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교통·도로 정책,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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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교통·도로 정책,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7.15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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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에서는 최근 민선 7기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비전이라는 군정 홍보물을 냈다. 말 그대로 어느새 민선 7기에 이른 거창 군정의 지금까지의 성과를 살펴보고 후반기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행정 기관의 살림살이가 한둘이 아니고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수십 가지의 정책을 펼쳐나가려면 뜻과 다르게 한계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창군의 교통과 도로에 관련된 후반기 비전을 보면 별다른 비전이 보이질 않아 아쉬움이 크다.

정책 홍보 책자에서 도로 또는 교통과 직접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면 대동로터리 개선, 거창교(1) 재가설, 터미널 공영주차장, 남부우회도로 개설, 거열산성 진입도로 개설정도만이 보인다. 대부분 교통량이 늘어난 것에 대응한 도로 개설이나 개선 사업이다. 특히, 거열산성 진입도로나 남부우회도로 개설을 통해 거창읍 외곽 순환 도로를 연결하고 거창읍 내부는 내부대로 순환하게 만든다는 계획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이미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 길도 꽉 차서 또 다른 길을 만들거나 길을 넓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거창읍 생활 반경
거창읍 생활 반경

 

한들신문에서 거창군의 교통 정책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제안하였던 것은 거창 전체, 적어도 거창읍 정도에서는 교통에 관해서는 생태 도시에 알맞은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거창군의 교통·도로 정책은 마치,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난다고 병상만 늘리는 것과 같다. 병상도 어느 정도 늘어야겠지만, 그보다 감염원을 차단하여 병원에 갈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거창을 생각하면 자가용도 많고, 학생도 많은 곳이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가봐도 배정된 주차 구역보다 차가 많아서 가까운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있다. 예전 주차장이 넉넉히 확보되지 않은 아파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주택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차가 늘고 차량 운행이 늘었다고 해서 계속 도로 개설, 다리 개설, 로터리 만들기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 청정 거창의 장점을 계속 살려가고 도시가 사람이 편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방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굳이 이름 붙이자면 생태 교통 도시라고도 하겠다.

가만히 살펴보면 거창에서 사람들이 활발히 오고 가는 거리는 군청을 중심으로 했을 때 반경 1.2이내다. 끝에서 끝을 가도 2남짓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주요 소비 생활이 일어나는 중심지를 따져보면 대략 반경 5백 미터 이내, 끝에서 끝을 가도 1남짓이다. 이 정도 거리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하기에 알맞다. 큰 도시에서는 주택가에서 나와 지하철이나 버스가 있는 곳까지 가는 정도의 거리다. 그런 정도의 거리에 너도나도 차를 가지고 출퇴근이며, 아이들 등하교, 물건 사기, 사람 만나기 등을 한다. 짐을 옮겨야 할 때도 있고 날씨가 안 좋을 때도 있다는 점이나 요즘 생활 방식으로 보면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에 거창만의 러시아워가 생기며 긴 정체가 생기는 이유다.

길을 넓히고 또 넓히면 해결이 될까?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2남짓한 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이다. 그래서 벌써 몇 해 전에 그린씽과 같은 공용 자전거가 생겼다. 그린씽을 시작으로 거창의 생태 교통 체계를 하나하나 만들었다면 벌써 꽤 새로운 모습이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거창에서 그린씽 말고는 딱히 생태 교통의 관점에서 추진해온 것이 없다.

거창군 우회도로 계획
거창군 우회도로 계획

 

지금부터라도 하자. 글쓴이는 늘 생각하지만, 거창에는 노면 전차(트램)와 같은 것이 딱 알맞아 보인다. 거창읍 전체를 감싸고 도는 순환선 하나와 그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는 몇 개의 가지 선이 있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 노면 전차 설치와 운행이 너무 비싸면 먼저 버스 노선이라도 거창읍 어디에서 타더라도 어디라도 갈아타고 갈 수 있게 만들면 어떨까? 5분에서 10분만 걸으면 버스나 노면 전차를 탈 수 있고, 자전거 길이 끊어지지 않고 잘 만들어지면 굳이 집집이 차를 두 대 이상씩을 두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자가용은 특별할 때만, 특별한 일에만 쓰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아침 시간 학교가 몰린 곳마다 일어나는 교통 문제와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아주 어린 학생은 보호자 손을 잡고, 조금 큰 학생은 스스로 노면 전차나 버스를 타고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내려 조금 걷기만 해도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말이다.

거창이 원래 가지고 있던 청정하고 맑고 깨끗한 느낌에다 실제로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구역이 넓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거창은 어느 도시보다 앞서 생태 교통 도시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거창 교도소 설치를 기존 지역에 하기로 했으니 그 특전으로 거창읍에 노면 전차(트램) 건설을 요구하여 받으면 어떨까?)

공용 자전거 그린씽
공용 자전거 그린씽

 

물론 생태 도시 거창에 걸맞은 생태 교통 계획은 쉽게 세워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전문가 의견도 보태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민선 7기 집행부가 그런 일을 시작해 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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