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3정 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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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3정 5행
  • 한들신문
  • 승인 2020.05.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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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고재천
귀농인 고재천

35행이란, ‘정품, 정량, 정위치3정과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5가지 행동으로 생산품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쉽게 관리하여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관리 방법을 말한다. 제조 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관리 방법의 하나며, 도시에서 일할 때 제조업에서 근무했던 나에게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단어이다.

귀농해서 처음 농사를 지을 때, ‘농사도 농산물을 생산하니 뭐가 다르겠나?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똑같이 하자.’라고 단순히 생각했었다, 그래서 해충 방제, 풀베기 작업의 기준도 수립하고, 창고 배치도 작성하고, 소모품 재고와 구매 내용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작성하는 등 뭔가 체계적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도 반드시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5월에 접어드니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풀은 너무나 빨리 자라고, 벌레는 쉽게 죽지 않았다. 풀은 무조건 베어내야 했고, 벌레란 벌레는 다 죽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주변 상황도 생각처럼 정리되지 않으니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방제와 풀베기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늘어난 만큼 체력 부담이 생겨 애초에 하기로 했던 계획들이 다 엉망진창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품질은 또 천차만별이었다. 완벽히 실패한 관리 방법이었다. 통제된 환경에서 정형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살아 숨 쉬는 환경 속에서 하나하나의 개성을 가진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자체를 비교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초보 농사꾼에게 깨달음을 함께 주었던 5월이 올해도 시작되었다. 1년 정도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제 어렴풋이 농사에서 여유와 조화를 생각하게 된다. 풀은 작물에 해가 안 될 만큼만 베어내면 되고, 벌레 역시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밭을 관리하고 있다. 그만큼 내 마음도 여유로워진 것 같다. 기준과 방법을 지키며 빡빡하게 과정을 관리했던 때와 달리, 자연의 순리대로 생명을 키우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자연과 농사는 도시에서 빡빡하고 각박한 삶을 살았던 나를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시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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