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용업체, ‘이전하다 실패, 자금 없어’
거창군 거창읍 양평리 주민들이 폐비닐 재활용 업체인 거창수지의 이전을 요구하며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거창수지는 폐비닐 등을 열로 녹여 재활용하는 업체로, 녹이는 과정에서 악취 등 대기 오염이 발생한다. 현재는 필터 등을 보강해 대기 오염이 현저히 줄었지만 여전히 공장 인근에서는 플라스틱이 녹는 냄새가 나고 있다. 특히, 이 거창수지와 가장 가까운 마을은 불과 20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은 ‘10여 년 동안 피해를 입었는데, 이제는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러 온 업체 측은 ‘빚을 내 이전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부지 보상만 받을 수 있다면 당장 이전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평리 주민들, ‘주민 건강에 위협, 이전해야’
기자회견에서 거창읍 양평리 노혜마을 서호영 이장은 “이 공장은 각종 플라스틱류와 합성수지 등을 녹이고 재생하며 스티로폼을 소각하는 작업을 13년 동안 이어오면서 노혜마을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은 등한시 해왔다”라면서 “플라스틱과 폐비닐, 스티로폼을 녹이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으로 작용하고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재활용 공장을 곁에 두고 13년을 참고 살아온 주민들의 고통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으니 조속한 이전을 촉구한다”라면서 “거창수지는 올해 7월 4일까지 공장을 이전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여전히 가동하고 있다. 거창수지의 외곽 이전은 군민의 건강‧생명과 직결한 문제로 거창군이 조속한 조치를 취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업체 측, ‘이전하려 했지만 반대에 막혀, 이젠 여력이 없어’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거창수지 측은 ‘노력을 했는데 실패해 부득이한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거창수지 측 관계자 ㄱ씨는 “지난해 공장 이전을 위해 남하면 둔마리에 부지를 매입하고 허가를 받는 절차를 진행했는데, 인근 마을 주민들이 ‘절대 못 온다. 그쪽 동네(양평리) 사람한테 들어보니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생기는데 왜 우리 동네로 이전하려고 하냐’라고 해 이전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빚내서 둔마리 부지를 매입해 자산이 마이너스가 된 상태라 이젠 돈을 더 들여 이전할 여력이 없다”라며 “다른 부지 물색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민들, ‘1년 전 약속 지켜라’
그러나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작성한 각서에 따라 약속을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거창수지 대표 ㄴ씨는 지난해 6월, 노혜마을 주민들에게 ‘1년 뒤 이전’을 약속하며 각서를 썼다.
이 각서에서 ㄴ씨는 ‘공장을 건축하고 이주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1년만 시간을 달라’, ‘약속 이행이 안될 시 공장 가등을 멈추겠다. 동민 여러분의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라는 각서를 전달했다. 각서를 전달하며 김 씨는 인감증명서까지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1년 전에 한 약속한 데로 공장을 이전하던지 아니면 공장 가동을 멈추던지 하라”라고 말했다.
업체 측, ‘생계 걸린 문제, 당장은 힘들어’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ㄱ씨는 “공장 이전이나 공장 가동 중단을 하고 싶은데 우리 생계가 걸려있어 (공장을) 세우지 못한다. 이 공장에 우리 네 가족이 모두 일을 하는데 생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가 보상 많이 받으려고 해서 매입이 안되고 있다고 소문이 나있는데 실제로 거창군에서 매입하려고 시도를 했던 적이 없다.”라며 “이런 피해도 입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주민‧업체 측, 거창군이 나서야
양 측은 ‘결국 거창군이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혜마을 주민 ㄷ씨는 “거창군도 잘못이 있다. 민원이 들어가면 보상을 해서 내보내 줘야지 이 사람(업체 측)들도 땅이고 뭐고 놔두고 갈 수 있겠나?”라고 했다.
ㄱ씨도 “우리 집까지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전체 부지 중 공장 부지만 거창군이 매입해주면 어디든 이전할 수 있다”라면서 “왜 동네분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영업을 하겠나? 군에서 보상을 해주거나 이전을 하게 도와주면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