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평빌라 이야기 스물여섯 번째 】울고 떼써도 함께 갈 거야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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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평빌라 이야기 스물여섯 번째 】울고 떼써도 함께 갈 거야 (1편)
  • 한들신문
  • 승인 2020.07.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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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학교 졸업하면 뭐하지? 어떡하지? 막막했습니다. 실마리로 아르바이트를 궁리했습니다. 졸업까지 일 년,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하자고 민경 씨에게 찬찬히 설명했습니다. 강변에 늘어선 커피숍 몇 곳에 들렀습니다. 민경 씨는 말을 못 하고 짜증을 자주 냅니다. 혼자서는 청소, 설거지 서빙을 못 합니다. 알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7월의 커피숍 아르바이트는 경쟁자가 너무 많고 쟁쟁했습니다. 한 곳에서 좋다고 했는데, 민경 씨가 말을 못 한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안 되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파마하러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커피숍에 들렀습니다. 가게 이름도 사장님도 우아한 클렌첸. 커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언제 갔는지 민경 씨가 사장님 뒤에 바짝 섰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나 봐요.”

사장님이 주춤하다가 이내 부드럽게 맞아주었습니다. 자초지종 설명하고 커피 배울 수 있는지 부탁했습니다. 월평빌라 직원은 묻고 부탁하기를 잘합니다. 거절당하는 것도 잘하고요. 난데없는 부탁에도 사장님이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지푸라기가 여기 있네요. 파마하러 나선 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바리스타 수업을 받았습니다. 수업료 대신 일 하겠다고 했습니다. 바닥 쓸고 테이블 닦는 것도 배워야 할 형편인데, 사장님이 받아주었습니다. 청소 마치고 수업했습니다.

민경 씨, 카페라떼를 제일 좋아하죠? 카페라떼 만들어 볼까요?”

원두 가는 방법부터 커피추출기 사용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었습니다. 직접 해보라 하고, 어려워하는 건 손을 잡고 했습니다. 어설프고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 할 수도 있는데, 민경 씨 손을 잡고 할지언정 대신하지 않았습니다.

민경 씨, 카페라떼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죠?”

민경 씨가 냉장고를 가리켰습니다.

직접 찾아볼래요? 맞아요. 라떼에는 우유가 들어가요.”

가르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진지했습니다. 예쁜 컵을 고르라 하고 내린 커피를 따릅니다. 민경 씨 표 민경 씨 커피.

그해 여름방학 내내 클렌첸에 출근해서 바리스타 수업받고, 바닥 쓸고 테이블 닦았습니다. 수업료 대신 일 하겠다고 했는데, 민경 씨가 일당 꼭 받아야 한다고 떼써서 일당 천 원씩 받았습니다.

개학하면서 바리스타 수업도 아르바이트도 마쳤습니다. 이제 클렌첸은 학교 마치고 가는 곳, 좋은 일 있을 때 우울할 때 가는 곳, 가면 반기는 사람 있는 곳, 고향 못 가는 설움 달래는 곳, 민경 씨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시설에서 울고 떼쓰는 민경 씨가 클렌첸에 가면 요조숙녀가 됩니다. 클렌첸에 마법이 있는 걸까?

아무 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울고 떼쓰는 바람에 손님이 다 나가고, 자기 얼굴을 마구 때려 놀라게 했습니다. 시설 직원이 사장님 찾아뵙고 민경 씨 형편을 알렸습니다. 민경 씨 살아온 이야기, 시설과 학교에서의 모습, 기분 나쁠 때 하는 행동, 마법의 공간 클렌첸에서조차 사장님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장님이 가만히 듣다가 당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민경 씨와 같은 학교에 다녀요. 그 아이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좋지 않은 이야기까지. 손님들 있을 때 제 앞에서 몇 번 울고 떼썼죠. 아는 사람이 그런 사람을 가게에 두면 안 된다고도 하대요.”

사장님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겠죠. 열 달 함께했는데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니 더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많이 사랑받으면 나아지지 않겠어요? 제가 보니까, 민경이는 늘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아요.”

다 알고 계셨구나,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셨구나, 한 마디 한 마디가 위로였고 희망이었습니다. 먹먹했습니다.

우리 집이 넓으면 하룻밤 같이 지내고 싶어요.”

오히려 더 품지 못하는 자기 형편을 아쉬워했습니다. 언제 민경 씨와 펜션에서 하룻밤 보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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