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 새 날개를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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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 새 날개를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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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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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송준섭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와 한들신문”

한들신문 창간호
한들신문 창간호

1. 들어가는 말

거창언론협동조합 한들신문이 5주년을 맞았다. 1989년 아림신문 창간 뒤에 거창에서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언론사가 어느새 5주년이 되었다. 그에 더해서 협동조합이라는 설립 형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영, 발행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조합원을 중심으로 정말 많은 분의 피, , 눈물을 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 신문이 126번째가 된다. 우여곡절도 있었고 경계와 시기하는 눈도 있었지만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한 줄 한 줄 신문을 만들며 다다른 곳이다.

그러나,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조합원과 구독자 수는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상근 인력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주간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격주간 발행에 머무르고 있고, 무엇보다, 과연 우리 거창에서 한들신문이 지역 언론사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군민이 기다리는 신문이고, 보고 싶은 신문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2. 지표로 보는 한들신문의 5

1) 조합원과 구독자 수

한들신문의 2015년 창간 조합원은 250명이었다. 20206월 현재 조합원은 325, 구독자는 60명이다. 창간 당시보다 조합원이 100여 명 정도 늘었지만 300명 안팎에서 3년 이상 정체된 상태다. 물론 해마다 상황을 보면 새로 가입한 조합원이 40명 내외, 탈퇴한 조합원 역시 40명 내외, 새 구독자 10명 내외, 구독 탈퇴자 역시 10명 내외이다. 묘하게도 새로 가입한 수와 탈퇴한 수가 엇비슷하여 전체 조합원과 구독자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들신문 조합원과 구독자 수(2015~2020)
한들신문 조합원과 구독자 수(2015~2020)

조합원 수를 거창군 전체 인구(20204월 말 기준 61,700) 가운데 비율로 보면 약 0.5%. 가구 비율(20204월 말 기준 29,568세대)로 보면 1.0%로 나온다. 숫자만으로 보면 결코 큰 숫자라 할 수 없다. 아니 아주 미미한 숫자다. 물론 조합원과 구독자만 한들신문을 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무가지 배포를 4천 부 정도에서 2천 부로 줄였던 점을 생각

하면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2) 발행 횟수

한들신문은 2015615일부터 2020611일까지 모두 126호를 세상에 내놓았다. 5년간 격주 발행을 모두 했을 때를 계산하면 10호 정도 부족한데 이것은 여름 휴가 기간 등에 휴간한 것 때문이다. 해마다 2호 정도 휴간을 한 것이니 비교적 발행주기를 지켜가며 신문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이 정기적으로 정해진 주간과 날짜에 나온다는 것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3) 기사 생산 비율

한들신문 지난 호인 125호는 기사 건수로 보았을 때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이 64%, 보도 자료 비율이 36%이다. 보도 자료 가운데는 한 면에 8건 정도의 면 지역 소식이 고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사 면적 비율로 보면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은 훨씬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물론 5년간의 변화 추이를 보면 좀 다르다. 어떤 시기에는 자체 생산 기사 비율이 30%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래도 평균을 내보면 50% 이상은 취재와 기고를 통한 자체 생산 기사였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비율이 높을 땐 80%대까지 자체 생산 기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들신문 자체 생산 기사와 보도 자료 비율(2015 ~ 2019)
한들신문 자체 생산 기사와 보도 자료 비율(2015 ~ 2019)

4) 조합원 참여

한들신문 325명의 조합원 가운데 신문 제작과 배포, 광고 영업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하는 조합원은 대략 60명 내외다. 전체 조합원의 18% 정도이니 적은 수는 아니다. 참여 숫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늘 참여하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도 가끔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지다. 안타깝게도 지난 5년간 직접적인 신문 제작, 배포, 광고 활동 이외에는 총회, 대의원총회 정도가 참여 공간이었다. 한들신문은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사실 조합원 참여 사업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조합원이 단순히 조합비 내고 신문만 받아보는 것에 그친다면 일반 구독자와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더는 조합원으로 남아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5) 재정

한들신문의 지난 1월 대의원총회 자료를 보면 2019년 총 매출은 약 127백만 원이다. 연간 매출 규모로 보면 여전히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합비와 구독료 수입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광고료 수익이 살짝 늘고, 청년 일자리 인건비 지원을 받아 지출이 줄어들면서 지금까지 진 빚을 갚고 잠시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수입 부분에서 구독자, 조합원 확대를 통해 전체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광고의 압박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3.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1) 신문의 몰락, 방송의 쇠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2019)에 따르면 2019년 종이 신문 열독률은 12.3%, 정기 구독률은 4.28년 전인 2011년의 44.6%17.5%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졌다. 특히 20대 이하는 열독률 2.5%로 최저치로 보인다. 방송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2011년보다 방송 시청률이 줄어들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20대 이하는 역시 최저치를 기록해서 10대와 20대 세대가 전통 미디어라 부르는 종이 신문과 방송을 외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에 인터넷 기반인 모바일 이용률은 36.7%에서 86.7%까지 올랐다. 특히, 뉴스 부분에서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률이 72.4%에 이르는 것을 보면 절대다수가 종이 신문과 티브이(TV) 수상기가 아닌 모바일을 이용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 매체 이용률 추이(1993~2019, 한국언론진흥재단)
전통 매체 이용률 추이(1993~2019, 한국언론진흥재단)

2) 유튜브 저널리즘과 오티티(OTT, over the top, 인터넷으로 방송,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제공하는 것)

유튜브의 시대다. 뉴스는 물론이고 세상 돌아가는 데 있어야 할 것, 있으나 없으나 한 것, 없어야 할 것까지 대부분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 만들어지고 또 보는 시대다. 한국인의 유튜브 사랑은 특별히 유별나서 다른 동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뉴스 관련 동영상도 유튜브를 통해서 보는 국민이 40% 이상(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으로 나타나 뉴스 소비의 지형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전 세계에서도 무려 4위다.

