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관심이 떠나자 아이들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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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관심이 떠나자 아이들도 떠나고 있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7.29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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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 어린이집 폐원에 고제면 학생들, 읍으로
계속 방치되면 인구 감소 가속화될 수도

주상면, 고제면, 웅양면을 통틀어 하나 있었던 주상면 숲 속 샘골 어린이집이 올해 초 원아 수 감소로 인한 경영난과 거창군의 지원 거부로 인해 문을 닫게 되자 고제면을 떠나는 가구들이 생기고 있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당시 거창읍으로 떠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고제 초·중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는 주민 이 아무 씨는 한들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제면을 떠나는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 씨는 올해 초 고제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둔 한 가정이 거창읍으로 이사를 갔는데, 올해 말에도 자녀 두 명을 고제초에 보내는 가정이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니 아이를 데리고 사과밭에서 일을 못해서 부득이하게 고제면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상면에 어린이집이 있던 때에는 여성농민을 위해 돈을 더 받지 않고도 농번기 때 보육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었다. 일하는 엄마 입장으로서는 도움이 많이 됐다라면서 웅양과 주상에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거창읍으로 보내야 해서 면 지역 인구감소는 물론 귀농·귀촌인도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도시에선 한 반도 안 되는 수의 아이들이 전교생이다. 암담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예전부터 거창읍으로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걸 보니 나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제면에 거주하는 김태경 전 거창군의회 의원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김 전 군의원은 고제에 한 집이 이미 이사를 갔고, 어린이집을 없애버려 탑선마을 주민도 읍에 집을 사서 이사를 간다고 한다. 그 옆 지경마을에 사는 아이 셋 집도 나가야 하나 근심이고, 자녀가 넷인 개명 마을 ㄱ아무개 네도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라며 어린이집이 없어진 지 4개월 만에 고제면은 풍비박산이 났다라고 호소했다.

고제초등학교도 학생 수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올해 초 18명이던 학생 수는 현재 16명으로 감소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할 어린이도 전학을 가서 실제 감소된 학생 수는 더 많다. 만약 이 씨의 말대로 하반기에도 전학이 생기면 고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4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고제초등학교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거창군의 작은 학교 전·입학 전입세대 주택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고제초등학교가 이 사업에 선정되면 전입 세대에 주택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땜질식 처방은 잠깐의 인구 증가를 가져올 뿐 근본적인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거창군 관계자는 고제를 떠난 가구도 어린이집 폐원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해명하며 해당 어린이집의 폐원은 운영 법인이 결정한 것으로, 살리기 위해 고민했지만 없어져서 우리도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에 국공립 위천어린이집에서 고제면에 차량 운행을 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했는데, 4명이 신청했다가 모두 취소를 했다라며 당장 어린이집 설치는 불가능하지만 공립 어린이집이 면 지역 보육을 책임지도록 하고 신원과 고제, 가북, 웅양 등 면 지역으로의 차량 운행을 고민하고 국비 지원을 통한 보육 지원 등을 고려해보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거창 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숲 속 샘골 어린이집에서 인건비 일부라도 지원해주면 원장의 월급까지 깎을 각오를 해서라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거창군이 방법이 없다라고만 했다가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까 방법을 찾겠다고 한다. 과연 누가 공감하겠나?”라고 물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고, 이후 탁상행정 말고 주민들과 만나 방법을 고민하고,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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