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0)「팔랑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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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0)「팔랑팔랑」
  • 한들신문
  • 승인 2020.06.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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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천유주이야기꽃2015.3
천유주이야기꽃2015.3

꽃잎은 살랑살랑, 마음은 두근두근

햇빛 반짝 빛나는 날,

나비는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여기 참 좋구나하고 자리를 잡아요. 커다란 바구니엔 참치김밥과 따뜻한 보리차가 있어요.

바람 살랑 부는 날,

아지는 오늘은 누가 있네?’하며 옆에 앉아요. 손때 묻은 책 펼치고 책을 읽고 있어요.

 

나비는 옆자리를 내주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풀어 맛있게 참치김밥을 따뜻한 보리차와 함께 먹고 있어요. 이때 꽃잎이 팔랑팔랑 날아와 나비 콧잔등에 앉아요. ‘후우~~’하고 콧바람으로 날리자 꽃잎은 날아올라 아지의 콧등에 내려앉아요.

아지가 다시 후우~~’하고 콧바람을 날리자 꽃잎은 팔랑팔랑 날아 나비의 참치김밥 위에 내려앉아요.

 

햇빛 반짝 빛나고

바람 살랑 부는 날

 

나비는 김밥 드실래요?” 하니

아지는 아이구, 고맙습니다!” 해요.

팔랑팔랑, 살랑살랑

봄이로구나.’

 

나비와 아지가 떠난 자리엔 참새 두 마리가 내려앉아 정겹게 몸을 맞대고 있네요.

 

천유주 작가는 볼펜으로 나뭇가지 하나, 잎새 하나, 나비와 아지의 섬세한 털 하나까지 세심하게 그리고 디지털로 색을 입혔는데 색연필로 부드럽고 연하게 칠 한 것처럼 자연스럽네요.

 

이 책은 봄빛 따뜻한 날, 꽃잎은 팔랑팔랑, 바람은 살랑살랑 부는 날, 도시락을 정성껏 싸서 가까운 숲 나들이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에요. 코로나 19 확산으로 어른들은 꽃놀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이들은 봄 소풍은 구경조차 못 하고 지나가네요.

 

팔랑팔랑 나비의 콧잔등에 내려앉은 꽃잎이 아지의 콧잔등에서 다시 도시락 위로 내려앉아 살가운 인연을 만들었어요.

김밥 드실래요?’에서 바로 아이구, 고맙습니다!’로 이어지는 순간은 두근두근 설렘을 남기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네요.

 

인연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불현듯, 느닷없이 다가오네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너와 나로 이어지는 특별한 만남이 이뤄지는 눈부신 오월도 서서히 스러져가네요.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신기하고 계산으로 가늠하기 어려워요. 처음 인연을 맺는 순간은 하찮은 순간에, 대수롭지 않은 모습으로 느닷없이 다가오지만 그 인연의 다함과 끝은 쉽게 생각할 수도, 무작정 끊어낼 수도 없는 것 같아요. 그간의 정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의 끈을 잘 정리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러나 팔랑팔랑~~ 살랑살랑~~’ 맺어준 인연이 소중함으로 귀함으로 오래오래, 더불어 인생의 굴곡진 길 위에 동행하는 인연이 되길 소망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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