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전교도소 이전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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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전교도소 이전지를 가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8.1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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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방동 4통으로 교도소 이전 예정
이전지 주민들은 무덤덤 혹은 자포자기
‘신문 보고 알았어요’ 일방통행은 불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대전 도심에서 2.5km 떨어진 한적한 지역, 대전시 방동 4통 마을. 대전교도소가 이전하기로 논의된 지역이다. 방동 4통에는 20가구 정도가 모여 살고 있는데, 사람 소리보다 인근 4번 국도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방동 4통 마을과 대전 도심 사이에는 총 저수량 2846,000톤 규모의 방동저수지가 있다. 북쪽은 국유림, 남쪽은 왕복 4차선인 4번 국도가 있어 교도소 입지 여건은 나쁘지 않다. 다만, 4번 국도 건너에도 작은 마을이 있다.

대전교도소 이전지인 방통 4동
대전교도소 이전지인 방통 4동

대전시와 법무부는 방동 4통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이 부지에 대전교도소를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84년에 지어진 대전교도소가 노후화된 데다 현 부지 인근에는 아파트 등 도심이 확장돼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2010년대 초부터 이전 논의가 이어져 왔다.

현재 법무부와 대전시는 현 대전교도소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인 반면, LH는 사업 수익성을 위해 주거용지 비율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법무부와 대전시는 대전교도소를 오는 2026년까지 약 4,500억 원을 투입해 3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0규모로 이전할 계획이다.

지난 20181월에는 조승례 국회의원과 당시 유성구청장이었던 허태정 현 대전시장, ·시의원들이 방동 4통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법무부와 대전시의 교도소 이전 계획에 대해 방동 4통 주민들은 다소 무덤덤한 분위기다. 마을에 정착한 주민 중 귀촌한 경우가 많은 데다 전체가 이주될 예정이다 보니 딱히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625, 방동 4통에서 만난 주민 ㄱ씨는 초창기에는 반대했는데, 빈집도 많고 부지 대부분 외지인 소유가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나도 2005년도에 여기로 이사와 죽을 때까지 살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보상받으면 다른 곳에 정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동 4통 아랫마을 주민들은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625일 만난 아랫마을 주민 ㄴ씨는 여기 마을 주민들의 논과 밭이 다 교도소 이전 부지 안에 포함되어 있다 보니 우리도 같이 나가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시에서는 힘써준다라고 말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안기전 통장도 부지 안에 논이 있는데, 교도소 들어오면 논도 없고 농사도 못 지어 뭘 먹고살지 걱정이라 (반대로) 밀고 나갔다라며 대전시에서는 힘써보겠다라고 했는데 법무부가 예산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주민들도 플래카드를 걸고 반대했는데, 종중 땅이 많다 보니 마을 노인들이 보상 얼마나 해주겠나? 우리는 그냥 살겠다라고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대전시의 일방통행에 대해서도 일부 불만을 드러냈다. 주민 ㄱ씨는 계획이 확정됐다고는 하는데 우리도 신문에 나온 거 보고 알지 시에서 알려주지도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대전시청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이전부지는 정해졌지만, 계획안은 아직 없다. 계획이 나오면 진행상황을 체크하면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들과 협의해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교도소 이전지는 도심에서 많이 떨어져 이사.
교도소 이전지는 도심에서 많이 떨어져 이사.

대전시의 경우 도심과 꽤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그것도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교도소를 이전할 계획이다 보니 주민 대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주민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문제를 파악해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은 거창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교도소와 도심의 거리는 비교할 바가 못 되는 수준이다.

거창군도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에 교도소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대전교도소 이전과 같이 큰 이슈가 되지 않았거나 대규모 투쟁이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교도소는 주민 주거지역과 매우 가까운데, 여기에 아파트 신축과 법원 검찰 이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물리적 거리, 심리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 주민들의 요구를 미리 파악해 반영해야 한다. , 추진 과정에서도 주민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사업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주민들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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