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 부활은 죽음 통해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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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 부활은 죽음 통해서 이루어진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5.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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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거창군의회 의원 김태경

5년째 거창국제연극제(이하 연극제)가 표류하고 있다. 거창의 대표 축제로 키워왔던 연극제와 함께했던 오랜 시간이 미련을 갖게 하고, 축제로서의 가치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긴 하나, 수승대를 중심으로 열렸던 연극제로 인근에서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연극제 개최가 무산되었던 원인이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은 탓에 연극제를 재개하기도 난관이 크다.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에서 51일 거창군에 제안해 거창군의회에 보고된 내용은, 집행위는 상표권 이전에 보상금 8억 원, 이종일, 조매정의 연극제 임기보장(현 군수 임기 동안 문화재단 채용), 삭감된 연극 관련 예산 원상회복(6개 사업 15~ 2억 원 규모), 극단입체 창작활동 지원, 해외연극제 공연 참가 지원, 거창문화재단 문화 사업 2단의 수승대 내 축제극장 사무실 배치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되었다. 아무도 못 믿겠다는데 두 분은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로 백지수표의 요구를 하는 셈이다.

이 요구에 관해 강한 불쾌감을 느끼는 군민이 다수인데, 왜냐면 두 분이 연극제는 내 것이라 여기며 독점 소유권을 당연시하고 있음을 당당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런 개인 소유물에 공적 투입을 고려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연극제 30년 세월은 두 분의 혁혁한 공과도 인정되어야 하지만, 공적지원과 함께 연극제를 지역문화 자원으로 함께 키워온 거창군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에 매우 불쾌함을 느낀다.

83년 지역 내 교사들 위주로 구성된 극단 입체가 창단되고, 89년부터 시월 연극제로 출발, 94년 전국연극제, 7회인 95년부터 국제연극제로 확대되고, 97년부터 거창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다. 2018년이 30주년이었으니 길다면 긴 세월이다.

이 긴 세월 동안 연극제는 축제 명칭처럼 국제 연극 도시로 부상할 가능성을 엿보았는가 하고 돌아보면, 피가 끓었던 초심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제대로 정착한 극단이나 대표 작품도 없이, 연극제와 관련된 이익집단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예술은 예술인에게맞다. 협박용으로 내세우는 방패술이 아니라, 예술은 예술인이 하고, 행정은 행정에 맡기면 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배타적 사고방식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성공적으로 유지해 가기 어렵다.

연극제 파행의 가장 큰 문제가 소수의 배타적이고 독점적 행위 그리고 재정 투명성이 보장되기 어려웠던 점이었음을 생각하면, 두 분의 최근 제안사항들은 차라리 연극제를 접는 게 낫다는 쪽으로 기울게 해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두 분의 요구와 다수 군민이 느끼는 온도 차이가 너무 크다.

이 지경까지 올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절대다수 군민의 방관자적인 침묵이다.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는 어떤 불의나 불법이라도 아주 관용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이익과 관계된 일에 노골적으로 설쳐대도 안면 때문에 눈감아주는 지역 분위기가 불의도 불법도 독버섯처럼 자라 거창을 갉아 먹고 있다.

글쓴이는 두 분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으나, 두 분과 가까이 지내는 혈연관계인 지인이 있어 연극제 관련 비판을 할 때마다 망설이게 되고, 그분이 받을 상처로 인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도 다수의 거창사람들처럼 그냥 눈감고 싶을 때도 왜 없을까?

전국의 연극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연극은 좋은 기능이 많다. 문화적 감수성, 즐거움뿐 아니라 문화자원, 치유의 기능도 있고, 청년 유입 효과도 있다. 농촌의 특성을 독특한 환경 문화자원으로 승화시킬 가능성이 큰 영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위천면의 연극고등학교 학생들이 맘껏 재량을 펼칠 수 있는 거창, 전국의 배고픈 연극인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는 거창, 연극 관련 문화관광자원이 있는 거창, 좋은 연극 몇 편 정도는 보는 거창, 주민의 삶과 연결된 연극 활동 정착으로 치유의 거창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글쓴이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어야 한다.

거창문화재단(이하 재단)의 역량에 비판이 많기도 하지만, 재단 내 연극특화 부서를 만들어 그동안 상처받고 배제되었던 분들이 다시 모여 거창이 연극 도시로 나아갈 계획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앞으로는 두 분을 넘어서는 연극제로 가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두 분이 소중한 지역자원으로 할 일도 많을 것이란 생각도 한다.

이제 두 분이 마음을 비우고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러면 연극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두 분은 늦었지만,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연극제와 함께해온 두 분의 삶은 거창 연극사의 시작이었고,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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