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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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합니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8.1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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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년 보듬을 준비 안 된 거창
사회 적응 돕기 위해 온 거창이 관심 가져야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 한 명을 올바른 성인으로 키우기 위해 부모는 물론 이웃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노력도 빠져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청소년들은 교육기관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1(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9(퇴학)까지 처분을 받는다. 처분은 심각성과 고의성,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내려진다. 물론, 심의위원회의 처분과 형사 처벌은 별개의 사안으로, ‘심의위원회 조치법률로써 판단된 처벌을 모두 받게 된다.

이들 조치는 교육부와 법무부의 지침 및 법률을 통해 규정되어 있으며, 가해 학생의 선도와 교육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지침에 따른 단순 처벌은 가해 학생을 교화하는 데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분란까지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창 내 한 청소년 단체 관계자는 정도가 심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학교폭력 가해자의 경우 교육부의 이 같은 처분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사회봉사나 특별교육 등은 가해 학생으로서는 시간만 때우면 그만인 식이며, 전학과 퇴학의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 위한 심리 치료는 미미해

거창 내 한 상담 전문 기관의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처분을 받으면. 최장 30시간 심리치료 및 교육과 동반자 프로그램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치료는 대부분 피해자 위주로 진행된다.

사안에 따라 법 교육, 분노조절, 정서 치료 등 가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부모를 위한 심리치료도 진행되는데,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에 대한 심리 치료는 벌칙으로 치부되다 보니 받는 사람도 귀찮아하고, 교육 시간도 짧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오히려 지속적으로 피해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우발적으로 폭력을 가했던 경우도 있어 처분을 통해 내려진 상담이나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전학 거리 규정도 실효성 의문

, 심의위원회의 전학조치는 피해 학생과 6km 이상 떨어진 학교로 한정되다 보니 거창군 내 면 지역으로 가는 게 보통이다. 거창읍에서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은 고등학생의 경우 거창공업고등학교, 중학생의 경우 웅양·고제·덕유·가조중학교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다.

물론, 타 지역으로 갈 수도 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 교육지원청이 전학을 거부할 수 있는 데다 가해 학생의 학부모도 거창 내 전학을 선호해 대부분 지역 내에서 전학이 이뤄진다.

이 거리 규정은 도시의 경우 가해자·피해자 분리 효과가 있으나 생활권이 겹치는 작은 소도시에서는 의미가 없다.

 

교화 없는 가해 학생, 면 지역은 불안

미비한 대응 체계로, 심리상담 등을 통한 교화가 되어 있지 않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면 지역으로 전학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면 지역 학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면 지역 학교의 경우 재학생 수가 적다 보니 작은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웅양중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가해 학생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판단된다면 얼마든지 전학을 받겠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낸다고 한다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하다라고 설명했다.

고제중학교에 자녀를 보낸다는 다른 학부모도 강력 범죄를 저지를 학생이 전학 온다면, 저도 원래 살던 지역(타 지방자치단체)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라며 작은 학교, 작은 지역의 생태계를 고려해 제대로 된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 대응 체계 갖춰야

거창 내 상담치료 전문가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위한 교화 운영 체계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상담사 A 씨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사회 적응을 위해 학부모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고, 지역 내에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라며 거창군과 교육기관, 상담치료사 등이 참여하는 문제 해결 회의를 통해 우리 지역에서 어떻게 가해 학생을 품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창 내 고등학교 교사 B씨도 가해 학생에 대한 문제 인식의 범위가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가해 학생이 다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범죄자로 낙인찍지 않는 주민의 인식 개선과 이들을 교화시키려는 교육 기관의 노력, 상담 치료 등이 부족하지 않은지 살피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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