유튜브에 더해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이른바 오티티(over the top) 서비스는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디어를 장악해 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언론사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 기레기와 확증 편향, 신뢰도 하락, 가짜 뉴스

언론사 관련 뉴스에 가장 흔히 달리는 댓글 내용 가운데 하나가 기레기. 잘 아는 것과 같이 기자 + 쓰레기의 합친 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기자 집단과 언론사를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사실 정파 중심의 언론 환경도 한몫한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로 나뉜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똑같은 사안에 관해서도 서로 다른 사실(FACT)을 내세워 말하고자 하는 바에 들어맞게 기사를 쓰는 것이다. 어느 언론사도 거의 예외가 없이 이런 정파성을 지나치게 내세우고 있어서 언론을 통해 균형 있는 시각을 키우고 다양한 생각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만 찾아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선거 때가 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4) 미디어, 몸의 변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는 역사와 사회 발전 과정에서 좋은 것이라고도 나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특히, 전통 매체인 종이 신문과 방송의 쇠퇴 그리고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유튜브, 오티티(OTT) 등의 확장은 인간이 미디어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체제 자체를 변화시키고 다시 몸이 그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 매체 이용율 추이(2010 ~ 2019, 한국언론진흥재단)
인터넷 기반 매체 이용율 추이(2010 ~ 2019, 한국언론진흥재단)

4. 지역 언론, 지역 주간 신문의 현실

지방 소멸 노령화 지수(2019, 시사인)
지방 소멸 노령화 지수(2019, 시사인)

1) 지방 소멸 경고 시대 지방 재생의 길

국내에서 지방 소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노령화지수(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년층 비율)에 따른 분류에서 500 이상으로 나타난 경북 군위, 의성, 청도, 청송, 경남 합천, 남해, 의령 등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거창은 어떤가? 노령화지수 6단계로 보았을 때 중간 정도 단계에 와 있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지방 소멸 시대는 지역 언론에도 큰 고민거리다. 지역 언론을 통해 옛 세대와 새 세대가 소통하며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고민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럴 대상이 없는 것이다. 언론 활동의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

 

2) 지역 언론의 오래된 고민

지역 언론은 온 나라 전체의 일이 아닌, 한정된 지역만의 뉴스와 이야기를 담는 언론이다.

모든 지역 언론의 고민은 지역 언론의 유지와 경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신문은 안 팔리고 방송은 안 본다. 앞에서 잠깐 살펴본 것처럼 뉴스도 모바일과 유튜브, 네이버, 다음과 같은 틀로 소비한다. 그러니 구독료나 광고 수입도 충분하지 않다. 언론사 경영을 위한 재정이 충분하지 않으니 취재진이 빈약하고, 부실한 지면과 방송으로 채워져 다시 지역민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 구조가 되고 있다. 특히, 넓지 않은 국토에서 서울과 중앙 중심의 정치, 경제, 교육, 사회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에 지역민조차도 굳이 지역 언론을 꼭 원하지는 않는다.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으로 생활이 바뀌면서 이는 더 굳어지고 있다.

 

3) 지역 주간 신문 전성시대?

한들신문과 같은 지역 주간 신문의 상황은 더욱더 어렵다. 대부분 총 직원이 5명 내외에 머물고(1~2인으로 운영하는 지역 주간 신문도 적지 않다.) 주간 발행은 커녕 격주간 발행도 힘겨워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실한 지면이다. 취재 인력의 수나 전문성에서 떨어지다 보니 지면 대부분은 보도 자료 중심의 부실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지역민에게 지역 주간 신문은 전봇대마다 꽂혀있는 생활광고지와 큰 차별이 없다.

그래도 2019년을 기준으로 온 나라 안에 무려 553개의 지역 주간 신문사가 운영되고 있다(한국언론진흥재단). 특별히 한들신문과 같은 협동조합 기반의 지역 주간 언론사도 10여 개에 이른다. 무엇이 이 많은 지역 주간 언론사를 유지하게 만들고 있을까? 전국 기초 자치 단체 226개를 생각하면 모든 시, , 군 단위에 평균 2.4개의 지역 주간 신문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언론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4) 주요 해외 지역 언론 상황

지역 언론의 어려움은 한국 사회만 겪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종이 신문과 방송은 모바일과 유튜브 등에 밀리고 있다. 미국은 넓은 땅덩이 때문에 지역 언론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다. 그런 미국에서도 지역 언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뉴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데 미국 내 지역 신문은 2004년에서 2018년 사이에 8,972개에서 7,112개로 줄었다. 특히, 미국 내 카운티가 3,143개인데 2018년 기준으로 이 중 171개 카운티에는 지역 신문이 한 곳도 없다. 이런 경향은 미국 내 방송사와 신문사의 소유권 집중도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 2018년 현재 미국의 25개 신문 체인은 전체 신문의 3분의 1, 일간지의 3분의 2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 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싱가포르,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신문 보급률을 보이는 일본에서도 2017년 현재 2005년보다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

프랑스는 공적 언론 서비스가 매우 잘 발달하였을 것으로 보통 생각하지만, 언론사 대부분이 거대 재벌 소유라(심지어 루이뷔통도 경제지를 갖고 있다.) 권력 감시 기능의 충실한 수행이나 소통이라는 면에서는 기대 이하라고 한다. 그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독립 언론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2008메디아파르트의 등장과 성공 이후로 이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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