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9)「힘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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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9)「힘든 때」
  • 한들신문
  • 승인 2020.05.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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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바바라 슈크 하젠 글
세바스티앙 슈브레 그림
트리나 샤르트 하이만 그림
이선오 옮김
미래M&B
2005.5

힘든 때가 지나면 반드시 좋은 때가 온단다

이 그림책은 나온 지 15년이 된 오래된 책입니다. 코로나 19로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이 시기에 어떤 주제의 그림책을 고를까 생각하다 문득 생각난 책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펴보면서 잠시나마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에 내놓는 기쁨으로 설레었습니다.

연필 스케치의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에서 평범하고 익숙한 생활공간이 펼쳐집니다. 첫 장을 열면 집 입구 커다란 쓰레기통 2개와 쓰레기더미가 눈에 들어옵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비쩍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통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무심히 걸립니다.

다음 장을 넘기면 방안 풍경입니다. 침대 가장자리에 등을 돌려 앉은 엄마는 단추를 달고 있고 아이는 반대편에서 실패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고 엄마는 옷을 미처 다 입지 못한 채 단추를 다는 것으로 보아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 떨어진 단추를 발견하고 황급히 다는 모습입니다. 아이는 그런 엄마에게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아빠에게도 왜 안 사주냐고 따져 물으니 힘든 때라서 그래라고만 합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만큼의 힘든 때의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모든 것이 자꾸 오르기만 할 때, 아침에 작은 상자에 든 시리얼 대신, 양이 많고 값싼 왕푸짐 표시리얼을 먹을 때, 바닷가 대신 공원에 있는 수영장에 갈 때, 쇠고기 요리보다 콩 요리를 먹을 때, 엄마가 회사에 다니게 된 것도 다 힘든 때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빠는 환한 낮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빠는 직장을 잃었고 심각해진 아빠와 엄마는 아이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하고 얼굴이 몹시 어둡습니다. 밖에 나가 있던 아이는 쓰레기통에서 고양이를 발견하고 길 가던 사람의 도움으로 고양이를 쓰레기통에서 꺼내줍니다.

아이는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집에 들어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다 쏟고 말았습니다. 바닥은 엉망이 되어 버리고 엄마와 아빠는 놀라 아이를 바라봅니다. 비쩍 마른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아이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 엄마는 갑자기 아이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가족은 서로 붙들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 부분의 그림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뭉클하게 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가운데 두고 꽉 끌어안은 모습이 화면을 채우고 있고 비쩍 마른 고양이는 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왜 울음을 터트렸을까요?

아마도 엄마, 아빠는 심각하게 아이의 거취에 대해 고민했을 것입니다. 직장마저 잃은 가장, 힘겹게 일을 하는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감당이 안 되어 어디에라도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잠시 맡길 곳을 고민하며 상의하려고 아이를 나가 있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불쌍한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와 보살피려는 마음을 내보이자 엄마와 아빠는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아이는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을까요? 고양이의 이름은 무얼까요?

이쯤에서 어른은 현실의 짐을 덜어내려 하지만 도리어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존재에게 손을 내밀어주어 어른의 생각과 행동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른은 힘든 때 현명한 대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보다 못할 때가 많고 잘못된 판단일 수 있습니다. 힘든 때를 거쳐 나가는 길은 가족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체가 함께 그 시기를 견디고 서로 도우며 이겨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갈수록 새록새록 더 많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년 초부터 유례없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예기치 않게 사람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하고 확진자는 동선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뿐이랴, 개학이 연기되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고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일상화되고 사람을 가능한 한 만나면 안 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앞으로도 일정 기간은 지속하여야 한다는 현실이 암울하기도 합니다. 55일 어린이날을 이렇게 조용히 지내본 적이 없어 더 마음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하루속히 텅 빈 학교가 아닌 아이들로 꽉 찬 학교에서, 거리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고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나누는 사람, 힘든 지역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봉사하는 사람, 월세를 안 받는 사람, 기부를 아끼지 않는 사람,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훈훈한 미담이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가 특이한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닌데 국난극복이 취미인 나라’, ‘단군신화 곰의 후손은 자가 격리가 생활화(?)’, 이런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나누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국가를 믿고 지혜롭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듯해져 아직 이 세상은 살만하구나하는 생각에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하루속히 힘든 때를 지나 반드시 좋은 때가 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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