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스물여덟 번째]울고 떼써도 함께 갈 거야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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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스물여덟 번째]울고 떼써도 함께 갈 거야 (3편)
  • 한들신문
  • 승인 2020.08.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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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파마하러 갔다가 우연히 들른, 가게 이름도 사장님도 우아한 클렌첸에서, 민경(가명) 씨는 그해 여름 바리스타 수업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즐겁게 잘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울고 떼쓰는 바람에 손님이 다 나가고, 자기 얼굴을 마구 때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장님은 민경 씨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품지 못하는 자기 형편을 아쉬워했습니다.

사장님 댁에서 하룻밤 외박을 시설 직원이 부탁했습니다. 사장님은 여행사 운영하는 친구가 답사 갈 때 같이 가자고 되려 제안했습니다. 그 길로 민경 씨는 3월에 강진으로 5월에 곡성으로 답사 여행에 동행했습니다. 3 여름방학에 잠시 했던 아르바이트는 겨울방학에도 이어졌습니다.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클렌첸 가는 날은 먼저 씻고 기다립니다. 종일 집에 있는 날은 울고 떼쓰는 게 심한데 클렌첸 가는 날은 그나마 차분합니다. (1, 2편 요약)

 

이런 까닭에 졸업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졸업 후를 대비한 거였고요. 이런 이야기를 클렌첸 사장님에게 쉬 꺼내지 못했습니다. 3학년 겨울방학 어느 날, 곧 졸업이라고 하니, 졸업하면 어떻게 지내냐며 사장님이 먼저 꺼냈습니다.

민경이도 졸업하면 일해야지? 내가 없을 때 민경이가 손님한테 커피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민경이도 그랬으면 좋겠지? 우리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여기서 일하자!”

졸업하면 뭐하지? 시설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고, 그런 입주자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기적처럼, 졸업 전이나 졸업할 즈음 일할 곳을 찾으니 걱정은커녕 기대합니다.

민경 씨가 졸업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 클렌첸에서 일합니다. 조금씩 늘려가자고 했습니다. 가끔 사장님과 외식하고, 손님 없는 날은 사장님과 수다 떨다 옵니다. 올해도 답사 가고, 기회 되면 둘이 좋은 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습니다.

민경 씨 기분이 좋지 않던 날, 클렌첸에서 크게 울었습니다. 클렌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자기 뺨을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사장님이 나서서 달랬습니다.

어머, 민경아! , 민경이 이런 모습 처음 봐. 왜 그러는 거야. 울지 말고 얘기해 봐.”

소용없었습니다. 참다못해 손님들이 나갔습니다.

민경아, 민경이가 이렇게 크게 우니까 손님이 나가잖아.”

소용없었습니다.

민경아, 나는 너랑 여행 가려고 했는데. 민경이가 이러면 속상해. 울지 말고 이야기해 봐.”

손을 내밀었습니다. 사장님에게 천 원을 받고 그쳤습니다.

이렇게 돈을 받고 싶으면 주말에 와서 일하고 받자, 알겠지?”

손님을 내쫓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요? 화를 내거나 여행을 미끼로 협상하기 십상이잖아요. ‘이러면 여행 같이 못 가! 울음 그치면 같이 갈게.’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손님 눈치 안 봤습니다. 치사하게 협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네가 울고 떼써도 함께 갈 거야.’ 했던 당신 말을 지켰습니다.

사회가 약자를 이해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다며 약자의 삶터를 분리하고 격리하려 합니다. 약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면 그때야 더불어 살 수 있는 것처럼 여깁니다. 얼마면 될까요? 세상 사람 얼마가 이해하고 배려해야 더불어 살 수 있을까요? 그때가 언제일지, 그런 때가 오기는 할지, 그런 때가 필요한지.

한 사람으로 족할 때가 있습니다. 머리 하는 데에 한 곳이면 충분하고, 일하는 데에 한 곳이면 충분하고, 밥 먹는 데에 한 곳이면 충분합니다. 한 사람 한 곳으로 족할 때가 있습니다.

월평빌라는, 지역사회가 시설 입주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하는지 분석하여 개선·개발하는 데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함께할 한 사람 한 곳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찾는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를 만났고 아이를 만났고, 동료와 친구를 만나듯이 말이죠.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여기 클렌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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