활동, ᄒᆞᆫ철학을 바탕으로 한 ᄒᆞᆫ상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내담자는 50대 초반에 접어든 미혼 남자였다. 그가 상담실을 찾아온 어려움은 지금 어떤 자격증을 준비 중인데 자꾸 자신감이 없어지고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내담자의 팔뚝에 남달리 굵은 혈관이 눈에 띈다. 팔뚝에 혈관이 그리 굵어지는 동안 살아낸 이력도 녹록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슬쩍 팔뚝의 흔적에 대해 아는 척을 했더니 내담자는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기대를 받는 막내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공부를 잘해 본 적이 없었단다. 그 시절 대학을 나올 정도로 학식이 높았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고 애써 붙여준 개인과외도 효과가 없자 끝내 마지막에는 야구 빠따까지 드셨다고 한다. 위로 있는 누나들은 공부를 잘하여 늘 자신과 비교가 되었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자기는 공부를 못하는 머리 나쁜 사람으로 살았단다. 30대 후반 신부전증이 왔고 어머님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 후에는 40 후반까지 어머님의 돌봄을 받으며 살았다고 하였다. 어머님께 참 고마우시겠네요. 내 말에 내담자는 웃으며 돌봄이면서 집착이지요라며 말을 고쳤다. 이식 후의 고맙고 부담스러운 복합적인 감정과 어린 시절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로 범벅이 된 양가감정은 오랫동안 자신을 짓눌렀고 몸무게가 130kg이 될 때까지 자신의 방안에서 성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일 년을 보냈다고 하였다.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만나는 일은 또 다른 신세계를 접하는 경험이다. 한 내담자에겐 그만의 독특한 우주와 신비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란 진심 어린 관심을 두고 내담자와 함께 그 우주에 들어가 여행하고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행 중 우리는 그의 그때 거기에서 만나지 못한 여러 가지 감정을 만나고, 위로받지 못한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번민에 대해 나누면서 조금씩 과거의 무게에서 벗어났다.

나는 지금의 당신을 있게 한 계기가 무엇이냐, 그 힘의 근원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수행과 독립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새벽 일어나니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새벽 430분 새벽 예불을 계속하고 있단다. 49살 때 울고불고 매달리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작은 원룸을 얻어 공간 독립을 했고, 한 회사에 비정규직 미화부로 들어가 바닥을 닦고 쓰레기통을 치우면서 경제 독립을 이루었단다. 수행 중에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조금씩 녹고 이제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면서 아들 노릇을 한다고, 그래서 부모님이 오히려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5시간 남짓 투석을 받는 몸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몸이 많이 상해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이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라는 말로 그는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가! 삶에 어려움이 있어 상담실을 찾는 이들이 내담자라고는 하지만, 어떤 내담자 중에는 그 사람의 삶에, 그가 살아온 용기에 저절로 경외심이 생기고 두 손이 고요히 모아지는 그런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도 그런 내담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와 부모님을 포함한 타인이 자신에게 씌워놓은 부정적인 자기인식의 고리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파괴해갔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으로서 가장 나(한ᄋᆞᆯ)다운 나로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고 창조해갔다. 동시에 틈틈이 학습기술을 지도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요령을 안내하며 조력해나갔다.

지난주 전화가 왔다. 60점 합격선에 58점을 받아서 불합격하였단다. 그러나 해 보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다시 6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단다. 이 얼마나 반갑고 기쁜 소식인가……. 그는 이제 공부 못하고 머리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황금같이 빛나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의 굴곡진 삶 속에 숨겨진 황금을 발견할 수 있음은 상담자로서 경험하는 한없이 감사하고 큰 행복함이다. 끊임없이 이루어져 가는(be coming) 그를 앞으로도 늘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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