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다 캐간다 케서 잠도 못 자고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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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다 캐간다 케서 잠도 못 자고 걱정입니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8.1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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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로 집 뒤에나 나무 캐가는 덴데, (나무를 캐내서) 산사태 나면 우리 집 다 떠내려갑니다. 걱정이 많아서 아래 저녁에는 보따리도 다 싸놨다니까

지난 10, 위천면 강동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 아무 씨는 집 뒤 소나무 7그루에 대한 굴취(캐내어 채취하는 일) 허가가 났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창군이 위천면 강동마을 일대 세 필지의 산지에서 총 25그루의 소나무의 반출 허가를 냈는데, 그중 김 씨의 집 뒷산도 포함됐다.

김 씨는 소나무가 반출되면 산사태가 나 토사가 집으로 몰려들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씨는 취소시켜야 한다. 여기는 틀림없이 안 해야 한다. 산사태가 나면 여기 아랫집 3곳에 난리가 날 것이라며 동네가 위험하면 못 캐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김 씨의 걱정이 현실이 된 곳도 있었다. 함께 굴취 허가가 난 한 필지에는 이미 소나무를 모두 캐갔는데, 이번에 내린 큰 비로 토사가 유실됐다. 현장 방문 당시 기자의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흙은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상태였으며, 없던 물길이 생겨 있기도 했다.

해당 현장에서 만난 주민 정 아무 씨는 캐 간데 가보면 안다. 온통 개판이다. 인간적으로, 조상 산소에 있는 나무를 파가는 경우가 어딨나? 그리고 그걸 허가해 주는 곳이 어딨나?”라고 물었다.

문화재 소나무도 굴취, 주민들 호통

또 다른 필지에는 나무 세 그루에 대한 반출허가를 받았는데, 이곳은 동계 정온 선생의 부친을 기리는 비석이 있는 곳이라 주민들도 의아해하고 있었다.

보통 비석을 세운 뒤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바로 뒤편에 소나무를 심는데, 이곳 또한 그런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하지만, 거창군은 이 소나무 두 그루에 대한 굴취 허가도 승인했다.

주민 정 아무 씨는 주변에 산사태 나지 말라고 나무를 심는 건데, 오히려 산사태 나라고 나무를 빼서 팔면 되겠나?”라고 물으며 이건 허가를 해 준 행정에서도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비석이 600년 된 기록이다. 문화재 연구하는 사람들이 탁본도 떠가는 곳이고, 수승대 트래킹 길이라고 주민들이 코스모스도 심고 가꾸는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피해목으로 굴취 허가? 제대로 살펴봤나?

해당 세 필지 모두 소나무를 캘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피해목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피해목은 햇빛을 가려 농사 등을 짓지 못하게 피해를 주는 나무나 강한 바람에 꺾이거나 뽑혀 주변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나무 등을 뜻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나무들은 전혀 피해목으로 규정할 수 없었다.

김 아무 씨의 집 뒤 소나무 7그루는 농작물이나 묘지의 햇빛을 가릴 만한 소지가 없었고, 강천리 산 6-1 내 아직 굴취하지 않은 소나무도 피해목으로 규정짓기는 어려웠다.

주민 정 아무 씨는 합당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라며 산소에 지장목이 뭔가? 잔디가 안 난다거나 그러면 한 그루 캐거나 벌목을 하면 되는 거지 왜 산을 다 파나?”라고 물었다.

이 같은 주장에 거창군 관계자는 거창군 문화재 관련 자문위원분께 의뢰해서 자문을 받았고, ‘경미한 형상변경행위로 사업 시행해도 무방하나 산사태 등 안전사고 요인을 해소할 것이라는 회신을 받아 허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허가가 더 많이 들어왔는데 줄여서 25그루가 됐다라며 최근 토지주가 주민들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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