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스물아홉 번째]여전도회 나들이, 인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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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스물아홉 번째]여전도회 나들이, 인천대교
  • 한들신문
  • 승인 2020.08.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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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교회 여전도회에서 나들이를 갑니다. 완공도 하지 않은 다리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소문과 다리가 바다에 뜨고 공중에 걸렸다는 풍문을 듣고 서른 명 남짓이 관광버스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강자영 씨와 김성영 씨는 어릴 때부터 한 시설에서 자랐습니다. 자연스레 언니 동생으로 지냈고, 월평빌라에도 한날 입주했습니다. 교회 등록하고 여전도회에 가입한 지 한 달, 교회 행사이자 여전도회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한 달이라도 교인이고 한 달이라도 회원입니다. 그러니 이번 나들이는 교인 자격으로 회원 자격으로 갑니다.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먼저 온 교인들은 제각각 인사하며 버스에 오르고, 버스 밖에는 회원을 마중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강자영 씨와 김성영 씨는 자매님 집사님 권사님하는 틈에 어물거리다가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는 동안 까만 봉지를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떡 물 음료수 바나나 과자 쿠키 사탕이 들었습니다. 과자와 쿠키와 사탕은 몇 개씩이어서 오가며 먹고, 나들이 마치고도 남았습니다. 까만 봉지는 하루 일정을 헤아린 정성이었습니다.

버스는 12시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가 짙어 다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스에서 점심을 먹고, 유람선을 탔습니다. 강자영 씨와 김성영 씨는 3층 카페에서 바다를 봤습니다. 유람선은 인천대교 아래를 가로질렀습니다. 비는 가늘어졌고 안개는 옅어졌고 풍랑은 요란하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바다에 떠 있고 하늘에 걸려 있다는 말은 참말이었습니다.

김성영 씨와 강자영 씨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여전도회 총무에게 묻고 부탁할 때부터 염려스러웠습니다. 사람 알고 사귈 기회라 했지만 서로 모르는 게 걱정이었습니다. 멀미하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실수하지 않을까, 뜻밖의 행동을 하지 않을까, 회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며 대처할까. 이제 겨우 한 달 다녀서 아는 사람도 없고 기댈 사람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염려였을 겁니다.

염려는 기우였습니다. 동행했던 최희자 선생님은 기우라고 표현했습니다. 잔잔한 풍랑은 유람선을 띄우는 데 아무 방해가 되지 않지만, 잔잔한 풍랑마저 두려워하면 결코 배를 띄울 수 없습니다. 이번 나들이에서 감동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강자영 씨와 김성영 씨는 평안해 보였습니다. 여전도회 회원들이 내내 챙겨주었습니다. 노래할 때 박수를 보냈고, 먹을 것을 나눴고, 휴게소에서 쉴 때 도왔습니다. 회원들이 돕는 모습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나들이 마치고 인사할 때, 교회에서도 관심 갖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시설 직원이 없을 때도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침에 어물거리며 버스 탔던 곳에 돌아왔습니다. 출발할 때 서먹했던 강자영 씨와 김성영 씨와 회원들은 꽤 친해졌습니다. 회원들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인사했고, 자영 씨는 교회에서 보자는 말로 답했습니다.

월평빌라 초기, 시설에 살아도 시설 입주자의 삶도 여느 사람 같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여느 사람처럼 산다는 개념이 쉽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지원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나들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느 사람의 나들이처럼 지원하자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최희자 선생님과 제일교회 여전도회가 시설 입주자의 나들이 개념을 정의하고 보여주었습니다.

봉사자 섭외해서 가는 단체 나들이 그만하고, 가능하면 입주자가 속한 가족 교회 학교 직장 동아리에서 가는 나들이에 일원으로 가기 바랍니다. 최희자 선생님이 여전도회 나들이를 주선한 것처럼, 두 분이 제일교회 성도로 여전도회 회원으로 다녀온 것처럼 말입니다.

나들이 주거 교육 취미 직업시설에서 알아서 다 하겠다 하지 말고, 가족 이웃 학교 교회 학원 직장지역사회가 감당하도록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의 사명이고 힘써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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