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거창사건’, ‘억울한 죽음 뒤처리’의 ‘죽음’에 부치는 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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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거창사건’, ‘억울한 죽음 뒤처리’의 ‘죽음’에 부치는 만가
  • 한들신문 논설위원회
  • 승인 2020.06.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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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 번호 2020861, 의안 명 거창사건 및 산청·함양사건 관련자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폐기되었다. 195129일 신원면 청연들학살의 현장에서 10살의 어린 나이로 살아남은 생존자였고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회회장을 역임하는 등 유족으로서 활동해 오셨던 김운섭 씨가 올해 1월에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김운섭 씨는 한들신문이 역사 칼럼으로 옮겨 실어 알리고 있는 책, <거창 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의 저자다.

거창사건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19512월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에서 국군 제11사단 소속 군인들이 마을 주민을 집단학살한 사건으로 짧게 정의되어 있고, ‘거창사건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거창사건 등이란 공비토벌을 이유로 국군병력의 작전 수행 중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된 거창 민간인 학살사건을 말한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서 의안 검색을 해보니 198910, 13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임기 만료 폐기된 이후로 2004'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후, 정부(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를 겪었고, 이후 회기 때마다 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상정, 폐기를 거듭하여 결국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폐기의 절차를 밟고 있어 사실상 폐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배상법안의 폐기는 기획재정부와 법무부의 반대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반대 뜻은 재정안은 소멸시효를 배척하는 최초의 국가배상 관련 특별법으로 기존 법질서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고 한국전쟁 중 여러 민간인 학살사건 관련 피해자의 배상 요구가 우려된다라는 것이며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25만 명 모두에 대해 배상한다면 25조 원 수준의 재정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명예회복을 위한 법안이 시행되고도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법적 형평성, 재정 부담 등 현실적 어려움에 눈감고 무조건적 배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성열 유족회장이 “70여 년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이번에는 기대가 됐는데 통과가 안 돼 유족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라며 생존 피해자와 1세대 유족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조속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라고 하고 서종호 부회장이 거창사건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거 청산의 필수적 과정이자 시대적 사명이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70년이 되어도 정의할 수 없는 사건으로 방치한다는 것은 희생자를 모독하는 일이자 역사에 대한 직무유기다고 한 것은 그 세월을 어렵게 지나온 유족이라면 당연한 주장이다. 가슴을 내밀어 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는 이번의 법안 폐기는 과거 청산이라는 중대한 정치의 몫과 책임을 또다시 그 피해자들에게로 돌리는, 전도된 역사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소멸시효’, ‘재정 부담의 난제를 이유로 사건이 일어난 지 70년이 다 되어 당시의 생존 피해자뿐만 아니라 1세대 유족까지 소멸해가는 시점에 억울한 죽음의 뒤처리가 결국 피해자에게 억울함을 남긴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중대한 사업의 기초를 모래 위에 얹는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운섭 씨가 남겨 놓은 억울한 죽음 뒤처리책 속에 나오는 학술대회와 공청회 개최 활동 속에 우리 지역자치단체장들의 노력 흔적도 보인다. 지역의 문제를 경험한 강석진 의원의 배상 관련 입법 노력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결국, 좌초되었다면 이번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의 지난 지자체장으로서의 경험과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임 있는 활동이 역사 바로 세우기의 초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억울한 죽음 뒤처리의 죽음에 대해 부치는 만가가 허공중에 흩어지는 바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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