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이순정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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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찾아가는 조합원 인터뷰]이순정 조합원
  • 한들신문
  • 승인 2020.07.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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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산내들’ 보물, 실력파 사무국장 이순정 조합원

언제 만나도 반가운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상냥하게 예쁜 미소를 짓는 사람, 이순정 <푸른 산 내들> 사무국장이다. 앙증맞고 작고 예쁜 들꽃 같은 사람이다. 이사한 사무실은 문패도 달지 못하고 어수선했다. 요즘 유독 힘들어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10여 년 넘게 <푸른산내들> 실무자로 일하고 있는데요.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지 않나 싶어요.

어릴 적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봄이 오면 새싹들이 언 땅을 시루떡처럼 머리에 이고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어찌나 신기한지요.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행복이 되었어요. 아버지가 지게에 소꼴로 베어 온 풀이름을 하나하나 묻기도 했지요. 우리 아이가 어느날 깨알처럼 작은 꽃을 피운 쥐꼬리망초를 보고 이름을 물어보고, 또 보도블록 사이에 핀 주름잎 꽃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어요. 내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해야겠구나 싶어 나무와 풀, 곤충 공부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구나 싶어요.

지금은 자연에 푹 빠져 살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 환경에 대한 실천으로 반성과 노력 두 가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지역의 생태 역사를 기록하고자 열심히 지역의 자연조사를 하고 있답니다. 길거리를 지나며 상가마다 뿜어내는 실외기 열기에 나만이라도 에어컨을 사용하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어요. 아이들에게 그 말을 한지 여섯 해가 지났고, 에어컨 없이 그만큼 참아 왔어요. (웃음)

환경단체 활동가로 여러 가지 일을 해 왔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숲이나 자연해설을 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은 자연조사를 하는 일이랍니다. 올해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꽃과 곤충을 지키기 위해, 숲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 기후와 대기오염 미세먼지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네 자녀를 키운 엄마로 요즘은 자녀들에게 얹혀산다면서요? 자녀들과 더불어 사는 희로애락이 궁금해요.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넷이라면 키우느라 힘들었겠다.” 하는데, 그 말은 저를 참으로 미안하게 하는 말입니다. 늘 아이들이 나를 키우고 돌봐줬다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시민운동을 하기 전에도 부족한 것 투성이로 아이들을 키웠지만, 시민운동을 하면서는 더욱 그랬어요. 아이들을 키울 때 주변에서 애가 고3이라서 뭘 하네. 못 하네.” 할 때 저는 가동보와 세월호 교도소 집회 등으로 늘 아이들보다 일이 먼저였지요. 그 난리 통에 아이 넷은 모두 고3을 치렀고, 그 속에서도 불평 한번 없이 자라주었습니다. 매일 집회를 하던 20144~11월까지 큰아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 저녁을 먹이고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해 주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촛불 집회를 오랫동안 하였는데 재수를 하던 큰딸은 종이컵을 준비하는 일부터 피켓을 만드는 일을 도와줬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다 자라서 직장인이 되고, 엄마의 경제적 도움 없이 대학도 졸업하고, 저를 어린아이 돌보듯 돌보는 성인이 되어 있어요. 뒤돌아보면 제가 겨우 해 준 것은 아이들이 어릴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 속으로 가서 놀아 주고, 매일 학교 운동장에 가서 아이들이 모래투성이가 되도록 흙을 만지며 놀게 한 것뿐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가족인 강아지와 고양이 이야기를 빠뜨려서 소개해야 할 것 같아요.

다들 사연 많은 아이들인데 옴이 올라서 버림받은 강아지는 셋째가 데려오고, 분만을 하고 새끼 대신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장남이 데려오고요. 태풍 때 송정리 주유소 근처에서 비를 맞고 있는 탈진한 아기 고양이는 막내가 데려왔어요. 세 번째 고양이는 미숙아라 한살이 넘은 지금도 우는 소리가 아주 작아요. ‘애옹애옹해요. 그래서 이름을 애옹이라 지었습니다. 모두 소중한 우리 가족입니다. (웃음)

<푸른산내들> 요즘 상황이 어려운 걸 알아요.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네 어렵죠. 예전부터 어려웠지만 요즘 더욱 어려워진 것 같아요. 작년 10월 대표가 사임하고 올해 코로나로 정기총회도 열지 못하고, 대표자 선출도 운영위 재정비도 못 하고 올해가 다 가게 생겼어요. 연초부터 산림벌목 문제와 하천 자연석 반출 건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법안을 찾아 조사하느라 매우 바빴고 힘이 들었어요. 중간중간 크고 작은 환경 관련 협조나 바로잡아야 할 일들도 많았고요.

