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비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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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비가 무섭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8.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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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귀농인 백상하

일주일 넘게 계속 비가 내렸다. 장마철이라 비가 오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올해는 더 심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마른장마가 굳어지는 듯했으나 올해부터는 모양새가 완전 다른 것 같다. 제주도는 거의 50일 가까이 비가 내려 농작물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원래 비가 많이 내리면 병충해가 더 창궐하기 마련인데, 비가 계속 내려 농약을 칠 기회가 없었다고 하니 같은 농민 입장에서 그 타는 속을 짐작할 만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기후 온난화의 전주곡이란다. 온난화로 인해 태평양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고 그 수증기가 장마전선을 따라 북상하면서 일본,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리면서 홍수,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산샤댐이 붕괴가 되니 마니 할 정도이고, 재해 대처에는 최고 수준이라는 일본에서 조차도 수 십 명의 인명 피해가 났으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뉴스에 기상 전문가와의 대담이 실렸는데 그중에 충격적이 사실이 있었다.

호주에서 외교 전문가들이 아닌 안보 전문가들이 모여 향후 아시아에 식량 대란이 일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식량 난민들이 호주로 몰려들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한다. 충격적인 건 외부에서는 식량대란이 일어나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인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당연히 가시화되는 정책도 있을 리 없다.

현재 식량 자급률이 20% 초반이고 가축 사료를 제외하면 50%가 약간 못된다고 한다. 향후 10년 이내에 기후 온난화로 식량 생산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고 이게 현실이 될 경우 어디서 어떻게 식량을 확보할 것인가? 코로나 19로 인해 수출길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으며 설사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들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탄소세 등을 내세워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을 만들 것이고 우리나라처럼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는 경쟁력을 잃어 더 이상 수출로 먹고 산다는 것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아이폰의 경우 2030년 이후부터 제품 생산에 탄소를 배출하는 부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유럽 자동차 회사들도 차후 내연 기관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을 단순히 친환경 친화주의 정책으로 보고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경험으로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고 당연히 이를 자국 산업 보호 및 타 국가에 대한 우위를 점하는 데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밀리다가 이제야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 같아 씁쓸하다.

OECD 국가 중 친환경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꼴찌를 달리는 곳이 대한민국이기도 하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으로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길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란 명분 하에 무분별하게 농지가 파괴되고 식량 안보에 대한 계획 없이 그 자체에 매몰되어 오히려 환경 파괴를 자행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며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한 스웨덴의 10대 환경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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