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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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는 커피
  • 한들신문
  • 승인 2020.07.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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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에블로 젤라또 전효민
독일 밤베르크, 카페 가는 길
독일 밤베르크, 카페 가는 길

여행 경비 아낀다고 케이크 먹으러 가는 날이 드문데 눈이 부슬비처럼 내려 그랬는지 숙소 주인에게 소개받은 케이크 집 문을 빼꼼히 열었습니다. 케이크만 사서 가져가는 사람이 많고, 케이크 진열창이 있는 공간을 지나야 커피 마실 곳이 나올 만큼 케이크를 전면에 내세운 독일 밤베르크 어느 골목 모퉁이 카페 암 돔(cafe am dom).

다 맛있겠다~. 물끄러미 쳐다보다 사과 케이크 하나와 커피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히히 케이크 두 개 먹을 걸 싶지만 다시 돌아가도 하나 주문했겠지요. 아마. 케이크 하나와 커피 두 잔으로도 충분히 우아우아 기뻐하며 먹었거든요.

케이크 한입에 커피 한 모금, 이히~. 좋아하며 누리고 있는데 무궁 씨가 눈을 번쩍 뜨며 아 이 집 커피 좋다 합니다. 맛있다고 소문난 커피전문점에서도 무궁 씨의 감탄사는 드문데 에~? 케이크 전문점 커피가 그렇게 좋아? 의아하여 되물었습니다.

무궁 씨 설명하기를 이 커피는 자기를 뽐내지 않고 케이크 맛을 살려준답니다.

케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돕는 맛이라고요.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케이크 맛이 잘 살아날 수 있게 밑에서 받쳐주는 커피

그래서 이 커피는 케이크와 잘 어울린다며 아주 좋다 합니다.

무궁 씨처럼 커피를 전문으로 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저처럼 이 집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나올 때 이 집 케이크 진짜 맛있어라고 할 겁니다. 거기에는 기본 케이크 맛도 있겠지만 커피가 케이크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도운 게 한 몫 할 테지요. 만약 커피 맛이 강했다면? 커피는 맛있다 불릴지 몰라도 케이크 맛은 눌렸거나 약해졌을 거라 합니다.

무궁 씨에게 케이크 전문점의 커피 맛에 대해 들으며 조화를 생각합니다.

다시 커피 한 모금에 케이크 한 입. ~~~. 케이크 맛있다. 2015-01-25 독일 밤베르크

 

여행을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의 커피를 만나겠다는 포부나 계획은 없었지만, 워낙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 마셨고, 생활 속에 커피가 빠지지 않았기에 여행에서도 커피를 많이 마시고 커피집을 많이 다녔습니다.

관심이 머물러 있으니, 잘한다는 커피집을 찾고 직접 들려 커피 한잔하는 즐거움을 살뜰하게 챙겨 누렸는데 돌이켜보니 분위기, , 시스템, 취향 등 배움과 도전이 되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독일 밤베르크 카페에서 나눈 대화가 그랬습니다.

좋은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이 있고 그에 더해 가게의 정체성에 맞는 맛을 설계하는 것이 좋은 커피의 조건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것이 설령 커피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맛이 아니라 케이크를 살려주는 커피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커피만 그럴까요.

유명하거나 남들이 말하는 좋음을 참고하되 나와 맞는가 내 정체성과 맞는가? 를 살피는 태도.

그래서 내게 좋음을 찾아 아 좋다하면서 맛있게 살고 싶습니다.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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