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백서, 제대로 만들려면 ‘반성’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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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백서, 제대로 만들려면 ‘반성’ 담아야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7.29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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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백서편찬위원회’ 구성
첫 회의에 집필 인력 채용, ‘왜 서두르나’
행정의 요식행위? ‘제대로 만들어야’

거창군이 거창 구치소 갈등 해소 백서(아래 백서)’ 편찬을 위해 지난 13, 백서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자료 수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열린 거창구치소 갈등 해소 백서편찬위원회 위촉식
▲지난 13일 열린 거창구치소 갈등 해소 백서편찬위원회 위촉식

 

300쪽 백서, ‘팩트만 담는다?

거창군에 따르면, ‘거창 구치소 갈등 해소 백서는 약 300쪽 내외로 집필할 예정이며 교도소 유치 배경과 과정, 갈등의 시작과 해결 시도, 주민투표, 언론 보도와 회의록 등 7년여 동안의 과정을 담는다.

군은 8월까지 자료 수집과 시기별 정리를 끝내고 다양한 주체와 참여자의 인터뷰를 실시하며 10월까지 원고를 작성할 방침이다. 이어 11월에는 백서의 감수까지 끝내고 인쇄와 배부에 나설 계획이다.

백서 편찬위원 위촉식에서 구인모 거창군수는 거창 군민들이 장시간에 걸쳐 갈등을 겪었는데, 주민투표를 통해 잘 해결된 일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지난 몇 년간 일어난 일을 공정하게 하나하나 정리해 후대에 거창 군민들이 백서를 보고 참 잘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작성해 달라라고 말했다.

거창군 관계자도 갈등을 겪던 중 경상남도의 중재안이 나와 극적으로 주민투표가 합의됐다. 대의를 생각해 한마음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와 경상남도에서는 (거창의 주민투표가) 모범사례라고 한다. 이걸 후손들에게 남겨 두 번 다시 행정을 하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본보기로서 남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군 주도는 한계 있어반대 의견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창군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백서에는 역사적인 가치나 의미를 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도소 이전 측과 원안 추진 측의 광범위한 참여나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백서를 제작해야 하는데, 이미 집필 인력을 채용한 뒤 위원회를 위촉하는 등 거창군이 집필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 교도소 설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인센티브를 얻어오기 위해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거창 법조타운 민관협의체의 위원만을 대상으로 백서편찬위원회를 꾸려 동력이 분산돼 제대로 된 활동이 불가능하다고도 우려했다.

특히, 거창 내 시민단체는 백서 제작이 시기상 이르며 객관성 확보가 불투명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창 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연내 백서 편찬은 객관성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물론 거창 주민, 단체, 정당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번에는 자료만 모으는 일을 하고, 백서 발간은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위촉식에서도 나왔다. 백서 편찬위원으로 위촉된 ㄱ 씨는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갈등 해소는 좋은데 주민투표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거창군 관계자는 주민투표로 결정된 시점까지의 내용만 담는 것이지 공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은 아니라며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넣을 예정이다. 내용을 가공하지 않고 단순히 정리해 담겠다라고 말했다.

 

반성없이는 편찬 의미 없어

한편, 다른 한 백서 편찬위원은 백서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각 주체의 성찰을 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서 편찬위원 ㄴ 씨는 거창군은 이렇게 했으면 갈등이 없었을 텐데 아쉽다는 성찰이 있어야 하고, 이전 측과 원안 측은 후대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게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다른 관계자도 백서를 제대로 발간하는 것은 거창군의 몫이자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일인데, 이미 왜곡되어서 추진되고 있다. 지금의 이 백서는 역사가 되지 못한다라고 강조하며 주민 갈등 당시 이전·원안 운동에 참여했던 주민들을 찾아내 그들의 의견을 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다면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민관협의체 위원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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