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님과 함께 하는 치유와 성장 이야기]마(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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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님과 함께 하는 치유와 성장 이야기]마(魔)
  • 한들신문
  • 승인 2020.06.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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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주(첫):교육학 박사

조윤주(첫) 선생님은 교육학 박사(상담심리전공)·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상담전문가입니다. 치유와 성장 공간 더 어스(THE EARTH)에서 치유작업과 상담 활동, ᄒᆞᆫ철학을 바탕으로 한 ᄒᆞᆫ상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특성을 보면, 특별히 사람을 돕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여기고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에니어그램으로 설명하자면 전자는 가슴형의 2번이 속할 것이고, 후자는 머리형의 5번이 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격적 특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여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고, 그때 이 땅에 내가 존재하는 기쁨과 관계적인 연결 속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오늘 만난 그도 그랬다. 그는 그녀를 열심히 도왔다. 특히 인간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참 나이 어리고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그녀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는 너무나 친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딱히 우리 중 누구에게라도 내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리에 앉기 시작할 때부터 눈물 바람이었고, 30분 넘게 자기가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한지, 그리고 자기를 억울하고 속상하게 한 사람에게 실망하고 정이 떨어졌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여린 그녀를 답답하게 한 사람의 상황에 대해 짐작과 분석을 오가며 이해와 설득, 위로, 공감을 던졌고 여린 그녀 대신에 화도 내주고, 욕도 해주었다. 최선을 다해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상황이 불편했다. 뭘까? 저 사람은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저렇게 하나? 저렇게 하는 것이 과연 저 사람을 돕는 것일까? 저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자기 욕구를 돕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 상황을 까칠한 지각으로 머리 복잡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태도는 무척이나 냉담해졌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왜 그리 불편했었나 하는 것을 살폈다. 우선 그렇게 하는 게 상담이 아니야! 라는 판단이 있었다. 오랫동안 상담전문가로서 슈퍼비전을 받아온 경험으로 그 판단의 근거와 내용은 지당했다. 그런데 왜 그게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는 상담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자신이 알고 있고 학습된 범위, 그 경험 안에서 그녀를 최선을 다해 도왔던 것인데. 질문의 초점과 방향을 다시 나에게 맞추어보았다. 어쨌거나 기분이 나빴던 건 나였고, 그렇다면 그건 내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그 상황에서 내 감정과 욕구들을 살펴보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내가 그에게서 원했던 건 뭐였나? 내가 그에게서 원했던 건 그가 그녀를 잘 도와주기를 바랐던 거다. , 그런데 순간 날카로운 칼날이 내 생각의 한 꺼풀을 벗겨내듯 쭈뼛한 감각으로 전해 온다. 그는 그녀를 잘 돕고 싶었다. 그 동기만큼은 믿음이 가고 의심할 바가 없다. 그의 본심과 내 본심은 같았다. 그러나 방식에 있어 나는 내 기대를 그에게 투사했던 거다. 내가 공부했던 방식으로, 적어도 내가 옳다고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의 이치를 알아차리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까칠하고 불편했던 감정과 생각들이 일시에 고요해졌다.

그래. 그와 내 본심은 같았어. 각자의 방식을 선택했던 거지. 그의 의도는 존중해주고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자. 그러나 그것도 내 미친 오지랖일 뿐이다. 그는 나에게 그것을 청한 바가 없고 나는 그에게 상담전문가의 방식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인식의 눈꺼풀에 덮어 씌어졌던 마()가 떨어져 나가니 그때야 그의 본심과 본심에서 나온 행위에 감사함과 선한 아름다움이 보이고 그를 돕고자 하는 내 본심의 귀함까지 함께 보인다.

()의 뜻이 한가지 일에 열중하여 그 본성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 내 안의 마()를 일깨우고 알아차리게 한 그 불편함에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조윤주, 까불지 말고 제대로공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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