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5)「멋진 여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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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5)「멋진 여우 씨」
  • 한들신문
  • 승인 2020.08.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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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홍순희
로알드 달 글/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17.02
로알드 달 글/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17.02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당신, 멋진 여우씨

소란했던 7월 장마도 이젠 물러난 듯합니다. 8월에는 뜨겁고 더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거라고 합니다.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 알려 드릴까요? 그중 하나, 계곡에 발 담그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책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뜨거운 여름 8월에 소개할 첫 번째 책은 멋진 여우씨입니다.

먼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소개할게요.

 

여우씨- 네 마리 여우의 아빠이며,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 영리함. 책임감이 강하고 세 농부의 농장에서 먹잇감을 훔쳐 가족을 먹여 살림. 아주 멋진 꼬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함.

여우 부인- 아주 사랑스러운 아내이며 상냥함, 요리를 잘함.

새끼 여우들- 아빠를 최고로 여김, 착하고 귀여움.

보기스- 뚱뚱하다. 닭을 키움. 하루 세끼 고기만두를 듬뿍 곁들인 삶은 닭을 세 마리나 먹음. 성질 나쁘고 못됐음.

빈스- 오리와 거위를 키움. 거위 간을 치덕치덕 짓이겨 도넛 속에 넣어먹음. 배가 늘 아팠고 성질 나쁨.

- 칠면조와 사과 농장 운영. 음식을 전혀 먹지 않음. 사과로 만든 독한 술만 몇 병이고 마셔댐. 꼬챙이처럼 말랐음. 농부 셋 중 가장 영리함. 치사하고 못됐음.

 

이 책에 나오는 여우씨는 멋진 남편이며 네 아이의 든든한 아빠입니다.

한 가정을 이끌기 위해 여우씨만큼 당당하고 책임감 있는 여우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꼬리는 세상 최고 멋진 꼬리이며 여우 중에 여우입니다. 한마디로 폼생폼사이지요. 꼬리는 여우씨의 자랑입니다.

그런데 그만, 여우를 잡으려고 쏜 농부의 총에 맞아 꼬리가 잘려 나가게 되었답니다. 어쩌나요? 그러나 여우는 목숨이라도 붙어있으니 다행이야라고 합니다. 여우씨의 꼬리를 몹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여우씨의 아내는 이 동네에서 가장 근사한 꼬리였는데라고 말하며 몹시 서운해합니다.

여우씨의 꼬리는 다시 자라지 않을 것이고 여우씨는 이제 영영 꼬리 없이 살아야 한답니다. 꼬리 없는 여우라... 조금 씁쓸하네요.

사실 여우씨는 세 농부의 농장에서 닭이며 거위 오리 등을 몰래 훔쳐와 네 아이와 아내를 먹여 살렸거든요. 그러면서도 아주 당당하지요.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보 오늘 밤엔 뭘 먹고 싶어요?” 하고 다정스레 묻곤 합니다. 부인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어둠을 틈타 골짜기로 살금살금 내려가 잽싸게 훔쳐왔어요. 그렇지만 세 농부도 여우씨가 쏙쏙 훔쳐가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답니다.

세 농부는 원래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을 몹시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도둑맞는 것은 얼마나 싫었겠어요? 여우씨를 잡으려고 이를 갈며 벼르고 있었겠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사람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여우씨의 편에 서서 여우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왜일까요? 나는 여우의 입장이 되어 입장 바꿔 생각해봐하고 세 농부에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세 농부가 아주 마음 착한 농부였다면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여우를 잡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세 농부를 응원하기는커녕 책을 읽는 내내 여우씨의 영리함으로 세 농부를 따돌리는 장면에서 긴장감 넘치고 통쾌합니다. 세 농부가 주고받는 대화 또한 박진감 넘치고 간결하지요. 그러나 농부들의 대화를 듣고 나면 아마도 세 농부를 좋아할 수 없게 될 거예요.

여우를 잡기 위해 굴삭기까지 동원한 세 농부들에게 쫓겨 여우씨는 땅 속 깊이깊이 굴을 팝니다. 그리고 농부들의 농장으로 가는 더욱 쉬운 방법을 찾아냈지요.

이 책에서는 여우는 단순히 힘없고 약한 모습으로 비칩니다. 세 농부는 억압하고 억누르는 총과 무기를 가진 강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웃음을 주고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깊이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지요. 특히 여우씨와 오소리의 대화는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자넨 하나도 걱정이 안 되나?”

걱정? 무슨 걱정?”

이런 거....... 훔치는 것 말이야.”

 

이때 여우씨는 굴 파던 일을 멈추고 정신이 나갔냐는 듯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합니다.

이보게 털복숭이 친구, 자식들이 굶어 죽어 가는데 닭 몇 마리 훔치지 않을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여우씨가 말합니다. “ 자넨 너무 착해서 탈이야.”

오소리가 말합니다. “착한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여우씨는 먹을 것들을 훔쳐와 동네잔치를 엽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에 중심을 두지요. 굶주린 친구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다 함께 마을을 이루어 살자고 말합니다. 나만 행복하게 가 아니라... 모두 함께요.

이런 여우씨의 생각에 나는 여우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지요. 이 책에서 여우는 힘없는 약자로 보입니다. 총과 무기를 사용하는 세 농부는 억압하고 억누르는 강한 사람으로 표현되지요. 그러나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은 바로 위 오소리와 여우의 대화입니다.

나는 계속 둘의 대화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책 소개를 마치며... 이 책을 읽게 될 여러분들께 물음을 던져봅니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장면은 세 농부가 아직도 여우를 잡기 위해 여우 굴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상상이 되나요?

하염없이 여우굴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측은한 세 농부를 처음으로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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