십 년 전 생태조사와 생태교육을 맡으려고 푸른산내들에 들어왔죠. 그때는 상근 실무자도 있었어요. 초기 몇 년간은 교육과 교재 만들기 등을 통하여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재정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하던 일을 떠맡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열정으로 생태조사와 교육, 지역 현안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해 왔는데, 생태국, 정책국, 사무국, 지역 현안에 대한 연대 등 모든 일을 혼자 하다 보니, 구슬만 만들고 실에 꿰지 못하는 형국이 되더라고요. 회원들과 소통하고 소식지를 만들고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인데, 소홀해지고 늘 회원들께는 미안한 마음이었지요.

대표자가 현장에서 뛰지는 않더라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만으로 단체 운영에 큰 힘이 되는데, 지금은 대표 자리가 공석이고 운영위도 재정립해야 하는 데 마음이 무거워요. 이런 상황에 회원들께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더욱 힘들어요. 지난해 최저시급으로 급여를 책정하고 몇 개월 만에 재정은 구멍이 나 버리고 지금은 급여조차 밀리는 형편입니다.

막말하기 쉬운 사람들은 시민단체 니들이 무슨 일을 했냐?”라고 하지요. 동천저류지에 짓고 있는 하천환경교육센터가 푸른산내들이 운영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하며 더욱더 많은 소리를 듣기도 했죠.

십여 년간 시민단체에 몸담고 이 안에서 바라본 시민단체는 아주 사소한 개인의 민원부터 크고 작은 지역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부딪치며 변화시켜온 역할이 적지 않아요.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때로는 행복을 느끼며 일해 오고 있어요.

하지만 젊은 청년들에게 시민단체 실무자라는 역할을 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절대 권하지 못할 것 같아요. 나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거든요. 이래저래 상처 받고 스스로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십 년 동안 늘 급여를 지출할 통장 잔액은 바닥을 보이고, 강사료를 벌어서 메우고, 다시 급여를 가져가고, 책을 만들어 통장을 채우기도 했죠.

그 와중에 최저시급을 적용하니 운영위에서는 반 상근을 해야 하나 단체를 없애야 하나 했지요. 이런 이야기 참으로 힘든 얘기인데 솔직하게 말해달라 해서 그냥 막 합니다. (웃음) 신문에 나오고 나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웃음) 기회가 된다면 젊은 후배 활동가를 푸른산내들 자리에 앉히고 열심히 후원을 모아 제대로 대접해 주고 싶은 꿈도 꿔 봅니다. 보너스, 퇴직금도 주고 급여도 밀리지 않고, 환경운동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보람되고 재미있는 일이거든요.

요즘도 푸른산내들은 바쁩니다. 여러 환경오염과 훼손에 따른 민원도 처리하고요. 건흥산 습지 조성 자문도 해 주고요. 지역의 환경현안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쓰레기 줍기는 당연히 하고요. 물론 생태조사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복원해 놓은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올해는 서식지마다 나비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 아쉬워요.

코로나 19로 그간 해 오던 생태교육은 뜸 해졌지만, 가끔 마을과 개인들의 환경 민원현장으로 달려가곤 합니다. 지난 주말엔 쓰레기도 줍고, 내가 알던 야생화 군락지 생태조사도 하고, 일요일엔 건계정의 가로수가 고사하여 사고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어요. 곧장 현장을 답사하고, 월요일엔 산림과에 알려 안전조치를 하였지요. 요즘 이러고 살아요.

 

화가 났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고달픈 역할을 해야 할까? 시민단체를 향한 문제해결 요구는 많은데, 시민단체는 스스로를 지탱할 재정과 인력이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 그럼에도 결국 좋아서 한다고 하자.

<푸른산내들>과 환경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시 끈끈한 연대로 조직을 정비하고 그나마 거창의 ” <푸른산내들>을 지켜 주길 빈다. 또한, 이순정 사무국장이 몸과 마음을 추스려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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