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나무 베기, 거창의 산(山)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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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나무 베기, 거창의 산(山)이 아프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8.1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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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나무 베기로 산사태 걱정
문제 있어도 처벌조항 없는 경우도
천연기념물 있어도 ‘쉬쉬’
주상면 내장포마을 앞 벌채 현장. 급경사지이지만 기준 벌기령이 무시된 모두베기가 진행됐다.
주상면 내장포마을 앞 벌채 현장. 급경사지이지만 기준 벌기령이 무시된 모두베기가 진행됐다.

 

31, 주상면 거기리 금귀봉 등산로 초입 비탈. 마을 앞으로 나무를 모두 베어낸 현장이 보인다. 키가 10미터는 넘을 정도로 큰 소나무가 빼곡했던 숲은 벌거숭이가 됐다. 마을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어도 워낙 깊은 골짜기라 울창한 산림이 보존되어 있었지만, 순식간에 모든 나무가 베어졌다.

거창군은 해당 지역에 모두 베기를 허가했다. 사유림에서의 소나무 기준 벌기령은 30년이다. 30년이 넘은 소나무만 벨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운 불량림이나 해가림이 있어 농경지 혹은 주거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반대로, 집중강우 등으로 토사유출의 우려가 높은 산지는 입목벌채 등의 허가를 해서는 안된다. 산림청이 경사도가 30도가 넘는 지역에 대해서는 법률로써 어린 소나무를 더 많이 남기도록 규정한 것과 같은 이유다.

해당 지역도 경사도가 심한 급경사지로,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등 피해가 우려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모두 베기가 허가됐고, 기준 벌기령 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나무 베기 후 3년 지나도 나무 안 심은 현장도..

고제면의 또 다른 나무 베기 현장에서는 나무를 베어낸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나무를 심지 않고 있어 산사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나무를 벤 곳은 숲의 산사태 방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른 나무를 심어야 한다.

지난 201412, 국립 산림과학원이 펴낸 국민안전과 국토보전을 위한 산사태 바로 알기책자에는 숲을 모두 베기 하면 나무뿌리가 썩어 산사태 방지 기능이 급격히 줄어든다. 해송과 낙엽송은 모두 베기 후 5년이 지나면 산사태 방지 기능이 사라지고, 모두 베기 후 즉시 나무를 심더라도 어린 나무는 뿌리가 발달하지 않아 무너지기 쉽다. 벌채 후 즉시 조림한다고 하더라도 산사태 방지 기능이 발휘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되어 있다.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림을 위한 벌채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고 벌채를 한 자는 벌채를 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조림을 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처벌 조항 없이 조림을 명할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어, 3년이 넘도록 나무를 심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거창 내 환경단체는 산림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거창군의 대처를 당부했다.

푸른산내들 이순정 사무국장은 거창군의 소극 행정으로 불법을 자행하는 산림 개발 행위가 벌어지고 있어 산사태 등 큰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며 공무원 수가 제한되어 있어 모든 현장을 살펴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지역에 대해서는 한 번 더 피해 우려가 없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늘다람쥐 발견돼도 나무 베기

특히,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이 발견된 현장에서도 나무 베기는 진행됐다. 거창 내 환경단체에 따르면, 마리면 등 두 곳의 현장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며 천연기념물 328호인 하늘다람쥐가 발견됐는데,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나무 베기를 끝냈다.

하늘다람쥐는 나무 베기를 하던 마리면 현장 인부에 의해 목격됐으며 사진으로도 남겨졌다. 특히, 나무 베기 기간이 하늘다람쥐의 번식 기간인데다 큰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는 특성상 서식지마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무 베기를 막지는 못했다.

이순정 사무국장은 벌목을 하며 며칠 사이 두 곳에서 하늘다람쥐 두 쌍을 발견했는데 벌채를 멈추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며 보호동식물 관련 준수사항이 있을 텐데, 마구잡이로 서식지를 훼손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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