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하러 갔다가 우연히 들른 가게 이름도 사장님도 우아한 클렌첸에서, 민경(가명) 씨는 그해 여름 바리스타 수업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즐겁게 잘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울고 떼쓰는 바람에 손님이 다 나가고, 자기 얼굴을 마구 때려 놀라게 했습니다. 사장님은 민경 씨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품지 못하는 자기 형편을 아쉬워했습니다. (1편 요약)
“우리 집이 넓으면 하룻밤 같이 지내고 싶어요.”
오히려 더 품지 못하는 자기 형편을 아쉬워했습니다. 언제 민경 씨와 펜션에서 하룻밤 보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럼 이번 달 여행 갈 때 같이 가면 되겠네. 민경 씨와 같이 가도 될까요? 여행사 하는 친구가 가끔 답사를 가요. 아는 사람 몇이 같이 가는데, 이번 답사에 민경 씨랑 같이 가도 될까요?”
버스 잘 타는지, 걸음 잘 걷는지,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버스 기차 타고 밀양 아버지 댁에 가끔 다녀오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야영 잘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야영에서 휠체어 타는 친구를 지극정성으로 도왔는데, 이렇게 할 만한 역할을 맡기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쯤 듣자 사장님이 함께할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일정 잡으면 민경 씨와 의논하기로 하고, 4월 소매물도 답사도 좋고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 형편 될 때 가자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민경 씨는 당장 가겠다는 기세였습니다. 옷 화장품 머리핀 반지 시계가 필요하다고 온몸으로 말했습니다. 여행이라면 체험학습 소풍 수학여행이 고작이고, 그나마 아버지 댁 다녀오는 게 장거리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이 들뜨고 기대했습니다.
옷 파우더 립스틱 반지 시계를 새로 샀습니다. 새 옷 입고 클렌첸에 갔습니다. 사장님 손을 잡고 흔들고 어깨를 주무르고… 기쁘다 고맙다는 뜻입니다. 최고의 감사 표현입니다.
“어머, 민경아! 이렇게 예쁘게 입고 가려고? 민경이가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 우리 이번에 가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재밌게 놀자.”
민경 씨가 여행 중에 울고 힘들어하면 연락하라고 사장님에게 부탁했습니다. 사장님은 아무 염려 없다는 듯 걱정하지 말라 했고, 자주 다니다 보면 나아질 거라며 오히려 시설 직원을 안심시켰습니다.
“민경아, 나는 네가 울고 떼써도 함께 갈 거야.”
민경 씨를 마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심시켰습니다.
잘 도착했을까, 휴게소에서 별일 없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사장님에게 전화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투정하는 민경 씨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장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분하게 ‘괜찮다, 잘 놀다 가겠으니 걱정하지 말라.’ 했습니다. 민경 씨 투정은 시작하면 끝을 모릅니다. 거기에 울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수화기는 내려놓았지만 염려는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근처에서 저녁 먹고 집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감사 인사 드리러 갔다가 민경 씨 자랑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할 텐데 내내 차창 밖을 구경하는가 하면, 산책로가 길어서 조금 힘들어했지만 일행이 다독이니 잘 걸었다고 했습니다. 민경 씨가, 당신이, 함께한 사람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했습니다.
3월 강진, 5월 곡성 답사에 함께했습니다. 일본 여행도 제안받았는데 사정이 있어 못 갔습니다. 앞으로도 함께할 겁니다.
겨울방학에도 클렌첸에서 수업받고 일했습니다. 여름에는 시설 직원이 동행했는데, 겨울방학에는 민경 씨 혼자 하루 한 시간 일하고 수업받았습니다. 시설 직원 없이 하루 한 시간 일하고 수업받는 건 민경 씨에게 대단한 일입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당을 저금했습니다. 민경 씨는 돈이 생기면 그게 얼마든 커피믹스와 바꿉니다. 그런 민경 씨가 일당 천 원은 꼭 저금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이 삼만 원입니다. 민경 씨에게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돈 모아서 파마할 거랍니다. 민경 씨는 종이를 찢어서 주머니 불룩하게 넣어 다닙니다. 남의 통장을 몇 번 그랬습니다. 통장 만들면 또 그럴까 걱정했는데 자기 통장은 찢지 않았습니다.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클렌첸 가는 날은 먼저 씻고 기다립니다. 종일 집에 있는 날은 울고 떼쓰는 게 심한데 클렌첸 가는 날은 그나마 차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