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샛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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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샛별의 봄
  • 한들신문
  • 승인 2020.06.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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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중 교감 최희자

운동장이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중앙현관에 나서니 좁은 운동장이 아이들로 꽉 찼다. 바로 코앞에서 여학생 한 명이 살짝 옴폭해진 곳에 공을 조심스레 둔다. 그러고 나서 다른 여학생 한 명이 조금 뒤로 물러섰다가 냉큼 달려 세게 공을 찬다. 휙 하고 공이 날아간다. 공 좀 차는 녀석이다. 저 멀리 선을 넘어간 공은 홈런 수준이다. 신이 난 아이는 쌩하니 다음 1루로 달린다. 규칙상 1루밖에 못가지만, 뭔가 기운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수비하던 아이들은 아쉬움을 털고 다음 공은 꼭~! 하는 표정으로 몸을 낮춘다. 연습경기인데, 아이들은 점점 진지해지고 열을 더해간다.

그 옆 야외농구장에서는 농구 시합이 한창이다. 보아하니 1학년이다. 농구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잘 못 한다. 아직 키도 작고, 공을 만져본 경험도 적은 남자애들이 얼굴이 벌게지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골대를 향해 공을 쏘지만 튕겨 나오고…….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뭔지 보여주는 아이들이 그냥 이쁘다.

체육관 앞, 한 무더기 여학생들이 이리로, 저리로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닌다. 피구다. 해마다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고 가장 아슬아슬한 명장면을 낳는 피구, 보는 사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그래서 여학생들이 가장 기다리고 신나 하는 운동, 가보니 3학년이다. 3학년 피구는 경지에 다다라 있다. 이미 모든 규칙을 선생님보다 더 잘 알고 있고, 누가 센지 누가 약한지 다 안다. , 휙 정신이 없다. 그러다 다크호스가 나타나 아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피구의 묘미다. 끝까지 남는 한 명이 의외의 인물일 때 우리는 모두 손에 땀을 쥐고 함께 호흡하며 살아남아 주기를 빈다. 아이들과 하나 된 느낌, ! 행복하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니 배구 그물을 가운데 두고 2학년들이 연습 중이다. , 탕 공이 튀는 소리가 경쾌하다. 1년이 무섭다고, 작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실력이 늘었다. 교실에서 말없이 고개 숙이고 있던 OO가 코트 앞에서 빛이 난다. 자신감 있는 표정에 웃음끼도 비쳐 신기하다. ‘배구를 잘하는구나.’ 새로운 무대에서는 새로운 아이를 만나게 된다. 교실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또 하나의 인물을 찾아내게 돼서 예술제는 샛별중학교의 첫 인물 발굴전같다고 생각한다.

물뿌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보니, 이 주무관님께서 다음 주 만날 아이들을 위해 중앙현관의 꽃가루를 씻어내고 계신다.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운동장이 유난히 조용하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새 학년으로 진급한 후의 긴장과 서먹함을 풀어내는 샛별의 봄의 전령, ‘샛별 예술제는 뒤뜰의 시화전, 음악회, 체험 부스, 교내의 음식 판매대들이 매력적인, 샛별인들이 탑(TOP)3 중 하나로 꼽는 샛별의 봄축제다.

25년 전 우리 학교에 온 후로 한 해도 빠짐없이 보고 겪었던 이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축제를 올해 처음으로 놓쳤다. 당일도 당일이지만, 정작 나는 열흘 남짓한 아이들의 연습 기간이 아쉽고 아쉽다. 연습 기간 봄 버드나무에 물오르듯 생기를 회복해가던 아이들의 생명력이 그립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립다. 예술제를 준비하면서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빛나는 얼굴이 그립다. 축제를 준비하며 스미듯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숨겨두었던 자존감을 회복하고, 움츠렸던 손 옆 친구에게 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회복해가는 아이들을 만나는 감동을 누리지 못함이 못내 아쉬운 거다.

곧 아이들이 온다.

2개월 남짓 온라인으로 만났던 아이들과 어떤 축제를 준비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날려 버린 샛별의 봄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자니 툭 누가 한마디 한다.

아이들이 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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